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인도하는 묵상칼럼 (34) 따뜻한 마음_정창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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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으로 인도하는 묵상칼럼 (34)

히브리서 13:16-17

따뜻한 마음

정창균 목사_합신 교수,남포교회 협동목사 

“목사는 돌을 집어먹어도 소화를 시킬 수 있는 사람이 해야 된다!” 목사
가 되겠다고 하니 어머니가 그 길을 말리며 하신 말씀이라며 어느 목사님이 
들려주신 이야기였습니다. 그 어머니는 아주 오래 전에 강원도에서 전심을 
쏟아 목회하다가 어느 날 젊은 목사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쌀 한 바가지 배
려도 받지 못한 채 아이들을 데리고 무작정 그 교회를 떠나야 했던 사모님이
었습니다. 

목회자의 길, 쉽지 않아

“목사는 돌을 집어먹어도 소화를 시킬 수 있는 사람이 해야 되는 것이라며 
우리 어머니가 목사 되는 것을 말리시더라”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울컥
하며 목이 메었습니다. 목사는 위장이 튼튼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길바닥
의 돌 밖에 집어먹을 것이 없을 만큼 어려운 생활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을 
그렇게 하는 그 어머니의 마음이 가슴에 
사무쳐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남편 세상 떠나자 대책도 없이 교회를 떠날 그 때 초등학생이었던 그 아들
이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다시 대를 이어 그런 길을 가겠다 하니 이 어머니
의 심정이 얼마나 어렵고 착잡했을지 저는 금방 실감이 났습니다. 당신이 목
회의 길에서 당했던 그 서러움과 그 매정함을, 이제는 아들이 또 그 길을 가
며 당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머니는 아들이 많이 안쓰러웠을 것입
니다. 그래서 한 맺힌 가슴을 그렇게 털어놓았을 것입니다. “목사는 돌을 
집어먹어도 소화를 시킬 수 있는 사람이 해야 된다!” 
지난 여름 어느 목회자 세미나에 참석했더니 강사 목사님이 강의 중에 말씀
하셨습니다. “교회처럼 인정머리 없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말씀이 좀 지
나치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 분은 한 교회에서 30년 넘게 목회하신 목사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결국 자기도 목사가 된 분이었습니다. 아마도 교회 안
에서 자라면서 본 것이 많아서 하는 이야기려니 하였습니다. 
교회가 매정한 것은 죄입니다. 그것은 악한 죄입니다. 이 경우의 ‘교회’
라 함은 대개의 경우 그 교회의 의사 결정을 대표하는 중직자
들입니다. 그들
의 사고 방식과 의견이 바로 그 교회의 풍토가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목회할 때 저의 목회 현장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인색
하고 매정하여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몇 사람의 얼굴이 스쳐갑니다. 미움
과 증오가 활화산처럼 살아남아서가 아닙니다. 가슴에 한이 맺혀서가 아닙니
다. 그냥 그 매몰차고 차가움을 다시 접하고 싶지 않다는 본능적 반응일 뿐
입니다. 
차가운 공기야 불을 때어 덥히면 되지만, 사람이 따뜻하려면 그 마음을 덥혀
야 되는 것입니다. 마음이 매정한 것은 죄입니다. 어떤 이유를 둘러대며 그
럴듯한 변명을 하여도 하나님 앞에서 죄입니다. 최소한, 한없는 사랑의 빚
을 하나님께 지고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그렇습니다. 
2-3년 전 어느 토요일 오후, 히브리서 13장의 한 장면이 문뜩 떠올랐습니
다. “오직 선을 행함과 서로 나눠주기를 잊지 말라. 이같은 제사는 하나님
이 기뻐하시느니라. 너희를 인도하는 자들에게 순종하고 복종하라. 저희는 
너희 영혼을 위하여 경성하기를 자기가 회계할 자인 것같이 하느니라. 저희
로 하여금 즐거움으로 이것을 하게 하고 근심으로 하게 말라. 
그렇지 않으
면 너희에게 유익이 없느니라.”
이 말씀을 묵상할수록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과 선명하게 떠오르는 한 단어
가 있었습니다. ‘따뜻함’이었습니다. 이것은 한편의 권리나 다른 한편의 
의무를 말함이 아니라, 서로의 따듯한 마음과 그로부터 나오는 따뜻한 몸짓
을 말함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것입니다. 
“좋은 일을 하고 서로 사귀고 돕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교인들”(16
절). “교인들의 영혼을 위하여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보살피는 지도자와, 그 
일을 괴로운 마음이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 하도록 배려하는 교인들”(17
절). 그것이 가능한 것은 이들의 마음이 따뜻한 때문이고, 마음이 따뜻한 이
들이 그런 모습으로 사는 곳에서는 누구에게나 ‘따뜻함’이 느껴지는 행복
한 곳일 거란 확신이 들면서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행복해지
는 것이었습니다. 

매정한 마음, 갖지 말아야

갈수록 매정함과 자기 욕심으로 피차의 고통이 심해진다는 이 시대에 우리 
신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입니다. 우리에게 그것
이 가능한 것은 우리 주님의 따뜻함을 이미 덧입은 성도들이기 때
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