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의 여름을 보내면서 _김영자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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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포에서 온 편지

또 한 해의 여름을 보내면서

김영자 사모_채석포교회

거실 유리창에서 환히 보이는 곳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자연의 넓은 
정원이 있습니다.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해송이 거구를 뽐내며 서 있고, 교
회 앞뜰에는 세 그루의 벚나무가 인사를 하듯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서 있습
니다. 세 그루의 벚나무는 계절마다 다른 옷으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
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정원 만끽해

늦게 찾아오는 이 곳의 봄은 봄의 전령사인 꽃 잔디와 함께 어우러져 화사
한 흰 꽃구름으로 봄을 노래하며, 봄이 끝날 때쯤이면 벚꽃이 지면서 꽃비
를 뿌리며 여름을 기다리게 합니다. 또 여름에는 무성한 잎으로 시원한 그늘
을 선물하고, 매미들이 모여서 합창하는 음악교실을 선물합니다. 겨울에는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겨울의 정취를 선물합니다. 
이곳의 여름은 교회의 수련회 팀들의 방문으로 시작합니다. 교회 주변의 소
나무 숲과 넓은 모래사장을 
자랑하는 해수욕장, 갯벌에서 조개잡이를 경험하
면서 많은 교회가 수련회를 통하여 흩어졌던 마음을 모으며, 나태해졌던 신
앙 훈련을 통하여 영적인 기쁨을 누리며, 심신을 단련합니다. 
그동안 쌓였던 심신의 피로를 씻고, 영적인 각성을 통하여 신앙의 새 힘을 
얻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교회들의 내일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지금
까지 채석포교회를 찾아주신 많은 교회의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한편 많은 교회가 이곳을 이용하기 때문에 때로는 아쉬움을 남길 
때도 있었습니다. 약속한 날짜를 어기고 아무런 연락도 없거나, 에어컨이 없
는 관계로 일방적으로 취소를 하는 경우 등이 여름이면 몹시 힘들게 합니
다. 
그래도 금년에는 예배당과 부속 건물을 새로 건축하고, 수돗물도 끌어들여
서 많은 불편을 해소하여 교사와 학생들 그리고 봉사원들이 즐거운 모습을 
보이니 너무 좋았습니다. 여러 가지로 불편하지만 서해 바다의 아름다운 풍
광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입니다. 
벌써 채석포에서 여덟 번째의 여름을 보냅니다. 우리가 이곳에 온 그 겨울에
는 눈이 어찌나 많이 왔는지 기억에서 지워
지지 않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
이 이곳을 다녀갔습니다.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서 오기도 하고, 도시에서 지
친 몸을 추스르고 새 힘을 얻기 위해서 다녀가기도 했습니다. 
감사한 것은 우리를 찾는 모든 이에게 행복한 모습으로 보였고, 자유로움과 
넉넉한 모습으로 비춰진 것입니다. 시골의 목회도 메마르지 않다는 것을 직
접 보고 힘을 얻고 돌아가는 이들이 있었음을 감사드립니다. 친구들이 찾아
왔다 돌아갈 때는 외로움도 있었습니다. 
금년 8월에는 남편의 9회 동문들이 이곳에서 모였습니다. 외지고 먼 길을 싫
다하지 않고 찾아온 모든 우리 동문들에게 그리고 함께 오신 사모님들에게 
따뜻한 정을 느껴봅니다. 20년을 넘어 함께 걸어온 세월만큼 동문들의 머리 
위에도 세월의 흐름의 자취가 역력하였습니다. 
각기 정서가 다르고 생활이 다른 곳에서 목회를 하다가 19번째 만나는 모임
이었답니다. 나이 들어 오랜만에 만나는 동문들의 모습에서 끈끈한 정이 묻
어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룻밤을 함께 보내면서 목사님들은 목사님들대로 
이야기를 나누고, 사모들 역시 따로 모여서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밤새워 나
누었습니다. 자신
들이 걸어온 길을 이야기하면서 같이 웃고 같이 울었습니
다. 
이제는 남기고 숨길 것이 없는 나이가 되었기에 깔깔거리고 웃다가 어느 사
모님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함께 울고 걱정하면서 인간다운 정을 느껴보았습
니다. 자신이 포장되었을 때는 외롭고, 거북하지만 그 포장을 벗어버리고 자
신의 본래의 모습을 보일 때 가장 행복하고 가장 진지해지고 함께 라는 의식
을 가질 수 있음을 발견하는 귀한 순간이었고, 형님 아우 언니 동생이 될 
수 있었던 귀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채석포 정원에는 매미의 울음소리 대신에 귀뚜라미의 울음이 들리며 벚나무
의 이른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지면서 가을을 맞이합니다. 또 한 해의 여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내 인생의 여정에서 몇 번의 여름을 보낼 수 있으며, 채
석포에서의 여름은 언제까지일까 생각해 봅니다. 

오랜만에 사모들과 회포 풀어

이 여름에 친구들과의 만남은 내 삶의 한 조각 한 조각들을 모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나의 인생의 풍요로운 가을을 맞이하기 위한 시간들이 될 것입
니다. 이렇게 또 한 해의 여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