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왜 이러세요?”
황대연 목사/ 한가족교회
저는 아프리카 남쪽 “보츠와나”라는 이름의 작은 나라의 한국인 선교사였습니
다. 평생을 그곳에서 사역하며 살 것으로 생각하고 결혼 후 한 달만에 도착하
여 신혼을 시작한 이 땅에다 아예 뼈를 묻으려는 마음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도 아프리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뜻이 어디 계신지, 5년 정도 한 텀이 지난 후 본부 사역을
위해 귀국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또 교회를 개척하여 목회를 하는 자리에 있
습니다.
목회도 하나님의 사역이지만, 지금도 아프리카를 생각할 때마다 그때 함께 일
하던 동역자, 그 중에서도 이원준 선교사를 생각하면 늘 빚진 자의 마음이 되
는 것은 어쩔 수 가 없습니다. 그래서 개척초기부터 남부아프리카 미전도 종
족 선교를 교회적인 선교 목표로 삼고 기도와 함께 적은 물질이지만 선교후원
금으로 보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두 주일 전 날아온
그의 기도편지에는 그네들의 발과도 같은 자동차가 도난
당했다는 소식, 그래서 참으로 곤고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담
겨 있었습니다. 주일 낮 예배 때 중보기도를 위해 그 기도편지를 읽다가 그
곳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가슴이 아파 저는 목이 메어 채 못 읽고 서
둘러 기도로 마쳤습니다. 다음 주일에는 선교사님의 차량 구입을 위해 우리
도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면 어떻겠느냐는 광고를 했습니다.
그렇게 예배를 마쳤는데, 교회 식구 중에 중년의 L여성도가 오래도록 자리에
앉아 눈물을 쏟았습니다. 저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교회 작은 도서관 관계로 주중에 만나게 된 L여성도의 고백과 같은 이야기에
제 가슴도 저리게되었습니다. 그녀에겐 결혼하여 남편과 함께 공부를 위해 미
국으로 떠난 딸이 있었습니다. 딸이 보고 싶어 벌써 오래 전부터 계획하고 비
용을 모아오고 있었고, 이번 가을, 그러니까 10월에 미국을 다녀올 계획이라
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바로 그 주일, 목사님을 통해 아프리카 선교사님의 이
야기를 듣게 하셨고,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그동안 미국의 딸을 만나기 위해
모아 놓은 것을 요구하고 계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하나님, 왜 이러세요? 전 딸이 무척 보고 싶단 말이예요…”
그래서 그녀는 오래도록 눈물을 쏟았던 것입니다.
“목사님, 전 돈이 아까워서 그런 것이 아니에요. 하나님께서 원하시면 얼마든
지 드려야지요… 하지만, 전 딸이 너무 보고 싶어요…”
어느새 그녀의 눈은 또 젖어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지난주일, 모두들 서민, 어려운 경제적인 형편 가운데서 자신들
은 걸어다니면서도 그렇게 모아진 선교비는 오 백 이십 만원… 아직은 교회
식구 오십 여명의 지하실 미자립 교회임을 생각할 때 정말 힘에 지나도록 헌
금들을 한 것입니다.
선교를 위해 보고 싶은 딸을 포기하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먹고 입고 써야
할 것을 포기한 사람들… 저는 저녁 예배 때 진심으로 축복한 후, 목돈이 필
요할 선교사님을 위해 교회가 금년에 보내기로 한 선교비 몇 달치를 미리 당
겨서 육 백 만원으로 맞추어 송금하기로 했습니다.
기뻐하는 성도들의 모습을 보면서 땅을 딛고 살지만 하늘을 사는 사람들의 모
습을 봅니다. 그리고 선교사님에게 누군
가 기도하고 있다는 것에 용기가 되었
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