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크리스천인가?_이윤호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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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20>

나는 크리스천인가?

이윤호 집사_’선교와비평’ 발행인

31문> 그분을 왜 그리스도, 곧 기름 부음을 받은 자라 부릅니까?
답> 왜냐하면 그분은 성부 하나님으로부터 임명을 받고 성신으로 기름 부음
을 받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우리의 큰 선지자와 선생으로서 우리의 구
원을 위한 하나님의 감추인 경영과 뜻을 온전히 계시하시고, 우리의 유일한 
대제사장으로서 그의 몸을 단번에 제물로 드려 우리를 구속하셨고, 성부 앞
에서 우리를 위해 항상 간구하시며, 또한 우리의 영원한 왕으로서 그의 말씀
과 성신으로 우리를 다스리시고, 우리를 위해 획득하신 구원을 누리도록 우
리를 보호하고 보존하십니다.

32문> 그런데 당신은 왜 그리스도인이라 불립니까?
답>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어 그의 기름 부음에 참여하기 때문입니
다. 나는 선지자로서 그의 이름의 증인이 되며, 제사장으로서 나 자신을 감
사의 산 제물로 그에게 드리고, 또한 왕으로서 이 세상에 사는 동안은 자

롭고 선한 양심으로 죄와 마귀에 대항하여 싸우고, 이후로는 영원히 그와 함
께 모든 피조물을 다스릴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가리켜 크리스천이라 부릅니다. 사람들은 왜 우리를 
크리스천이라고 부를까 한번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는 왜 스스로를 크
리스천이라 여기며 살아가고 있을까 자문(自問)해 봅니다. 이에 대한 간단
한 답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믿으니 크리스천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예수님
을 믿는다는 것이 어떤 방면에서 어떤 모양으로 드러나는지에 관해서는 다
시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크리스천 의식 재고해야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크리스천으로 여기는 이유에 관해서는, 아마 그들과
는 달리 일요일이 되면 만사를 제쳐놓고 교회에 가는 것이 우리를 크리스천
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일지 모르겠습니다. 세상 사람들처럼 흥청망청 술 마
시는 일도 절제하고 거짓말도 상대적으로 적게 하여 도덕적으로 좀 더 나은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로 비추어지기도 할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의 눈은 우리가 교회에 연보를 하는 것을 의아해 하며 그것을 
크리스천의 조건으로 볼지
도 모르겠습니다. 사회의 구석진 곳을 돌아보는 사
랑의 정신이야말로 크리스천이 소유한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이들도 있을 것
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크리스천이라 부르고 있으
며, 어쩌면 우리도 크리스천을 규명하는 이러한 기준들에 만족해할지 모르겠
습니다. 
사도신경에서는 주님을 예수라 칭할 뿐 아니라 ‘그리스도’라 칭합니다. 
우리는 당연히 그리스도(Christ)를 따르기 때문에 크리스천(Christian)입니
다. 그런데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서 지적하는 크리스천의 의미는 일반적
으로 생각하는 우리의 기준과는 다른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천은 바
로 그분의 ‘기름부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2문). 
그리스도라는 말이 바로 ‘기름 부은 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
름 부은 자는 어떤 특별한 직무를 위해 구별되고 권능을 부여받은 자를 의미
합니다. 구약 시대 때 이런 특별한 직무를 위해 기름 부은 자들은 선지자와 
제사장 그리고 왕이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을 완벽하게 보여주신 가장 큰 선지자였습니다. 예수
님은 죄없는 자신의 몸으로 
완전한 제사를 드린 대제사장이었습니다. 예수님
은 그의 왕국 백성들을 직접 다스리고 보존하시는 권세 있는 왕이었습니다.
크리스천이 된다는 것은 그의 기름부으심, 즉 선지자 되심과 제사장 되심
과 왕 되심에 참여하는 사람이 된다는 뜻입니다. 선지자인 우리의 입과 행동
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복음이 선포되어야 하고, 제사장인 우리는 우리 몸을 
산 제물로 드림으로 하나님과 교통해야 하며, 왕인 우리는 교회를 기웃거리
는 죄악들과 싸워서 우리의 왕국을 지켜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직무
를 다하는 사람이 크리스천인 것입니다.

알맹이 없는 크리스천 탈피해야

그리스도는 메시아와도 같은 말입니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은 오랫동안 
그 메시아를 기다렸습니다. 대다수의 백성들은 메시아가 이 땅에 오심으로
써 다른 나라로부터의 압제에서 벗어나고 이 땅에서 영광스러운 백성이 될 
것으로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도래한 메시아의 모습은 그들의 생각
과는 달랐습니다. 그래서 메시아를 기다리던 그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배척했
던 것입니다. 그들은 메시아의 속성을 오해한 채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었던 

입니다. 
오늘 우리는 그리스도의 성품에 참여하는 크리스천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옛날 이스라엘 백성들이 메시아의 속성을 모르는 채 메시아를 대
망했던 것처럼 우리는 크리스천의 의미를 명확히 모르는 채 크리스천으로 살
아가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크리스천이라는 말속에서 선지자적 역할과 제사장적 역할, 그리고 왕적 역할
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우리 역시 그리스도에 대해 크리스천에 
대해 잘 못 알고 있는 경우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