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받은 첫번째 편지_이강숙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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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받은 첫번째 편지. 

이강숙 집사/ 순천제일교회

2005년 을유년이 밝았다고 여기저기서 메시지가 오고 전화가 오고 가며 전자
우편으로 새해 인사를 나눈다. 갖은 모양의 닭들이 캐릭터와 되어 거리에 나
오고 좀더 열심히 살아보자는 
나름대로의 각오들을 단단히 하는 모습에서 새해를 느낀다. 
새해를 맞아 첫 편지를 받아든 나는 너무 기쁜 마음에 한동안 넋을 놓고 있
었다. 벚꽃 잎을 말려서 편지지에 곱게 붙이고 ‘막내 조카며느리에게’ 라
고 시작한 편지는 읽어 내려가면서 마지막 구절을 읽을 때까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곱게 써 내려가신 달필에도 놀랍지만 60이 넘으신 작은어머님이 이렇게 소녀
적 문학성을 지니고 계신다는 것이 더욱 놀라웠다. 물론 두 번째 받아본 편
지여서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지난번 편지는 내가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 급
히 써 보내주신 위로의 글이어서 이번 글이 더 감동적이었다. 
결혼 후 언제나 힘들 때마다 구원의 요청을 했던 시 작은어머님이셨
다. 어
찌 보면 어렵게 생각할 수 있는 사이지만 작은어머님은 자상하시고 따스하
신 눈길로 내편에서 그랬구나… 힘들었겠구나 하시며 나를 다독이시고 아껴
주셨다. 
‘막내야.. 이담에 그래도 너희가 제일 잘 살 꺼야!’ 
이 말씀을 들을 때 그 시절엔 내가 언제나 그렇게 살까? 하며 멋쩍게 흘려듣
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른들은 다 미래를 보시는 미래 안을 가지고 계
셨던 것이었다. 

그를 만났습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반갑게 차를 한 잔 할 수 있는 
그를 만났습니다. 

방금 만나고 돌아오더라도 
며칠을 못 본 것 같이 허전한 
그를 만났습니다. 

내가 아프고 괴로울 때면 
가만히 다가와 내 어깨를 토닥여주는 
그를 만났습니다. 

어디 먼 곳에 가더라도 
한 통의 엽서를 보내고 싶어지는 
그를 만났습니다. 

이 땅위에 함께 숨쉬고 있다는 
여유만으로도 마냥 행복한 
그를 만났습니다. 

이정하의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라는 글귀로 시작된 편지에는 작
은어머님이 좋아하시는 글이라고 하시며 내가 보내드린 귤을 받아보시고 
“한 입 가득 귤 
향을 베어 물며 달콤함에 너의 향기를 느낀다. 너의 마음 
씀이 황량한 계절의 한가운데서 잠시 새 꿈을 꾸어본다”는 작은 어머님의 
편지는 끝을 맺고 있었다. 

세상보따리를 싸들고 씨름하는 준경 어멈아, 
너의 마음의 가지에 풍성한 생명의 움을 틔우고 조그만 사랑 많이 만들어 향
기로운 나날을 살기바라며 매일 기쁨이 되고 보람되어 행복한 날이 되길 바
란다. 
늘 웃는 너의 얼굴 생각하며… 2004년 마지막 날에 작은 엄마. 
새해 새 소망 새봄을 기다리며 
벚꽃 잎으로~~~~~~~ 
아자 아자 화이팅!!! 

이 편지는 나에겐 한해를 사는 원동력이며 봄을 기다리고 다시 겨울이 올 때
까지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줄 사랑을 충전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신이 우리에게 빈손으로 태어나게 한 것은 사랑이란 것이 있기에 빈손이었으
며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은 사는 동안 사랑을 충분히 나누고 돌아가는 것이
리라는 믿음 때문이 아닐까요? 
새해에는 남을 향한 사랑 하나로 나 자신은 부자가 되어졌음을 느낄 수 있
는 연말을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송년을 맞을 때는 모두가 사랑이란 누구나 다 나누어주고 사람마다 차

고 넘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랑으로 이 세상을 꾸려나갈 수 있는 훈훈한 
세상이 되어지길 꿈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