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플라시보 효과?_성주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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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플라시보 효과?

성주진 교수/ 합신 구약신학

가짜 약도 환자가 믿고 복용하면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보
통 ‘플라시보(위약) 효과’라고 불리는 이 현상을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약
의 의학적 성분이나 객관적으로 입증된 효능 외에 환자의 심리적인 상태가 질
병의 치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말일 것입니다. 물론 부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의학개념이 기독교 신앙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람이 
믿는 내용이 성경이 계시하는 진리가 아닐지라도 진지하게 믿기만 하면 나름
대로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믿음의 역사는 우리가 믿는 진리의 내
용보다는 우리가 믿는 믿음의 크기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닐까요? 만일 그렇다
면 기독교 신앙에도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종교의 주관성을 강조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어떤 사람의 믿는 바가 진리
가 아니라 할지라도 진정으로 믿기만 하면 ‘효험’이 있다고 주장합니
다. 이
들에게 중요한 것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믿음의 크기입니다. 어떤 대상을 
믿든 그 대상을 지성으로 섬기기만 하면 된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돌이나 나
무 앞에서 복을 빌더라도 전심으로 믿기만 하면 효과를 본다는 주장을 펴기
도 합니다. 가히 무속신앙의 수준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오해할 수 있는 일화가 야곱의 이야기 가운데 두 번 나타납니
다. 한 번은 합환채의 경우입니다. 야곱의 아내 레아가 아들을 잉태하게 된 
것을 합환채의 효험 때문이라고, 혹은 합환채 자체는 효험이 없을지라도 레
아가 그 효험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야곱이 버드나무
와 살구나무와 선풍나무를 사용하여 자기가 원하는 무늬의 새끼를 낳게 된 것
도 유감주술적인 효과 또는 이에 대한 야곱의 믿음 때문이라고 잘못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두 사람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것이지 그
들의 잘못 때문에 주어진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믿음과 신념의 차이입니다. 신념은 자기 주관을 자기 방식으로 밀
고 나가는 것인 반면, 믿음은 계시의 말씀을 진리로 받아들이고 신뢰하는 것
입니다. 따라서 믿음이 
아무리 진지하다고 하더라도 그 믿는 대상이 잘못되
었으면 그것은 잘못된 신념일 뿐입니다. 신앙의 대상이 잘못되었다면 그 믿
음은 진지한 만큼 잘못된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인식의 주관성과 한계를 겸손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습
니다. 얼마 전 영국 스코틀란드에 위치한 네스호에는 네시가 없다는 것이 거
듭 확인되었습니다. 그동안 이 호수에 산다는 괴물에 대한 목격담이 많이 있
었습니다. 그 중에는 관광홍보차원에서 지어낸 것들도 있었지만, 경건한 사
람들의 목격담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는 인간이 아무리 진실하다 하더
라도 믿고자 하는 것을 믿으며, 보고자 하는 것을 보려는 경향이 있음을 보
여줍니다. 

따라서 하나님 앞에 기도하거나 성경을 읽을 때에도 내가 믿고자 하는 것을 
믿으며 내가 보고자 하는 것을 보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하나님의 뜻을 깨닫
고 성경이 계시하신 것을 볼 수 있도록 겸손히 성령의 은혜를 구해야 합니
다. 예레미야 시대에 활약했던 거짓선지자들도 나름대로 확신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전하는 평안의 메시지가 실제로 하나님
이 주신 것으로 믿었
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들이 거짓 영에 미혹되었다고 
밝힘으로써 그들 나름대로의 신념이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의 진실성을 보장하
지 못함을 보여줍니다. 그들의 주관적인 진지함은 마침내 스스로를 망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백성들이 회개할 기회를 빼앗았습니다. 기독교 신앙에서 
하나님의 진리를 버리고 가짜 진리를 믿는 것은 멸망의 지름길입니다.

우리가 경건의 내용과 믿음의 대상을 늘 성경에 비추어 점검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습니다. 믿음과 경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른 대상을 바른 방법
으로 믿는 것이지 얼마나 ‘쎄게’ 믿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이 바로 제
1계명이 강조하는 믿음의 바른 대상과 방법으로써, 십계명과 주기도문, 그리
고 사도신경의 기초가 됩니다.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대로 행하는 시대
에 신실한 하나님의 백성들은 믿는 내용과 대상이라는 신앙의 첫 단추가 바
로 끼어져 있는지 확인함으로써 주관성의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