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자녀 위해 희생할 수 있는가?”
최광희 목사_행복한교회
광복 60주년을 맞이하면서 KBS가 제작한 독도를 소재로 한 환경스페셜은 정
말로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이 작품은 그 자그마한 돌섬이 그렇게
도 귀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한다. 제1부 ‘생명의 섬’에서는 주
로 독도를 터전으로 서식하는 각종 생명체들을 다루고 제2부 ‘해중산의 비
밀’에서는 주로 바다속을 중심으로 섬의 가치를 다루고 있다. 1, 2부 어느
것이나 작은 섬 독도의 가치와 귀중성을 충분히 느끼게 해 주는 훌륭한 다큐
멘터리이다.
그중 특별히 가슴이 아리는 장면은 제2부의 끝에 나오는 망상어 어미의 숭고
한 죽음이었다. 망상어는 여느 물고기와는 달리 알을 자기 몸 속에 낳는다.
보통의 물고기들은 알을 낳고는 마치 그 알과는 상관이 없다는 듯 떠나가 버
리지만 망상어는 자기 몸 속에 알을 낳아 다섯달 동안 뱃속에서 새끼를 기른
다. 그리고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적게는 10마리에서 많게는 30마리의
새
끼를 물속 세상으로 내보낸다.
충격적인 망상어 어미의 죽음
물론 새끼를 뱃속에서 길러 출산하는 것은 지상에서는 아주 흔한 경우이다.
고래도 그렇게 새끼를 낳는다. 그러나 망상어의 출산을 보면서 가슴이 아리
는 이유는 30마리의 새끼를 낳으면서 망상어 어미는 자기의 생명을 끝내기
때문이다. 마지막 한 마리의 새끼까지 있는 힘을 다해 낳고는 서서히 물속으
로 가라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는 죽어 바다의 일부로 돌아가는 망상어
어미. 비록 바닷속에 사는 숱한 물고기 중의 한 마리이지만 그 숭고한 죽음
을 보면서 나는 감전된 듯 다큐멘터리가 끝난는데도 금새 자리에서 일어나
지 못했다.
사실 새끼 혹은 자식을 출산하고 죽는 것은 동물의 세계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살모사는 어미의 몸을 뜯어먹으면서 태어난다고 하지 않는
가? 많은 생명체가 자식을 낳고 기르는 여기에 목숨을 거는 현상에 대해 생
물학자들은 DNA 복제를 향한 본능이라고 설명한다.
복제 본능으로 치부할 수 없어
이은희 씨는 ‘생물학 카페’라는 책에서 생명체들은 자기의 DNA 혹은 가급
적 자기와 가까운 DNA를 더 많이 복
제해 놓고 죽으려는 본능이 있는 것 같다
고 설명한다. 꼭 새끼가 아니더라도 자기와 같은 DNA를 가진 다른 개체를 보
호하려고 자기를 희생시키는 현상도 이와 같은 원리로 이해한다. 아마도 생
물학자들은 그런 말은 하지 않지만 하나님께서 처음에 각종 생명체를 만드시
고 복을 주시며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명령하실 때 그런 본능도 함께 주셨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즈음에 문득 예수님의 십자가가 생각난다. 가련하게 죽어가는 망
상어 어미의 주검을 보면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예수님이 나를 위
하여 희생한 것은 나에게 예수님과 동일한 DNA가 있다는 말이 아닌가? 물론
여기서는 생물학적인 DNA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논리적 비약이지만 예수님
의 영혼과 나의 영혼은 동일한 DNA를 가졌다. 다시 말하면 아이덴티니가 동
일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예수님이 동일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나를 보존하시
려고 당신의 모든 고통을 외면하신 채 죽음의 희생을 하신 것이 아닌가 하
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를 위해 희생하신 예수님
그렇다. 나는 예수님의 DNA를 가진 존재이다. 예수님과 동일한 아이덴티티
를 가진 존재이다. 그
렇다면 망상어 새끼가 제 어미를 닮듯이 우리가 예수님
을 닮고 예수님처럼 사는 것이 너무나 마땅하다. 그리고 망상어 새끼가 자라
서 언젠가는 또 다른 새끼들을 낳기 위해서 제 어미가 그러했듯이 희생적인
죽음을 선택할 것이 확실한 것처럼 나 역시 나와 동일한 다른 영적 자녀를
위해서 희생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내가 받은 DNA에
크나큰 손상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나를 동일한 영적 DNA를 가진 존재로 인식하셨는데 내 속에서 그
DNA가 잘 작용하고 있는가? 바로 그 고민 때문에 나는 망상어의 잔상이 사라
진 TV앞에서 일어나지 못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