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인도하는 묵상칼럼(58)|혼자 남겨져도 혼자가 아닌 사람_정창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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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남겨져도 혼자가 아닌 사람

| 요한복음 16:32-33 |

< 정창균 목사, 합신교수 >

“예수님의 고별설교는 제자들이 평안을 누리게 하기 위한 것”

문득 “나도 사람을 가르쳤다면 제법 가르쳤습니다” 하고 말씀하시던 고 박윤
선 목사님이 생각났습니다. 

제자다운 제자 되고자 결심해

30년전 남서울교회 교육관 지하 예배실에서 신학을 배울 때였습니다. 여든
을 내다보시는 선생님이 강의 도중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서 제자다
운 제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많은 사람을 제자라고 가르쳤지만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존경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어려울 때도 끝까지 제자로 남아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
고, 오히려 반대자가 되고 때로는 대적자가 되는 현실을 자주자주 경험하면
서 선생의 쓸쓸한 마음을 그렇게 표현하시는 거라는 생각이 그 때는 들었습
니다. 
그 어른은 이런 말씀도 두어 번 하셨습니다. 
“우리 교수들은 여러분을 지금 
잘 가르쳐야 하고, 여러분은 지금 우리 말을 잘 들어야 합니다. 목사가 되
면 너도 목사 나도 목사 하고 나오니 지금 잘 가르쳐야 합니다. 우리는 여러
분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냥 사람 하나로 보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러분 한 
사람을 교회 하나로 보고 가르칩니다.” 
그후 목사가 되어 십여 년 목회도 하고, 신학교의 선생이 되어 십수 년 가르
치기도 하는 동안 박목사님의 그 말씀을 같은 심정으로 경험하는 횟수가 점
점 늘어갑니다. 그리고 평생 가르쳐서 두어 사람이라도 제대로 키울 수 있다
면 그것도 큰 일 한 것이고, 평생에 두세 사람이라도 끝까지 정을 나누며 함
께 할 수 있는 사람을 가질 수 있으면 그것도 큰 복일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마도 많은 목회자들의 생각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목회자들은 언제나 사
람들 속에 묻혀있으면서도 그러나 한편으로는 결국 혼자라는 것을 확인하면
서 아픔과 외로움에 젖어들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목회자가 혹시 결국 
혼자 남도록 버려진다 하여도 혼자라고 생각하며 아파하거나 좌절하거나 서
러워할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주님에게서 배
웁니다. 그것은 홀로 버려두고 
떠난 그 사람들이 아니라, 혼자라고 힘들어하는 나의 책임일거란 생각을 하
게 됩니다. 우리는 사람들에 의하여 혼자로 남겨져도 사실은 혼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요한복음에 의하면 예수님이 이 땅에서 제자들과 함께 보낸 마지막 공식적
인 모임 중에 하신 마지막 말씀은 매우 충격적입니다. “보라 너희가 다 각
각 제 곳으로 흩어지고 나를 혼자 둘 때가 오나니 벌써 왔도다. 그러나 내
가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느니라”(32절). 예수께
서 마지막으로 행하신 긴긴 고별설교(요 14-16장)의 마지막 말씀이었습니
다. 
3년 동안 모든 것을 바쳐서 사랑하고, 가르치고, 돌보았던 제자들도 다 떠나
버리고 혼자 남아 죽음의 길을 가야하는 현실을 직면하면서 하신 말씀이었습
니다. “나는 혼자다. 그러나 혼자가 아니다!” 겉으로 나타난 현실을 놓고 보
면 혼자이지만 실제로는 혼자가 아니라는 선언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혼자가 아니라고 선언할 수 있는 근거는 아버지와의 동행
에 대한 확인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느니라!” 결국 예수님
의 사
역의 원리는 사람에 대한 의존이 아니라, 아버지와의 동행의 누림이었
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뒤를 이어 복음사역에 나설 제자들이 사역의 현장에서 자주자주 직
면해야 할 상황이 사람들로부터 혼자 남게 되는 것임을 예수님은 아셨을 것
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예수님의 제자들이 세상에서 당하는 환난이기도 합니
다(33절). 그러므로 예수님은 이 혼자됨의 환난을 극복하는 비결을 고별설교
의 마지막에서 가르치고 있는 셈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함께 계신다는 사
실을 확인하고 누리는 것입니다. 
예수님 자신이 지금까지 함께했던 제자들마저 다 떠나가고 혼자 남게 되는 
이 상황을 그렇게 극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
하시는 이유가 제자들을 위함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이것을 너희에
게 이름은 너희로 내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려함이라.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33절). 
사실, 이것은 예수님의 사역초기부터 내내 견지해온 사역철학이었습니다. 예
수님이 가나 혼인 잔치에서 베푸신 첫 기적과, 성전을 정결케 하신 영웅적
인 사역으로 많은 사람
이 예수님의 이름을 믿으며 따르고 있을 때 예수님이 
취한 반응은 그것이었습니다. “예수는 그 몸을 저희에게 의탁하지 아니하셨
으니…”(요 2:24-25). 
결국 예수님은 많은 사람이 곁에 있을 때든지, 모두 떠나버리고 혼자 남겨
질 때든지 일관되게 아버지께서 함께 계신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누리는 것
에 초점을 맞추며 사역을 하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심 확신하길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도 사람에 대한 의존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나와 함
께 계심을 확인하고 누리는 이것입니다. 우리는 때로 혼자 남겨지지만 그러
나 언제나 혼자가 아닌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