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알림벨
황대연 목사_한가족교회
제 휴대폰은 요즘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최신형에 비해 다소 기능이 떨어지
긴 하지만, 그래도 제게는 작은 전자수첩을 방불합니다. 교회 식구들을 비롯
해서 제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전화번호, 생일, 이메일 주소, 심지
어 간단한 메모까지 철자 한 두개만 입력하면 주르륵 불러내어 줍니다. 전화
로 말하기에 좀 쑥스럽거나 의미 전달이 아쉬운 경우, 기특하게도 간단한 문
자로 마음을 전하도록 해 주기도 합니다.
특별한 경우를 빼놓고 휴대폰은 늘 제 손에 있습니다. 조용하고 점잖은 만남
의 자리에도 휴대폰은 진동으로 소리를 죽여가며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금
은 디카 기능에 이어 MP3 기능까지, 그리고 대금 결제를 비롯하여 은행업무
기능까지 있는 더욱 똑똑한 휴대폰들도 많다고 하니 정말 편리한 세상입니
다.
오늘 아침 휴대폰에서 알림벨이 울렸습니다. 벨소리를 들으니 예전에 입력해
놓은 성도들의 생일인 모양입니다.
‘누구 생일일
까…’
살펴보니 성찬이 할머니, 아니 심성분 성도님의 생일입니다. 그런데, 성찬이
할머니는 이미 지난 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불현듯 성찬이 할머니
가 생각이 납니다.
‘아… 내가 이렇게 무심하구나…’
알림벨이 울리기 전까지 만해도 저는 성찬이 할머니를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
다. 불과 일년도 채 안되었는데… 그러고 보니 우리 교회에 스쳐 지나간 사
람들이 무척 많은 것 같습니다. 잠시 친척집에 왔다가 주일을 지키기 위해 들
렀다는 사람, 교회를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잠시 방문한 것이라는 사람… 친
구 따라, 호기심 따라 또는 무슨 행사 따라 한번 왔다가 지금은 더 이상 찾
아 볼 수 없는 어린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사람들에게 잊혀지기도 하지
만, 내편에서 다른 사람들을 잊기도 합니다.
그래도, 산 넘고 물을 건너 잃은 양을 찾던 목자의 심정(心情)은 잃지 말아
야 할 텐데… 설령 누군가에게 나는 잊혀진다고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잊지 않
는 사람이니까 기도의 자리에서나마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텐데…
오늘도 나는 들어가는 나이에 건망증을 핑계삼아 내게 오늘 관계된 사람들 몇
몇 외에는
너무나 쉽게 잊고 사는 건망증에, 때때로 건방증까지 겹친 어설픈
걸음을 걸어갑니다.
내 영혼에도 알림벨이 늘 울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