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인도하는 묵상칼럼(51)  기회를 다스리는 지혜_정창균 교수

0
8

본문으로 인도하는 묵상칼럼(51) 

기회를 다스리는 지혜

사도행전 3:1-16

정창균 교수_합신교수, 남포교회 협동목사

“위기 상황을 절묘하게 벗어나는 것도 기회” 

기회는 머리만 있고 꼬리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기회는 일단 지나가버리
면 다시 붙잡을 수 없으니 눈앞에 다가왔을 때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는 것
을 강조한 말일 것입니다.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아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이것이 기회다 싶으면 서슴없이 그것을 붙잡기 위하
여 진력하는 모습들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어떤 점에서 그것이 기회라고 받
아들이는가 하는 데 있어서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기회
라 여기는 것을 다른 사람은 위기로 여기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자기에게 주어진 어떤 상황이 기회인가를 판단하
는 근거가 의외로 단순합니다. 그것을 붙잡아 이용하는 것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데 이익인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돈을 
더 벌수 있는가, 더 유명
해질 수 있는가, 더 편해질 수 있는가, 더 높아질 수 있는가,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는가 등 자신의 욕구충족에 대한 기여 가능성을 근거로 하
는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자신의 영달과는 다른 가치를 기준으로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이 붙잡아야 할 기회인가를 판단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40년 동안 한 번도 자기 발로 땅을 딛고 서 본 적이 없는 나면서부터 앉은뱅
이였던 사람을 성전 문 앞에서 고친 베드로의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
니다. 베드로는 말 한마디로 그 사람을 고치는 기적을 행하였습니다. 그러
자 모든 사람들이 놀라고 기이히 여기며 베드로 앞으로 몰려왔습니다. 
베드로를 바라보는 그 군중의 분위기와 베드로를 향한 그들의 눈빛이 어떠하
였을까를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베드로가 무슨 말을 하든지 
그대로 따를 분위기였을 것입니다. 어쩌면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고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새로운 교주로 등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었
을 것입니다. 최소한 그 시대의 스타 지도자로 부상할 좋은 기회일 수 있었
을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몰
려와서 영웅적인 기적을 행한 자신을 주목하고 있는 이 군
중을 보며 베드로가 즉각적으로 나타낸 반응은 이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아 이 일을 왜 기이히 여기느냐? 우리 개인의 권능과 경건으로 이 사
람을 걷게 한 것처럼 왜 우리를 주목하느냐?”(12절) 
손을 내저으며 우리가 아니라고, 내가 아니라고 펄쩍 뛰고 있는 것입니다. 
동시에 그는 그 기적을 체험한 이 고침 받은 앉은뱅이도 그들이 주목할 대상
이 아니라고 분명히 선언합니다(16절). 나도 아니고, 내 옆에 서 있는 이 고
침 받은 증인도 아니고… 
자신의 인기나 권위가 급상승할 만한 이러한 상황에서 베드로가 취한 처신
이 무엇인가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 이 사건을 보면 우리는 적잖은 도전
을 받게 됩니다. 놀라운 사역을 수행하고 그 결과로 수많은 사람이 큰 호기
심과 기대를 가지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기회인가, 아니면 
위기인가? 
지금 베드로는 자기가 처한 상황을 자신이 돋보일 기회로 여기고 있지 않습
니다. 오히려 잘못했다가는 그리스도의 영광을 가로채고 망해버릴 무서운 죄
를 범할 수 있는 위기로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베드로
는 많은 사람이 출세
와 성공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할만한 것을 붙잡지 않고 다스리고 있
습니다.
그러므로 자기가 아니라고 손을 내저은 베드로가 다음으로 하는 일은, 그러
면 누구인가를 명백히 밝히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곧바로 길게 이어지는 
베드로의 설교입니다. 그리고 그 설교의 핵심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스도 
예수께 맞추어져 있습니다. 자신에게로 집중되는 시선을 한 묶음로 묶어서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돌리고 자기는 빠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대목
에서 자칫하면 빠져들 뻔한 위기 상황을 절묘하게 벗어나는 베드로의 모습
을 보게 됩니다. 
기회는 무조건 붙잡아야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붙잡아야 되는 기회인
가 피해야 하는 위기인가를 분별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그 기회를 다스려야 
합니다. 그것이 권력의 총수가 될 수 있는 기회인가, 온 나라에 망신을 당하
고 망가질 수 있는 위기인가를 분별하지 못하고, 그런 용납안 될 속사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위기를 기회로 알고 덥썩 붙잡았던 한 사람의 모습을 얼
마 전에 보면서 받은 도전도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기회인지 위기인지 분별해

기회는 어떻게든 붙잡아야 되는 것이 아니라, 다스려야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