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잔디(7) _유화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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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잔디(7) 

유화자 교수/ 합신 기독교교육학

1950년 6월 25일 이북 공산당의 불법 남침으로 6. 25 전쟁이 발발하게 되었
다. 서울에서는 한강 다리와 철교가 폭파되고 미쳐 피난길에 나서지 못한 많
은 서울 시민들과 곳곳에서 남쪽으로 떠나려는 수많은 피난민들의 행렬로 남
한은 극도의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무수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겪어야 했던 
민족적 대 비극을 겪고 있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부산까지 밀리게 된 남한 정부는 낙동강을 중심으로 북
한 침략군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게 되었으며, 세계의 모든 시선과 관심이 
온통 부산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그러던 때, 부산에서 있었던 ‘유엔군 묘지 
사건’과 정주영씨의 이야기는 당시 뿐 아니라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
되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유난히도 추웠던 그 해 겨울 엄동설한에, “부산의 유엔군 묘지를 파란 잔디
로 단장해 줄 수 있겠느냐?”라는 미군 측의 제안을 한국이 받게 되었다. 이 
제의를 알게 된 정주영씨
는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어떻게 하
던지 이 일을 성사시키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풀 한 포기도 살 
수 없는 한국의 혹한 엄동설한에 그 넓은 유엔군 묘지를 무슨 수로 파란 잔디
로 단장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은 인간 생각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
로 보여졌다. 그러나 이 일을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가득 찬 젊은 
정주영씨는 밤낮으로 머리와 마음속에 온통 겨울의 파란 잔디밭 그림만을 그
리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유엔군 묘지를 파란 잔디로 단장할 수 있을까? 얼음이 얼고 있
는 이 혹한 겨울에 어디에서 그 많은 잔디를 구할 수 있다는 말인가? 불가능
해 보이기는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이 일을 해 낼 수만 있다면 엄청난 돈
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밤잠을 설치며 거의 며칠 밤을 뜬눈으로 새우다시피 하면서 겨울 잔디 생각
에 몰두하였던 정주영씨는 마침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어놓게 되었다. 정주
영씨는 낙동강 연안 부근의 보리밭을 모두 사서 보리 떼를 떠다가 30대의 트
럭에 나누어 싣고 인부들과 함께 유엔군 묘지로 가서 유
엔군 묘지를 모두 파
란 보리 잔디로 장식한 것이다. 

그의 놀라운 이 아이디어에 미군 측은 “원더풀! 댓츠 굳 아이디
어!”(Wonderful! That’s Good Idea!)를 연발하면서 감격하였다. 물론 정주영
씨가 그의 예상대로 충분한 보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것은 풀 한 포기 제대로 살 수 없는 한국의 혹한 겨울에 도저히 보통 사람
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탁월한 아이디어였다. 무엇이 정주영씨로 하여금 거
의 불가능으로 보이는 이런 엄청난 일을 해 낼 수 있도록 하였을까? 알려진 
바에 의하면 정주영씨는 공부를 많이 한 분도 아니고 가난이 싫어서 어린 시
절 몇 번의 시도 끝에 부모의 전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소 판돈을 가지고 가
출하였던 사람으로 월남 후 한국 경제계의 대부로 알려진 사람이다. 그의 생
존시 대량의 소 떼를 몰고 방북하였던 그의 모습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사람
들의 심금을 울렸던 감동을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정주영씨는 평소에 “고정관념이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는 논리를 펴면서 
기업인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항상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역

하였다고 한다. 

현대인들의 특징 중 하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시류 따라 그냥 물 흘러가듯
이 인생을 사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종말이 다가올수록 인간들의 문
화 속에는 사람들의 눈과 귀와 입을 즐겁게 하고, 인간의 감성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들이 눈만 뜨면 사방에 널려 있으며, 또한 문명의 이기들로 인간
의 생활이 편리와 편함의 극에 이르고 있는 것 같아서 사람들이 굳이 생각하
거나 깊이 숙고할 필요 없이도 인생을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 없이 세상 풍조 따라 본능적으로 살다 보니 이웃
에 대한 생각이나 깊은 배려 없이 자기 중심(me-centered)적인 이기적 언행
과 삶의 자세가 갈수록 팽배해지고 있고, 또 이 땅 위에서의 인생 다음의 미
래의 일 등에는 전혀 무관심인 채로 눈앞의 현실을 즐기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에게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되라고 여러 곳에서 권고
하고 있다. 특별히 베드로 후서 1:12-15절에서는 “생각하게 하려 하노라”
는 말씀이 짧은 구절 속에 세 번이나 나타난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아무 생

각 없이 물 따라 흘러가듯 세상 따라서 그렇게 흘러가며 살아도 좋을 무의미
하고 무가치한 존재로 인간을 창조하지 않으셨다. 무죄하신 아들의 성육신
(Incarnation)을 통한 십자가의 보혈 값으로 우리를 사셔야 할 만큼 하나님
은 소중하고 깊은 의미와 가치를 우리 인생에 부여하시고 있다.

잠시 머물고 갈 이 땅 위에서 필요한 것들을 얻기 위해서도 사람들에게는 밤
을 새우며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이 땅위에서의 삶 이후에도 
영원히 지속될 우리의 소중한 전 인생을,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깊이 생각하
고 성찰하면서 인생을 살아야 할 중요한 시점에 우리가 서 있음을 깨달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