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십자가 안고 기도하기를”
민경희 사모_평안교회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미국장로회총회 파송목사로 기관에서 섬기던 형부는 사
임하고 ‘한국사람 없는 곳’을 인터넷으로 뒤져서 미국 몬타나의 시골로 들
어가 ‘돈 떨어지면 오겠다’며 자비량 선교사처럼 사역을 하고 있다. 그래
도 디아스포라처럼 흩어진 ‘한국사람’은 신기하게 그곳에도 있어서 10가
정, 여자만 열 사람이 모인다고 한다.
5월이 돼야 화분을 밖에 내놓을 수 있고 10월이면 다시 눈이 내리는 곳, 한
번 눈이 오면 일주일도 계속해서 눈이 내려 쌓이는 곳에서 2년 사역을 하고
는 언니는 봄에 잇몸이 붓다가 결국 윗니 하나가 뽑히고서야 치료하러 귀국해
서 여름 내내 치과 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겨우 끝내고 몸보신을 해야 할 판
에 검진을 받다가 우연히 대장에서 종양이 발견됐다. 암으로 전이되기 직전
의 관상선종이고 내시경으로 떼어낼 수 없는 크기라서 대장을 절제하는 수술
n을 받았다.
언니의 ‘종양’ 발견
수술실에 언니를 들여보내고 혼자 수술실 앞에 앉아서 ‘수술실’ 글씨를 물
끄러미 바라보았다. 눈을 감고 기도하지도 못하고 “하나님 아버지, 오직 아
버지 한 분만 온전히 의지한 거 아시지요? 의사 손에 언니를 맡긴 것이 아니
라, 그래서 언니가 쉽게 회복될 걸 알아요.” 혼자 중얼거리면서, 아직도 심
호흡을 해야 기억할 수 있는 벌써 2년이 넘은 여러 번의 수술과 오랜 병상이
생각나기도 하고, 나는 목에 걸린 십자가를 만지작거리며 수술실 앞에서 하나
님께 언니를 의뢰했다.
회복실로 옮겨졌다는 전갈을 듣고 바로 형부에게 전화를 했다. 스무살 대학
시절에 만나서 환갑이 넘기까지 자녀도 없이 둘만 사는 부부, 서로 감기만 걸
려도 염려하고 돌보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처음 석 달이나 떨어져 있는 것도
어려운데 아내가 수술하는 걸 곁에서 지키지 못하는 형부는 매일 전화로 미안
하다, 사랑한다, 언니를 위해 기도한다. 전화를 바꿔서는 언니를 부탁한다
고,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해서 우리를 안타깝게 했다.
“벌써 끝났어? 오래 걸릴까봐 … 감사합니다. 고마워. 나 … 금식하고 불
도
켜지 못하고, 계속 무릎 꿇고, 십자가를 가슴에 안고 기도하고 있었는데, 감
사합니다. 정말 고마워…” 이런 모습의 형부는 처음이다.
형부의 절절한 기도 다가와
나는 지난해 처음 목걸이를 샀다. 내가 스스로 목걸이를 하고 싶어서 돈을 주
고 산 것이 이 나이에 처음이다. 혼인하면서 패물로 받은 것은 사업을 하는
동안 다 팔아 썼고 그렇게 없애기에 너무 아까운 것은 고마운 분들께 전부 선
물로 주어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패물은 아무것도 없을 뿐 아니라 젊어서
도 액세서리를 하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고, 아무튼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이
다.
후에, 그것이 어린 시절 이혼하신 부모님들 때문에, 자녀를 넷이나 두고 혼
자 떠나신 어머니 때문에, 여자라서 어머니가 겪은 아픔이라 생각했던지 아무
튼 보통의 여자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기를 치장하는 어떤 것도 하지 않고 자
랐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야 그런 기분이 회복된 것인지 한번 목걸이를 하
고 싶어서 잘 세공된 체인을 얼마동안 걸고 다니다가 반짝이는 십자가를 사
서 달았다.
십자가는 감히, 결코 액세서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십자가를, 그것
n도 번쩍이는 십자가를 귀에, 가슴에 달고 다닐 수 있을까? 어떻게 십자가로
자신을 장식한단 말인가? 십자가를 달고 부끄럽지 않게 살 수는 있는 걸까?
무슨 부적도 아닌데 몸에 지니고 다니나? TV를 보다가도 요란한 옷차림에 형
태를 바꾼 커다란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있는 연예인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기
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처음 하는 목걸이가 바로 십자가 목걸이다. 신
기한 것은 언니도 나와 다를 바가 없었는데 2년 만에 만난 언니 목에 내 것
과 똑같은 디자인의 십자가 목걸이가 반짝이고 있었던 것이다.
십자가 목걸이 낯설지 않아
우리 교단은 예배당에 성상이나 십자가로 치장하는 것을 금하고 있는데, 개척
했던 곳에서 8년을 사역하고 지금 이전한 교회에는 파란색과 가운데는 빨간색
이 비치는 아크릴 십자가가 강단 중앙 벽에 설치되어 있다. 나무 십자가도 아
니라서 더 마음에 들지도 않고 품위 없는 모양이지만 떼어 내버릴 수도 없
고, 어느 날 불도 켜지 않고 기도하다가 언뜻 눈을 들어 보았던 그 십자가 때
문에 울컥 눈물이 솟던 일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기도시간에는 십
자가에만 불을 켜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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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마음 아픈 사람을 만나 상담하면서 속으로는 “주님” 부르짖듯 내 영
혼은 주를 찾으며 탄식처럼 깊은 숨을 내쉬는 나는, 나도 모르게 목에 걸린
십자가를 만지작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