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 유감(老會 有感)_원영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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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 유감(老會 有感)

부천평안교회 원영대목사

노회 임원으로 8년 째 근속하고 있습니다. 바보죠. 서기 일을 보고 있는데 규
칙도 법도 잘 모릅니다. 궂은 일은 다 하면서도 욕도 먹고 야단도 맞습니다. 
그렇다고 대꾸도 안 하니까 써먹기는 좋은가 봅니다. 계속 뽑아 주시더군요. 
어떤 분은 재치 있게 틀기도 하고 용기 있게 저항하기도 하더군요. 

어느 교단에서는 임원 되려고 안달이라는데 우리는 개혁교단이라서 다른가 봅
니다. 저는 임원 복이 터져서 서기를 3년차 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다보니 덤
터기를 쓴거죠. 저는 초기에는 제가 잘 나서 임원으로 뽑힌 줄로 알았어요. 
나중에 알았습니다. 노회에 참석해서 끝까지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
을요. 사람이 둔합니다. 도중에 빠져나갈 줄도 알아야 하는데 저는 궁둥이가 
무겁거든요. 

말 나온 김에 몇 마디 더 하겠습니다. 꽤 수년 전에 저희 교회당에서 시찰회
를 했습니다. 개척교회 입장에서 영광으로 알고 지극 정성 준비를 하고 대기
하고 있었습
니다. 시간이 되었는데 한 분도 안 오셨어요. 날짜를 잘 못 알았
나 다시 확인해 보았지만 틀림 없었습니다. 한 참 지나서 한 분 또 한 참 지
나서 한 분, 또 한참 지나서 한 분. 결국 저를 포함해서 다섯 분이 참석하셨
어요. 여집사님들이 어안이 벙벙해 하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몇 해가 지난 후 저희 교회당에서 노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교회 설립이래 최
대의 행사였지요. 정말 긴장하면서 준비했습니다. 남자 집사님들 동원해서 주
차 안내시키고 다른 교회에서 본대로 여자 집사님들 한복 입혀서 띠두르고 길
목에도 세웠습니다. “오소서 모든 것이 준비되었나이다”라고 할 정도로 준
비가 끝나고 기다리고 있었지요. 노회 시작 시간이 지났는데도 임원들과 저 
같은 목사님들 몇 분만 와서 앉아 계실 뿐 예배실은 여전히 텅텅 비어 있었어
요. 조바심이 나더군요. 남자 집사님들이 와서 “목사님, 다 오신거예요?” 
오후 4시가 지나고 5시가 가까울 무렵, 예배실 안은 오전에 시작할 무렵처럼 
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준비한 간식이 많이 남았지요. 덕분에 하루 종일 봉
사하던 집사님들이 잘 먹었습니다. 그 때 저는 뚜껑이 열릴 정도로 분
이 일어
났지만 연회장 입장에 티는 낼 수 없고 하루 종일 속으로 삭이느라 애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결심을 했지요 “이제 우리 교회당에서는 노회 같은 행사는 안 하리
라.” 사람이 모질지 못해서 그 결심이 많이 누그러졌지요. 그 결심이 계속 
유지되면 노회할 교회가 어디 있겠어요. 지금 같았으면 그런 결심도 안 하고 
화도 안 내지요. 이젠 잘 길들여져 있습니다. 그 때만해도 젊었었나 봅니다. 
폐회 때가 다 되서 주위를 살펴보니 임원들과 궁둥이 무거운 분들과 간식먹
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고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던 신참목사들 뿐이더군
요. 큰 교회 목사님들은 노회날 오후가 더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솔직히 이런 글 쓸 자격도 없는 놈이지요. 저를 보고 “너나 잘 해라” 책망
하실 분들도 계시니까요. 그러나 일년에 두 차례 이미 못 박아 놓은 날 만큼
은 기억해서 일찌감치 자리 잡고 끝까지 지키려고 합니다. 허긴 서기가 도중
에 나가는 경우는 없다고는 합니다만…, 뼈 없는 노회 같지만 버티기라도 하
면 노회 같을 것 같더군요. 유치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회 때 마다 
느낀 감정을 털어놓
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