-단기팀에게 더욱 요구되는 위기관리
< 이기종 총무, 합신세계선교회 >
“잠복 상태로 남아 있는 위기상황 재발 방지에 최선을”
23명의 단기봉사요원이 탈레반에게 43일 동안 납치되어 온 나라를 떠들썩하
게 했던 아프간 피랍사건이 발생한지 3년도 채 안 지났지만 벌써 많은 사람
들이 잊고 있는 듯하다. 며칠 전 들은 아프간 피랍사건 생존자의 당시 경험
담은 다시 한 번 그 사건이 얼마나 끔찍했으며, 그 여파가 컸는지를 생각하
게 한다.
아프간 피랍사건은 세인들의 반기독교적인 정서에 불을 붙이기도 했고, 기독
교 내부에서는 위험지역에서의 선교방식에 대한 자성의 계기가 되기도 했
다. 현지 장기 사역자들도 큰 타격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사건은 위기관리라는 측면에서 볼 때 많은 교훈을 준 사례이기도 했다.
탈레반의 존재를 먼 나라 얘기로만 알고 봉사활동 준비에만 철저했던 그들,
공항 출국장에 세워 놓은 ‘아프간 여행 자제 요청’이라는 안내문 앞에서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찍은 사진은 위기관리에 대한 이들의 현실감 없는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최소한 1년 전부터 예기된 위험지역, 20명이 넘는 대형팀 구성과 위험지역으
로의 이동, 3년 미만 경력의 현지 선교사 가이드 등등을 비롯해 안일한 단기
팀 운용은 한국교회 전체의 안전 의식과 위기대비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 사
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을 겪고 난 이후로 한국 선교계는 위기관리에 대
해 생각하고 준비하기 시작하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선교지와 선교공동체는 위기상황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최근 들어 빈번한
자연재해 발생, 비자 거부 및 추방, 전쟁, 테러의 증가 등 세계적인 선교 상
황 변화로 점점 위기관리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아울러 한국인에 대한
공격과 범죄행위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1주에서 2주 정도 선교지를 방문하는 단기선교여행(단기팀)
의 경우 구성원이 다양하며 준비기간이 짧고, 사전에 준비할 사항이 많다보
면 상대적으로 위기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이를 반영하듯 2007년 아프
간 사건 이후 2008년과 2009년 선교지에서 발생된 위기관련 사건의 상당수
는 여전히 단기팀에 의한 것이다.
단기팀이 만날 수 있는 위기들은 납치, 인질, 신변 위협, 안전사고, 자연재
해와 질병, 정치적 변혁 등 얼마든지 있다. 위기를 만났을 때의 대처요령도
중요하지만 사전예방이 가장 최선책이다. 위기에 대한 사전지식을 알고, 준
비과정과 현지에서 안전을 위한 행동지침 등을 철저히 숙지하고 대비한다면
많은 위기들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에서 제공하는 ‘안전한 선교지 여행을 위한 점검
표’를 참고하여 여행계획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서 해당 국가의 위기정보를 수집하고 평가했는
가?
둘째, 전문성을 갖고 있는 교단 선교부 및 선교회 위기관리팀으로부터 교육
과 훈련은 받았는가?
셋째, 출국 전, 건강진단을 통해 여행 혹은 봉사활동에 적합한 몸 상태인지
여부를 확인했는가?
넷째, 해당 국가의 전문가(선교사)로부터 위기대처 요령에 대한 안내와 유의
사항을 교육받았는가?
다섯째, 언제 어디서라도 사용 가능한 연락 장치는 확보했는가? 교회와 선교
단체, 현지 선교사 등의 다중 연락망은 구축했는가?
여섯째, 위험지역으로 여행을 계획했다면, 정부와 각 선교회, 교단 선교부
등에 보고하였는가?
일곱째, 현지 한국공관과 해당 선교부의 비상연락망은 미리 확보해 두었는
가? (현지에서 사고 발생시, 신속히 해외 한국공관이나 본국 파송기관에 연
락하여 단 시간 내 사건에 대처하도록 한다)
여덟째, 위험지역에 많은 인원이 단체로 출국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계
획 자체를 재고해 보라.
2010년 여름철에 떠나게 될 단기팀들은 이전보다 더 철저히 계획하고 준비해
서 어려움과 위기를 당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