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옷  황대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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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옷 

황대연 목사/ 한가족교회


아내와 바자회를 다녀왔습니다. 

교인 수가 5천명이 넘는다는 모 대형교회에서 전도 목적을 담아 지역 주민들
에게 오픈한 바자회였습니다. 

아내는 진작부터 바자회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바자회 날짜도 손꼽아 기다린 눈치입니다.

어쨌든 전 아내를 모시고(?) 바자회를 갔습니다. 
아내는 어느 코너에 이르러 약간은 상기된 표정이 되더니 열심히 옷을 고르
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옷들은 그래도 옷걸이에 걸려 대우를 받건마는 그 옷들은 무슨 덤핑물건
처럼 그저 수북히 쌓여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누구든 자유롭게 골라서 살 수 있는 코너였습니다. 
코너 담당 집사님이 “자아~골라, 골라! 세 장에 처너언~!” 무슨 남대문 장
사꾼 흉내를 냅니다. 
저는 피식 웃습니다. 

아마 버리기 아깝다고 자발적으로 내놓은 옷가지들, 옷 장사하다가 망한 물
건, 이쁘고 때깔나는 것은 다 뽑혀가고 철 
다 지나도록 처진 재고들.
한 눈에 보기에도 그렇고 그런 것이었습니다. 

많은 교회 아줌마들(?) 틈에서 아내는 용케 옷 몇 가지를 골라듭니다. 
저는 건성으로 “옷 많은데, 그런 건 뭐하러 사?”
“인우가 옷이 없어서….” 

그랬습니다. 내 아들 인우는 옷이 많지 않았습니다. 
이제 중학교 일 학년, 한창 자랄 때라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 가는데, 정작 
아이가 입을 만한 옷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전 아이에게 옷을 사줘 본적이 없습니다. (피자나, 짬뽕은 사준 
기억이 납니다.) 

아이의 차림새는 늘 단정하고 깔끔했는데도….
큰 고생 모르고 자라온 아내….

가난한 개척교회 목사의 아내가 되어 그동안 이렇게 저렇게 없는 살림을 꾸려
오며 나 모르는 지혜를 발휘 해온 것입니다. 

아이는 유명브랜드도 안 붙어있고, 한 눈에 봐도 새 옷처럼 안 보이는 옷인데
도 입어보며 좋아합니다. 

두 모자(母子)의 그 모습을 짐짓 모르는 척 보면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
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