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인도하는 묵상칼럼 (75)| 눈물을 흘리며 권하는 말_정창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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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흘리며 권하는 말 디모데후서 4:1-2

 

< 정창균 목사, 합신 설교학 교수, 남포교회 협동목사 >

 

 

“하나님 말씀 내려놓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아무 것도 없어”

 

 

주일 저녁예배를 없애는 교회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예배가 자꾸 없어지니 당연히 설교할 기회가 없어져갑니다. 수요 예배를 다른 목회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교회도 늘어갑니다. 그래서 설교할 기회가 자꾸 없어져 갑니다. 그런가하면 교회 자체가 자꾸 없어지고 있습니다.

 

두어 달 전에도, 이제 교회의 문을 닫는다는 제자 목사의 글을 읽고 한동안 마음이 우울했습니다. 큰 기대와 각오를 갖고 교회를 개척하였는데 그간 고생만 하다가 이제 한계에 이르러서 도리 없이 교회의 문을 닫는다는 후배 목사의 말을 엊그제도 들었습니다. 이래저래 설교할 곳이 자꾸 없어져 갑니다.

 

설교할 기회가 없어지고, 설교할 곳이 자꾸 없어져 가니, 설교는 점점 쓸모 없는 것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설교에 목숨을 걸어야한다고 신학생과 목회자들 앞에서 아우성치고, 설교를 잘해야 한다며 고뇌하는 우리의 몸부림이 마치 허공을 향해 헛발질을 하는 것처럼 허망해 보입니다. 그래서 깊은 시름과 회의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설교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인가? 설교는 교회를 세워가는 일에 별 효과가 없는 무용지물인 것인가? 번민하게 됩니다.

 

그러나 깊이 생각하고 자세히 살펴보면 설교할 기회가 줄어들고 설교할 교회가 없어져 가니 설교가 쓸모없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쓸모없는 설교가 난무 하니 결국 설교할 곳이 없어지는 결과가 온 것입니다.

 

설교가 예배의 성패를 좌우하고, 설교가 목회자의 모든 사역을 좌우합니다. 설교에 은혜 받지 못하니 교인이 모이지 않고 오히려 떠나갑니다. 설교에 은혜가 없으니 교인들이 세상일에 사로잡혀 영적인 일에 무관심하게 됩니다. 그것이 시대의 일반적인 현상이 되다보니 설교를 잘하는 목회자가 세워가는 교회에도 사람들이 무작정 오지 않는 것이 이 시대의 흐름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러므로 설교할 곳이 점점 없어져 가는 이 시대에 가장 시급한 것은 설교의 부흥입니다. 교회의 부흥이란 사실은 말씀의 부흥입니다. 그리고 말씀의 부흥을 이루는 근본적인 주체는 설교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들이 문을 닫는 시대라고 하여, 설교가 점점 무력해지는 현실이라 하여 설교에 대하여 낙심해서는 안됩니다.

 

설교를 무엇으로 대체해야 하는가를 고민하지 말고, 오히려 설교의 부흥을 위하여 더욱 몸부림쳐야 합니다. 장소가 어디가 되든지, 규모가 얼마가 되든지, 내가 서는 강단에서는 말씀의 능력을 나타내는 설교자가 되고야 말겠다는 결단으로 설교에 진력해야 합니다.

 

지지난 주일 오후였습니다. 신앙생활을 막 시작하여 하나님에 대하여, 성경에 대하여, 진리에 대하여 큰 관심을 갖고 교회를 찾고 있는 사람과 그가 좋은 교회를 찾도록 도와주려고 함께 동행하며 이 교회 저 교회 주일 예배를 찾아다니던 한 친구가 강남의 유명한 초대형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제게 전화를 걸어서 심한 말로 그 교회 설교자에게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불만으로는 모자라는 듯 씩씩 거리며 분노를 쏟아내었습니다.

 

제가 한 설교도 아니고, 제가 가르친 설교자도 아니었지만 설교를 가르치는 교수라는 죄로 그 친구의 좌절에 찬 분노를 제가 다 떠맡아야 했습니다. “성경이나 차근차근 말하지, 종교연설도 아니고 정치 연설도 아니고, 뭐 그런 설교가 있어요? 그런 것이 무슨 설교냐고요! 차라리 내가 해버리고 싶었어요!”

 

하나님의 말씀을 내려놓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하나님을 점점 더 크게 반역하고, 교회를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몰아넣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하나님 앞과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실 그리스도 예수 앞에서 그가 나타나실 것과 그의 나라를 두고 엄히 명하노니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고 유언처럼 제자 디모데에게 말씀할 때 사도 바울은 어떤 심정이었을지 어느 때보다 실감이 됩니다. 그러기에 그는 그 편지에서 반복적으로 “고난을 받으라”는 말을 했었나 봅니다.

 

우리가 전하는 하나님의 말씀이 사람을 살리고, 교회를 살리고, 하나님의 백성을 복되게 할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 포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 시대의 모든 설교자들을 향하여,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설교에 진력하며 흔들림 없이 설교자의 길을 가기를 눈물을 흘리며 권합니다.

 

또 다시 많은 제자들이 신학교를 졸업하고 현장으로 나아갑니다. 교회가 문을 닫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는 현장으로 그들을 내보냅니다. 안쓰러운 마음, 미안한 마음, 그리고 눈물을 흘리는 마음으로 권해봅니다.

 

“말씀을 전파하라!”

 

그리고 기대를 가져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설교하는 설교자들로 이 시대에 우뚝 서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