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인도하는 묵상칼럼 (48) 제자와 사탄 사이_정창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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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으로 인도하는 묵상칼럼 (48)

마태복음 19:15-24

제자와 사탄 사이

정창균 목사_합신 교수, 남포교회 협동목사 

“하나님마저도 자기 뜻대로 이용하려는 생각이 문제”

운전을 하다가도, 멍하니 앉아 있다가도 갑자기 떠오르곤 하는 성경의 한 장
면이 있습니다. 어느 길바닥 위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예수님과 베드로 사이
에서 일어났던 사건입니다. 이 일은 모든 제자들이 다 보는 앞에서 일어났습
니다.

최고의 신앙고백을 보인 
사도 베드로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던 예수님이 갑자기 제자들에게 물으셨습니다. “너희
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너희 말을 들으니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도 말하
고 저렇게도 말한다는데, 그러면 너희 자신에게는 내가 누구냐 하고 물은 것
이었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지만 마침내 베드로가 입을 열었습니다. “당신
은 그리스도시오,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그 대답에 예수님은 즉각적으
로 반응하셨습
니다. “시몬아, 네가 복을 받았구나. 네가 이것을 알게 된 것
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네게 알려주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이어 말씀하셨습니다. “이 반석 위에 죽음의 세력도 이기지 못하
는 나의 교회를 세울 것이다.” “너에게 이 땅에서 맺고 풂으로서 하늘에서
도 맺고 푸는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마치 오래 준비되었던 선언문을 단숨에 선포하는 듯한 이러한 예수님의 반응
은, “주님은 그리스도시오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베드로의 고백에 예수님
이 얼마나 만족하고 또 감격해하시는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합니다. 그
의 고백으로 보아 이 순간 베드로는 완벽한 예수님의 제자요, 완전한 신앙인
이었습니다.
베드로의 이 고백을 확인하고서야 예수님은 마치 이제는 밝혀도 되겠다는 듯
이 지금까지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중요한 사실 하나를 처음으로 밝히십니
다. “나는 예루살렘에 올라가서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삼일 만에 다
시 살아날 것이다.” 그러자 베드로가 즉각적으로 예수님을 꼭 붙잡으며 단
호하게 주장하였습니다. “주님, 안됩니다. 그런 일은 절대로 주님께 일어나
서는 안됩니다!” 

아마 제자들에게는 주님이 삼일 만에 다시 살아난다는 말보다는 고난을 받
고 죽는다는 말이 훨씬 분명하고 충격적으로 들렸을 것입니다. 베드로의 자
기 주장에 예수님께서도 다시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셨습니다.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하면 이 순
간 베드로는 예수님의 일에 걸림돌이 되는 “사탄”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곰곰히 생각하노라면 큰 두려움과 함께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경
험하게 되곤 합니다. 똑 같은 사람이, 똑 같은 장소에서 제자도 되고 사탄
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사건에서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고난과 
죽으심을 염려하며 그것을 막아보려 하는 충정이 결과적으로는 사탄이 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한 발견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 극단
적 변질의 한 가운데 무엇이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불러일으킵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사탄이라고 단정하시는 근거는 그가 하나님의 일을 생
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을 생각한다는 것이었습니다(23절). 그리고 제자가 사
탄으로 전락하지 않고 제자로서 자기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비결로 제시하
신 
것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24절). 
제자가 사탄으로 전락하게 되는 근거는 하나님보다 자기를 앞세우는 것이
고, 제자가 제자의 신분을 유지하는 비결은 자기를 부인하고 예수님을 앞세
우는 것이라는 것이 예수님의 결론인 셈입니다. 물론 여기서 제자와 사탄은 
존재론적인 변화가 아니라 그 생각과 원리가 사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음
을 지적함일 것입니다. 
이 사건은 주님마저도 나의 판단과 요구에 따라야 되는 것으로 여기는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 우선적인 자리로 나아가는 순간 우리도 그리고 우리의 교
회도 언제든지 사탄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주님도 내가 하라는 것
을 해야 하고, 하나님도 내가 있으라는 곳에 있어야 하고, 주님도 우리 교회
가 판단하는 대로 따라야 한다는 사고 방식을 갖고 있을 때 그것이 아무리 
주님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확보하고 있다 할지라도 우리는 주님에게 장애
물이 되는 사탄의 영역으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어느 목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가끔 생각납니다. “오늘 날 불
신자나 신자나 자기가 정해놓은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
고 성공하고자 하는 
데 있어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세상 사람들은 세상의 방법을 동원하여 
그것을 이루고자 하고, 신자들은 하나님을 이용하여 그것을 이루려하는 것
이 다를 뿐입니다.”

우리 또한 주님의 장애물이
될 수 있어

결국 모든 생각과 판단과 행동과 요구의 한 가운데 언제나 자기 자신, 자기
의 이익, 자기의 생각이 자라잡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제자가 
사탄으로 전락해가는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