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인도하는 묵상칼럼 (20) 사랑의 증거_정창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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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으로 인도하는 묵상칼럼 (20) 열왕기상 3:16-28

사랑의 증거

정창균 목사_합신 교수, 남포교회 협동목사 

엉망이 되어버렸다는 어느 교회 소식을 들으며 성경을 읽어본 적이 없는 불
신자들도 다 아는 이야기 하나가 생각났습니다. 솔로몬의 재판 이야기입니
다. 

유명한 솔로몬의 아기 재판이야기

한 집에서 같이 살면서 사흘 간격으로 각각 아이를 출산한 두 여자가 있었다
지요. 그런데 한 여자가 자기 아이를 옆에 뉘어놓고 자다가 그만 잠결에 아
이를 깔아서 죽였다지요. 자기 아이를 잃은 그 여자는 옆에 있는 다른 엄마
의 아이와 죽은 자기의 아이를 바꿔치기하고는 시치미를 떼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아이를 바꿔치기 당한 엄마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었고, 그래서 
두 어머니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지 않습니까. 서로가 살아 있는 아이가 자
기의 아이라고 악을 쓰며 싸웠겠지요. 서로가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질렀겠지요. 서로가 하늘을 두고 맹
세컨대 자기가 옳
다며 자기 주장을 하였겠지요. 
그러다가 결국 솔로몬 왕에게 판결을 받으려고 온 것입니다. 그러나 지혜롭
기로 소문 난 이 왕은 지혜롭기는커녕 무지막지하고 포악한 판결을 내렸습니
다. “아이를 둘로 쪼개어 반반씩 나누어 가지라!” 그러자 한 어머니는 눈
물을 흘리며 사정하였습니다. “제발 그 아이를 쪼개지 말고 저 여자에게 주
어서 기르게 하십시오.” 그 아이를 위한 “불붙는 것 같은 마음”에서 나
온 자기 희생이었습니다(26절). 그것이 엄마인 그 여자의 “자식 사랑”이었
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 어머니는, “좋다. 그렇게라도 하자” 하였습니다. “내가 
갖지 못할 바에는 너도 갖지 말아야한다”는 것이 그 여자의 심보였습니다
(26절). 그것이 그 여자에게는 ‘공평함’이었을 것입니다. 이 순간에 이 왕
의 지혜가 빛을 발하였습니다. 
“이 아이의 진짜 어머니는 아이를 포기한 저 여자다. 이 아이를 저 여자에
게 주라.” 진짜 엄마라면 자식에 대한 사랑의 증거를 대라는 것이 솔로몬
의 요구였던 것입니다. 진짜 엄마의 관심은 그 아이의 유익에 맞추어져 있었
고, 가짜 엄마의 관심은 자기 자
신의 유익에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이런 순박하다 못해 유치하기까지 한 재판 방법이 상대방의 의도를 미리 꿰
뚫고 한 수 위에 올라앉아서 사람을 요리하는 영악한 이 시대 사람들에게도 
통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솔로몬이 이 사건을 처리하면
서 붙잡은 원리만은 만고불변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가 사랑하는 그것 혹은 그 사람의 유익을 
무엇보다도 앞세운다는 사실입니다. 그리하여 기꺼이 그를 위하여 자기 희생
을 감당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사랑의 증거입니다. 
지도자들 사이에 싸움이 붙어서 교인도 두 패로 갈라지게 되고, 교회는 점
점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다는 어느 ‘싸우는’ 교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
는 이 솔로몬의 재판 이야기가 계속 생각났습니다. 서로가 ‘교회를 위해
서’라고 할 것이지만, 교회를 위해서 한다는 그 싸움 때문에 정작 교회는 
가장 큰 손상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고 할 것이지만, 그 진실 하나 밝히자고 교회 전체
를 교회가 아닌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 보고나 있는 것

지요. 그간의 서운하고 억울한 내력을 밝히고 차제에 교회를 바로 세워야 한
다고 할 것이지만, 자기의 억울한 사정 하나 풀자고 온 교회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이 사실을 부러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하나님의 공의를 믿으며, 하나님이 교회의 주인되심을 확신한다고 기도 때마
다 힘주어 말은 하면서 실제로는 자기의 혈기로 교회를 온통 물들이고 있다
는 사실을 감지하고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교회를 위하여 순교도 한다는데 우리는 교회를 사랑한다면서
도 자신이 당하는 작은 억울한 일 하나 바로 잡기 위해서, 자신이 당한 서운
한 일 하나 앙갚음하기 위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자신의 의견하나 관철시
키기 위해서, 그리고 왜곡당한 자신의 작은 정당성 하나 입증하기 위해서 아
이를 반씩 나누어 가져도 좋다는 식으로 나오는 가짜 엄마처럼 그렇게 교회 
생활을 할 때가 있습니다. 교회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자기를 사랑했기 때문
이지요. 
정말 교회를 사랑한다면 어떤 자기 희생을 치르면서라도 그 교회를 살리고 
유익하게 하는 쪽을 택하게 될 것이지요. 솔로몬의 재판에서 진짜 어머니처

n럼 말입니다. 그것이 바로 사랑의 증거일 것이고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것을 
요구하시는 것입니다.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참된 증거

자식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키우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아이를 죽게 
할 수는 없다는 그 어머니의 정신을 가진 교회 지도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
습니다. 솔로몬이 그 여인들에게 요구했던 것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
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