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쳐 힘이들 때…” _이강숙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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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사색四人四色 칼럼

“내가 지쳐 힘이들 때…”

이강숙 집사_순천제일교회

2005년의 가을, 올 가을은 10월 초하루 날부터 중 3인 아들이 구안와사증으
로 한방 병원에 입원을 하며 시작되었다. 개인적으로 내겐 이 가을이 사십대
의 마지막 가을이라며 올핸 꼭 무엇인가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일을 하고 싶었
고 나만의 시간을 갖겠다고 맘속으로 다짐을 한 그런 가을이었다. 또한 올해
로 결혼 25주년이라 남편과 함께 미국에 있는 조카 결혼식에 참석도 하고 아
울러 여행도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던 중이라 아들의 구안와사증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여
정으로 잠시 다녀와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 아
들의 충수염(맹장염)까지 겹치게 되었다. 결국 여행 계획을 포기하고 떨어지
지 않는 발걸음으로 남편을 떠나 보내야 했다. 그래서인지 매일 맘이 놓이지 
않는다면 전화를 하는 남편의 마음이 측은하기도 했다.

아들이 입원하기 한 닷
새 전부터 얼굴 오른쪽이 조금 얼얼하다며 귀 뒤가 아
프다고 하소연을 했었다. 그리고 춥다면서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면서도 얇
은 이불로 다리부분을 덮으며 공부를 했었다. 나는 단지 단순한 감기려니 하
며 감기약을 주었지만 차도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마침 큰 아이 학교에서 일
년에 한번씩 하는 축제가 있어 그 일에 열중하느라 사흘을 그냥 무심코 보내
버리고 말았다.

축제가 끝나고 뒷날 아침 아이를 살펴보니 얼굴 반쪽에 문제가 생겨버렸다. 
눈꺼풀, 콧날, 입술 등 정말 반이 움직이지 않았다. 눈도 정확하게 감기지 않
았고 코를 움직여도 반만 움직이고 입술은 자꾸 성한 쪽으로 돌아가는 것처
럼 보였다. 

급기야는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한다는 소리에 문제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졌고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병 자체는 그리 대수롭지 않
지만 그로인해 아이가 받을 상처가 크지 않을까 하는 염려로 마음만 급하고 
당황되었다. 입원 첫날부터 검사를 하고 양방보다는 한방이 낫다는 생각에 한
방병원에 입원을 하니 분위기가 한결 나아졌다.

병동입구에 간호사가 있는 병동환자들의 스케줄 표에 
양방병원은 모두 영어
로 기록이 되어 있지만 한방병원에는 모두 한자로된 문구들이다. 우리 애는 
구안와사, 앞에 있는 아저씨는 수족탄탄(수족마비환자)이라고 기록되어 있었
다. 복도에 걸려있는 액자들도 약초로 쓰이는 식물들의 그림이 어디에 쓰이는
지를 설명해주며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고 있었다. 작약, 구절초, 하눌타
기, 도라지, 등등.. 

이렇게 병원을 내 집처럼 자고 먹고 치료를 시키면서 집으로 병원으로 들고 
날고 하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위의 분들이 관심과 사랑으로 기도를 
해주시고 염려의 전화와 방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시댁 어른들은 큰 애가 태어났을 때 아프더니 그 영향이 아니냐고 걱정을 하
시고 매일같이 오셔서 운동시키고 맛사지도 하라고 일러주시고 음식 조절해
야 한다면 서 무엇하나 선뜻 사들고 오지 못함을 마음 아파하셨다. 워낙 먹거
리에 관심이 많은 우리 집안의 내력이기도 했다. 서울에서 사시는 친정 엄마
는 오자니 내게 짐이되겠고 안 오고 바라만 보자니 맘만 타시는지 연신 전화
로 어떻하냐 하며 근심을 토해내셨다. 

교회에서는 교회대로 심방에 기도로, 멧세지로 매
일 나의 근심과 아들의 염려
를 아끼지 않으시니 이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님을 실감케 했다.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 교회문화공동체 지체분들도 전화해 주며 쪽지로 안부와 근심
을 함께 나누어주고 사랑을 보내주셨다. 

내가 힘들어 지칠 때 나를 위로하시며 나를 안아주시는 이웃과 나를 알고 있
는 모든 분들의 사랑을 확인할 때 나는 삶에 희망을 가지며 살만한 세상임을 
확인하게 한다. 절대자이신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며 그 사랑을 지팡이 삼아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을 의지하게 하시고 온전히 살아가게 하시
는 그분이 있어 행복하기만 하다. 

마흔 아홉의 가을을 성숙한 여인으로 만들어준 우리 아들에게도 언제나 주님
의 손길과 주님의 깊으신 그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게 하는 지혜를 소유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