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균 칼럼> 우리 부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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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균 칼럼>

우리 부부 이야기

나는 때때로 내 아내와 결혼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두 사람이 함께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이고 그 보람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조금씩 더 깊이 알아 가면서 아내에 대한 나의 그러한 
생각은 더욱 절실해집니다. 가만히 눈치를 보면 아내도 남편인 나에 대해서 
“이 남자와 결혼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디가 그렇게 좋
고, 무엇이 그렇게 마음에 드는지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은 그
렇게 좋아 죽겠는 어디도 없고, 그렇게 꼭 마음에 드는 무엇도 없고, 죽어도 
잊을 수 없는 무슨 특별한“덕”을 본 것도 피차 없지만, 그냥, 말 그대로 그
냥, 지금의 내 짝과 결혼하길 잘했다는 그런 생각이 불쑥불쑥 드는 것입니
다. 결혼 하고 21년째 같이 살면서 나의 모난 것이 깍여서 아내처럼 되고, 아
내의 높은 것이 꺽여서 나처럼 되어오는 사이에 어느덧 서로 정이 
든 때문인
가 봅니다. 우리는 이러한 마음이 두 사람 다에게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큰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혼생활이란 서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줄
다리기가 아니라, 서로 맞춰주기라는 것이 나이가 들수록 더 실감이 납니다.

나는 내 아내에 대하여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자존심 강하고, 칼
날처럼 예리하고, 송곳 끝처럼 날카로운 남자 만나서 참고, 적응하고, 기다려
주느라 아내가 마음 고생을 많이 했을 것을 결혼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았
습니다. 그것을 깨닫고 나니 아내가 고마와지기 시작했고, 고마운 마음이 드
니 사랑스러웠고, 사랑스러우니 아내를 어떻게 하면 행복스럽게 해줄 수 있을
까를 궁리하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나를 만났기 때문에 인생을 의미있게 사
는 것에 눈이 뜨이게 되었고,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깨닫는 것과 그 기쁨을 
알게 되었다고 고마와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부부는 서로가 상대방에 대하
여 고마운 이유를 찾아내려 애쓸 때 행복하게 된다는 진리를 배우게 되었습니
다. 

결혼하여 처음 얼마동안은 부부사이가 아니라 선생과 제자 사이 처럼 산 
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목회자의 부인이 될 사람”이라는 기준으로 아내
를 대했기 때문 이었습니다. “나의 아내는 목회자 부인이 될 사람이고 나는 
아내가 훌륭한 목회자 부인이 되도록 잘 준비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에 
깔려있으니 자연히 아내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훌륭한 목회
자 부인이 되기 위해서는 이것은 이러해야 하고, 저것은 저러해야 하고, 이래
서는 안되고, 저래서는 안되고…” 끝 없는 잔소리와 요구를 듣다가 어느날 
아내는 내게 말했습니다. “저도 평범한 한 여자예요.” 그 말에 충격을 받
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는 그동안 선생과 제자처럼 살았지, 남편과 아내로
서 산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이후로 나는 아내를 아내로써 받아주고 내 제자
로 여기지 않으려고 노력을 해왔습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된
다는 이 진리를 우리는 그렇게 해서 깨우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가끔씩 말
다툼도 하고, 짜증도 내고, 상대방에 대하여 불평과 불만을 품기도 하지만, 
상대방을 내 방식대로 만들어내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같은 생각을 
갖고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연애 시절부터 지금 까
지 26년 가까운 세월을 우리 부부가 함께 지내 오
면서 한 가지 절대로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 있습니다. 같은 신앙을 갖고 있
다는 사실, 함께 한 하나님을 사랑하고 있다는 이 사실이 부부생활에 있어
서, 자녀를 기르며 한 가정을 이루어가는 데 있어서 얼마나 엄청난 축복인가 
하는 것입니다. 나와 내 아내가 같은 신앙을 갖고 있고, 영적으로 같은 세계
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연애 시절부터 지금 까지 누리는 복은 그 어
떤 다른 좋은 것과도 바꿀 마음이 없습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 생활의 중
심에 계셨고, 그것 자체가 엄청난 축복이었습니다. 같은 신앙을 가진 남자
와 여자가 만나서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고, 그러다가 부부가 되어 평생을 
같이 산다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도 큰 축복이라는 것을 우리 부부는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맘에 들면 신앙은 별 문제 아니라며 가정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그래서 우리는 위태위태 해 보입니다.그리스도 안에서 맺어지는 젊
은 사람들을 보면 그래서 우리는 사랑스럽고, 복스럽고, 대견스럽고, 마음 든
든합니다. 

금년 여름에는 부부가 함께 행복을 나누어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면 좋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