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균 칼럼> 우선순위 바로하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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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균 칼럼>

우선순위 바로하기(1) 

정창균 목사 / 본보 편집위원, 새하늘교회

한달쯤 전이었습니다. 방학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모처럼 온 가족이 
외출을 하였습니다. 오랜만에, 아니 처음으로 온 가족이 영화관에서 영화 한 
편을 같이 보는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였습니다. 다음 상영까지는 아직 시간
이 많이 남아 있어서 햄버거를 하나씩 사 먹은 후 아래층의 서점으로 내려갔
습니다. 이책 저책 들추어보는데 눈에 번쩍뜨이는 책 한 권이 있었습니다. 그
래서 망설임 없이 그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적지 않은 값을 거리낌없이 지불
하며 그 책을 산 이유는 다만 한 가지, 그 책의 목차 가운데 한 대목이 저의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것 저것 집적거리지 말고 제대로 집중하
라.” 그 책 제2장의 타이틀이었습니다. 정신이 없을 정도로 너무나 바쁘게
만 살고 있는 우리들의 급소를 찌르고 있는 것 같아서 그 책에 매력을 느낀 
것입니다. 

할 일이 너무 많고,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고, 하고 있는 일이 너무 많은 
것, 그래
서 이 일 집적 저일 집적으로 정신 못차리게 바쁘고, 해도해도 일은 
끝이 없고, 결국 기진맥진한 채 무엇엔가 질질 끌려가듯이 살고있는 것이 우
리들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저는 가끔씩 합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인생
이란 그런 것이려니 하며 당연히 그렇게 살고 있고 오히려 그것을 부추기는 
이 사회의 풍조입니다. 정신 없이 바쁜 것이 미덕이 되고, 사는 보람이 되
고,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근거가 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일입니
다. 그렇게 바빠야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끝에 무엇이 있길래 그렇게 바
쁘게 살아가야 되는 것인지에 대하여 확신도 의식도 없이 그냥 바빠야 되니
까 바쁘게 살고 있다면 그것은 큰 일입니다. 어떤 일로든지 바쁘지 않으면 왠
지 남보다 뒤쳐지는 것 같아서 무엇이든지 하여튼 바쁘게 하는 일이 있어야 
안심이 되는 인생을 살아서야 되겠습니까? 바쁘게 할 일이 없으면 왠지 인생
이 쓸쓸하고 공허한 것 같은 감정에 사로잡히기 때문에 은퇴한 이후의 많은 
한국 사람들은 급속히 노쇄현상을 일으킨다는 분석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것
이 두려워서 훌훌 털고 일찍 자리를 내주고 은퇴하는 것을 그렇
게 두려워하
는 이들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동남아에서 온 외국 노동자들이 우리 나라에 와서 제일 먼저 배우는 말이 두 
가지라는 이야기를 얼마 전에 어느 라디오에서 들었습니다. 첫째는 “때리지 
마세요. 나도 사람이에요”라는 말이고, 둘째는 “빨리 빨리”라는 말이라
는 것이었습니다. 출연자들은 농담삼아 웃으며 그 말을 했지만 저는 큰 충격
을 받았습니다. 이 둘 다 우리의 “바쁨”의 생활철학과 습관이 만들어 낸 결
과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악한 민족이 아닙니
다. 특히, 약한 사람들에게 동정심이 많고 낯선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풀기를 
좋아하는 민족입니다. 그런데 바쁨의 철학은 모든 일을 빨리빨리 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나 사명으로 여기게 만들었고, 그러다보니 눈돌아가는 소리가 들
릴만큼 바빠야 안심이 되는 이 바쁨의 생활에 익숙하지 못한 더운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일이라고 하는 짓거리들이 맘에 차지를 않고 그러다보니 답답하
고 그러다보니 짜증나고 그러다보니 화가나고 그래서 손이 올라가서 몇대 쥐
어박고… 그래서 그들의 입에서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이 
땅에서의 자기 의
사표시의 첫마디가 “때리지 마세요. 나도 사람이에요”가 아니었을까 하고 상
상해 본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시간의 제약 때문에, 그리고 우리의 능력의 한계 때문
에 어차피 하고 싶은 일 다 할 수 없고, 어차피 해야 할 일 다 할 수 없고, 
어차피 지금 하고 있는 일 다 내가 마무리 할 수 없습니다. 지난 달 어느 날
인가 아침에 책상에 앉아서 그날 해야될 일,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니 스
물 다섯 가지 였습니다. 그 일을 다 하려면 그날 하루가 적어도 55시간쯤 되
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 일 가운데 몇몇은 나 자신의 능력의 한계 
때문에 그날 하루가 60시간으로 길어진다 하여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그날 저는 두가지 일인가 하다가 말았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어차피 할 
수도 없었을 스물 다섯 가지 일에 얽매여 종일 분주하고 쫓기고 초조하고 불
안해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래도 중요한 일을 두가지나 했는데도, 오늘도 아
무 일도 하지 못하고 지나가버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그렇게 하루를 산 것
이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하루를 이렇게 산 것이야 대수롭지 않을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이러다가 일생을 이렇게 살아버리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생각
이 떠올랐습니다. 정말 이렇게 정신 없이 바쁘게 살아야 되는 것인가요? 인생
의 목적은 바쁘게 일하는 데 있는 것인가요?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요? 다음
에 계속해서 이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