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들의 거듭나기_박종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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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들의 거듭나기 

박종훈 목사/궁산교회

요즘 광우병이다 조류 독감이다 하여 육류를 유통하는 업체나 농가에 막대한 
피해가 있으며 날마다 식품을 사야 하는 주부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
다. 저렴한 가격에 풍족한 먹거리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공간에 대량으
로 사육하다보니 온갖 질병에 약하게 되어 일단 전염병에 걸리면 치료가 불가
능하게 된다. 

본래 생긴 대로 기르기보다는 최대한의 생산을 올리기 위해서 과학적인 방식
이 우선은 많은 소득을 주지만, 일단 허점이 노출되면 바벨탑이 무너지듯 겉
잡을 수 없이 넘어지는 오늘의 현실이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육식사료를 주
는 원인에 의해 ‘광우병’이 생겼다고 말한다. 자연의 질서를 거스른 대가를 
톡톡히 받고 있는 것이다. 

텃밭에 울타리를 치고 닭과 오리종류를 취미 겸 여러 목적으로 길렀다. 지난 
여름에 계란을 수입(收入)으로 양계사업을 하는 아는 분이 수탉 몇 마리를 포
함해서 폐닭을 삼십여 마리를 그냥 주었다. 수탉은 
그런 대로 봐 주겠는데 암
탉은 과연 폐기처분 할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몸통은 겨우 체면을 유지할 터
럭에 알몸인 붉은 민둥산처럼 볼품 없고 생기를 잃은 늙어버린 모습으로 우
리 집 텃밭에 이사온 것이다. 

가만히 보니 유독 꽁지 쪽에 더 털이 빠진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먼저 
자리를 잡은 터주대감 같은 수탉은 갑자기 암탉들이 들어오자 본능대로 엄격
한 서열(序列)을 정하고 있었다. 같이 온 수탉들이 짝짓기를 시도하려고 하
면 암탉은 비명을 지르자 왕초 같은 수탉이 금새 쫓아와서 방해를 놓는다. 
이 때 암탉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가지만 먼저 공격한 수탉의 정확한 부리
에 걸려든 꽁무니의 터럭이 빠지며 겨우 겁탈(?)을 면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터럭이 점 점 남아나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암탉도 알을 낳고자 하는 본능이 있겠지만 문제는 적정 수준을 넘는 수탉 때
문에 괴로움을 당하는 것이다. 적당한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자연스런 질서
가 유지되고 보기에 좋은 삶이라는 걸 말해주고 있다. 

이 사실을 알고서 기회가 되면 수탉부터 희생시키며 적정수준을 유지해 주었
더니 지
금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잘 자라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살다가 이제
는 넓은 운동장에서 마음껏 흙을 파헤치며 여러 가지 먹을 것이 제공되자 이
제는 따뜻한 털로 온 몸도 가리고 알도 하루에 한번씩 낳아 주며 주인에게 보
답하며 처음 가져올 때와 전혀 다른 변신에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고 놀란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듯이 가장 자연적인 것이 가
장 좋은 품질을 생산하는 농산물임을 말없이 가르쳐 주었다. 암탉은 부지런
히 아니 하루종일 먹을 것 찾아다니며 유정란을 낳아준다면, 수탉도 나름대
로 공헌을 한다. 바로 새벽을 깨우는 힘찬 외치는 소리이다. 

닭들은 조그만 어두워도 일찍 잠자리에 든다. 대신 새벽을 깨우는 사명을 감
당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첫닭이 우는 시간을 보니 새벽 한시 반쯤에 
울고서 거의 두시간 간격으로 외친다. 처음에는 날개를 ‘탁 탁’ 치고나서 그 
목소리가 들린다. 

어느 날 우연히 홰치는 소리를 듣게되었다. 
‘꼬끼오~’ 
그런데 다른 수탉의 어쭙잖은 소리가 들렸다. 
‘꼬~끽…??’ 또 ‘꼬~깩..!!’ 

알고 보니 이제 어른이 
막 되려는 수탉의 첫 소리였던 것이다. 사람으로 말하
자면 변성기를 가진 소년의 목소리인 것이다. 그 후로도 불안한 소리가 들리
더니 이제는 아주 능숙하게 잘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잠을 나무 위에서 자는 모습이다. 닭들이 잘 잘 수 
있도록 집을 마련했었지만 갑자기 늘어난 식구로 인해 다 들어갈 수 없었다. 
처음에는 닭장 안에서 한 쪽으로 몰아쳐서 자더니 어느 날 감나무 위에서 자
는 모습이 마치 대추나무 연 걸리듯 하얀 모습이 인상깊게 보여졌다.

닭은 한 번 잠을 자면 누가 안고 가도 아무런 저항을 못한다. 그래서 옛날에
는 저녁에 닭서리를 가장 쉽게 했었다. 이것을 본능으로 아는 닭들이 자신의 
안전을 위해 높은 나뭇가지에서 올라가서 단잠을 자는 것이다. 그 덕에 나뭇
가지에 달린 감을 쪼아먹는 손실도 있었지만, 추운 겨울에 눈이 내려도 닭들
은 끄떡없이 자신의 보금자리인 나뭇가지를 고수하고 있으며 오늘도 건강하
게 잘 자라고 있다. 

여러 조류가축을 키우며 수고하는 것이 경제적인 타산이 맞지 않지만 어른과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볼거리 먹거리와 거름을 주며, 삶
의 지혜를 주는 시골
생활의 또 다른 즐거움을 누리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