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다시 천국이 되고_추둘란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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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그늘 아래서 

마음은 다시 천국이 되고

추둘란 집사_수필가, 홍동밀알교회

“지옥에 가서 우리가 저렇게 타 죽어야 하는데”

보름 전 목장예배 때의 일입니다. 남편은 한 목원의 밥을 많이 푸지 않았다
는 핀잔으로 내 마음을 흔들어 놓더니, 예배가 끝나면 1박 2일 워크샵이 있
어서 태안으로 곧바로 가야한다며 미안한 기색도 없이 말하였습니다. 

유난히 남편 핀잔 가슴에 닿아

내 마음은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고 목장예배 내내 나눔이나 기도에 집중하
지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몸이 지칠 때로 지친 상태라 어느 때보다 위
로와 칭찬이 절실히 필요한데도 남편은 그렇게 하기는커녕 불난 집에 부채질
을 하고 만 것입니다. 
작년에 비해 올해에 직장일과 부업의 양이 많아져서 종종거리며 일주일을 삽
니다. 그런 상태로 금요일 오후에 퇴근하자마자 부리나케 달려와 목장예배
의 애찬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느 때면 예배 30분 전에 와
서 아이들을 봐주거나 쓰레기통을 비우
고 방청소를 해주던 남편이 그날따라 목장예배 시간에 목원들과 딱 맞춰 들
어오는 바람에 어떻게 청소를 하고 식탁을 차렸는지 정신이 나갈 정도였습니
다. 그런 사정을 뻔히 아는 남편이 핀잔을 하였으니 철커덕 마음의 문이 닫
혀 버렸고, 예배 끝나고 설거지도 나더러 하라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습니
다. 
그 일로 드디어 부부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입장이 있고 
이유가 있고 정당함이 있으니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싸움은 하루를 지나 이
틀, 사흘 계속되었습니다.
급기야 주일낮 예배가 끝나고 목사님이 나와 남편을 불렀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가 겉도니 서로에게 직접 말하지 말고 목사님을 거쳐서 말하도록 해 주
었습니다. 중간에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무려 3시간을 이야기했으나 결론은 
나지 않았고 남은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었습니다.
그런 상태로 목장예배가 다시 돌아왔고 편한 마음으로 애찬을 하지 못하니 
나는 급기야 체하고 말았고 예배 중에 나이 많은 목원들 계신 데서 드러눕
고 말았습니다. 
갈등은 계속되었습니다. 주말에 남편은 나를 뺀 채 아이들만 데리고 
대천으
로 기차여행을 떠났습니다. 어차피 나는 부업 때문에 주말에 시간을 낼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보란 듯이 나를 빼놓고 나들이를 가다니 가슴만 시렸습
니다. 
그날 저녁, 사위는 어둑어둑해졌지만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서 여기저기 갈 
데를 꼽아 보았습니다. 직장 동료에게 가서 하룻밤 재워달라고 할까, 차를 
몰아 아무 데로나 끝까지 가볼까 별의별 생각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갑에는 달랑 5천원밖에 없고 마땅히 반겨줄 사람도 찾지 못해서 하릴없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방에서 풍선을 갖고 노는 아이들의 기분은 나의 기분과는 사뭇 대조적이었습
니다. 말할 힘조차 없어서 작은방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버렸습니
다. 성경공부 숙제도 덜 했건만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일지 않았습니다. 
무거운 얼굴로 주일 예배에 참석했는데 예배가 끝난 뒤에 목원들의 따뜻한 
인사와 격려를 받자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그 격려로 성경공부에 참
석할 만한 힘도 얻었습니다. 
그날 성경공부 시간에는 소각식을 가졌습니다. 자신의 온갖 상처와 치유 받
아야 할 일을 허심탄회하게 쓰고, 용서를 받아야 할 사람과 
용서를 해 주어
야 하는 사람에게 적나라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어 편지를 써오는 것이 숙
제였습니다. 그리고 써온 것을 촛불 앞에서 읽고 항아리 안에서 소각하는 의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차례대로 집사님들이 기도하고 편지를 읽고 소각을 할 때마다 내 속
이 얼마나 후련해지고 통쾌해지는지 항아리에 새겨진 십자가 사이로 활활 타
는 편지의 불꽃이 보일 때마다 기쁨의 탄성을 지르고 싶었습니다. 불꽃을 보
며 지옥도 생각했습니다. 지옥에 가서 우리가 저렇게 타 죽어야 하는데, 편
지가 대신 타는 듯이 느껴졌습니다. 드디어 나의 차례, 그리고 남편의 차례
가 되었습니다.
소각을 하고 온 사람에게 나머지 사람들이 합심하여 기도를 해주는데, 남편
은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나는 어느 때보다 목청을 드높여 기도하였습니다. 
얼마나 홀가분하고 얼마나 개운한지 마음을 그렇게 짓눌렀던 모든 괴로움이 
한번에 날아가는 듯하였습니다.
소각식이 끝나고 자리를 정돈할 때 나는 남편에게 ‘싸우는 거 재미없네요. 
그만해요. 바가지 긁는 대신 기도할게요’라고 넌지시 쪽지를 건넸습니다. 
천국과 지옥은 마음속에도 있습니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내 마음은 분명히 
지옥이었습니다. 기도를 해도 하나님 앞에서 돌아앉아 울고 있는 내 모습만 
느껴졌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십자가에서 내 모든 죄가 불타 없어져 버렸
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내가 새사람으로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마음은 다시 천국이 되었습니다. 
이틀 후, 목사님한테서 문자가 왔습니다. 소각식 때 한 사람씩 안수기도를 
받았고 말씀을 받았는데 그때 하나님이 내게 주신 말씀이었습니다.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가운데 계시니 … 그가 너로 인하여 기쁨을 이
기지 못하여…” 하나님이 나의 수고를 다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들고 피곤한 것도 아시고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려는 온갖 
섬김도 매순간 보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 속에는 천국과 지옥도 있어

기쁘고 좋았습니다. 그 어떤 위로보다 강하고 강하여 다시 일어설 힘이 솟았
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꺼내어 보며 주님 음성 다시 새기려고 당장 
핸드폰에 메모를 해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