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소리_데이지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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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에 쓴 편지(30)

늙어가는 소리

Mrs. Daisy Sung_미국 포들랜드 한인 문화방송실 

언제부터인가 “젊음은 아름다움”이란 정의를 만들어서 되뇌는 버릇이 생겼
다. 이것은 그 젊음의 한때를 지나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점차적인 과정
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즉 겉모양을 두고 말한다. 

젊음에 대한 추억 날로 새로워

사람들마다 차이야 있지만 머리에 새치를 발견하게 되면 “어머, 나도 새치
가 있네”라고 신기하기도 하며 성숙했다는 의미로 반가워하는 때가 있다. 
아직 늙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을 때 그렇다. 소녀 시절
에는 멀리에만 있어 보이던 아가씨 때가 지나고 어느새 아줌마가 되어서 남
들 가는 대로 기러기 줄지어 날아가듯 그대로 살아가면서 세월을 사는 게 인
생처럼 보인다.
의학계에서는 평균 잡아 25세 경부터 노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사실 그
것이 너무 엄연한 현상인 것은 주변 사람들이나 TV화면을 보면 더 쉽게 평가
된다. 말똥이 굴러만 가도 
웃음이 난다는 그 사춘기를 지나는 나이에서 20
대 초반의 젊은이들은 향기를 머금어 싱싱하고 탄력이 있다. 피곤한 줄을 모
르고 밤을 새우고, 두려움 없이 무슨 일에나 뛰어든다. 그렇게 국가가 청년
들을 징집할 나이 때가 가장 힘있고 건강할 때이다. 
그것도 잠시 25세를 지난 후로는 더 이상 밤새우는 일은 못하겠다고 하고 공
부하는 기억 능력도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신체가 성장을 멈추더니 
곧 겉가죽이 늘어지고 쳐지기 시작하면서 얼굴에 나이를 말해주는 주름의 골
은 깊어지고 길이도 길어지기 시작한다. 
그리하더니 곧 ‘늙기도 서럽거늘…’을 부쳐 “입에서 신 것이 안 당기
네”를 읊으며 날씨가 흐리면 온몸이 쑤시네, 음식 맛이 옛 맛이 아니야라
고 자기도 모르게 투덜거리게 된다. 잠도 덜자고 점점 몸이 삐걱거리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잠간의 피곤도 참기 힘들어지면 혹 어디에 암이라도 생기
기 않았나 두려워하며 신경쇠약, 혈압약, 당뇨약 등 먹는 약이 하나둘 늘어
만 간다. 이 때는 이미 한창 때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갔다는 것을 말해 준
다. 
얼굴을 당기기도 하며, 주름을 펴고, 땜질을 해봤자 몇 년밖에 
못 가고 분장
의 한계가 보이면 포기하는 법도 배워지게 된다. 큰 모임에나 오랜만에 사람
들을 만나면 많이 늙었느니 배가 나왔느니 그런 억지 웃음으로 인사도 나누
며 돌아서서는 누구누구 들어가며 궁금하여 남의 자식 얘기까지 옛 이야기
에 추억을 먹으며 위로 받으려 한다. 찍어놓은 사진들도 한창때의 사진만이 
좋아 보이듯 말이다. 
예전에 어떤 중년이던 아저씨가 염색하지 않아서 눈에 띄는 하얀 머리로 
“50대면 아직도 한창이네. 내가 한 10년만 더 젊었어도 하고 싶은 것 다 해
보겠네”라며 말끝을 흐린 적이 있었다.
어떤 시점이든 뒤돌아보기 시작하는 때가 되면 “아직은 이만하면, 이만하
면” 하면서 자신의 늙어감을 감추고 싶어한다. 드디어 모든 일에서 손을 떼
게 되면 “죽는 날만 기다리고 산다” “아침에 눈을 뜨면 또 하루는 사는구
나” “앞으로 몇 년만 더 살고 죽었으면 좋겠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
더라”라는 등 세월이 화살이 아니라 총알같이 빠르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
다. 
그러다 보면 하루 세끼 먹고 몇 번 화장실 왔다 갔다 한 것이 하루 종일 한 
일의 전부였어도 그 지루함을 지루함으로 느끼
지 못하는 때가 온다. 젊었을 
때 큰소리치던 패기는 다 어디로 갔는지 “그렇게 늙을 때까지 살고 싶지 않
다” “일찍 깨끗할 때 죽겠다”더니 다들 그냥 앉은자리, 누운 자리에서라
도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하는 그런 마음이 된 것은 심어진 생명의 끈의 아
쉬움과 건너편 죽음의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리라. 
여기 사람들은 “우린 늙는 게 아니라 더 나아지고 있는 거야”(We are not 
getting old, just we are getting better)라며 농담 삼아 주고받을 때가 있
다. 그렇게 나이가 들면서 급하던 성격도 누그러지고, 남을 욕하고 싶던 마
음도 삼킬 줄 알고, 남의 허물도 덮어주는 여유가 생기며, 어려운 사정에 같
이 마음 아파하며 긍휼을 베푸는 것은 사랑의 의미를 터득해 간다는 뜻이 아
니겠는가. 사도 바울이 ‘겉 사람은 후패하나 우리의 속은 날로 새롭도다’
(고후 4:16)라고 말한 대로다. 
한창 때의 그 황금보다 귀한 다시 가져보지 못할 반짝이던 고운 피부와 찰랑
거리던 머릿결이 얼마나 그리우면 ‘청춘을 돌려다오…’라 땅을 치며 목
청 높여 노래 부르고 싶어졌겠는가. 그렇게 가장 아름다울 때 청춘의 뜨거
운 사랑을 나눌 
수 있을 한때도 눈 깜짝하는 순간인 것은 지나고 나면 알게 
된다. 

청춘의 사랑도 잠시 잠깐일 뿐

사람의 육신이 늙어가며 종착역에 이르기 전에 꼭 한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
는 무엇으로도 살 수 없고 바꿀 수도 없는 구원의 확신이다. 그리하면 얼마
나 늙었든지 또 언제 죽게 되든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