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속뜻 바른 표현
‘부흥사’
변이주 목사/전북노회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선교위원회에서 가칭 ‘한국장로교부흥사연합회’를 조직
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기독교개혁신보 329호에 실렸습니다. 남의 일에 실없
이 간섭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기는 합니다만 ‘부흥사’라는 말을 조
심 없이 사용해도 괜찮은지 한 번 짚어 보고자 합니다.
부흥회가 한국 교회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
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부흥회에 대한 평가는 전문적인 연구가 있어야 하리
라는 생각입니다만 아쉬움을 금할 수 없는 것은 ‘부흥회’라는 명칭 자체가
교회의 절실한 요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세속에 발맞추고자 하는, 참으
로 바람직하지 못한 생각에서 비롯되었지 않나 하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
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초대 교회는 ‘사경회’라는 이름으로 특별집회를 가졌고, 그 결
과 신앙상 많은 유익을 얻었습니다. 사경회를 개최하는
교회나, 사경회를 이
끌어 가는 강사나, 사경회에 참석하기 위해 침구와 식량을 싸들고 수 십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성도들이나 모두의 관심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정부 기관 중에 ‘부흥부’라는 부서가 설치되어 ‘국가부흥’에
역점을 둘 때와 발맞추어 교회의 ‘사경회’도 ‘부흥회’로 그 명칭이 바꾸어지
기 시작했습니다. 명칭만 바뀐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왔는
데, 부흥회에 ‘간증’이라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연예인을 끌어
들여, 말씀보다는 ‘사람’을 구경시키는 일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어느새 유명세를 탄 일부 강사들은 슈펴스타로 각광을 받게 되었고, 그 여
세를 몰아 ‘부흥사’라는 새로운 명칭도 생겨났고 ‘부흥사회’라는 단체도 생
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부흥사’라는 말은 극히 조심해서 신중하게 사용해
야 할 말임을 깊이 생각해 본 사람은 아직 한 분도 없는 것 같습니다.
1. 부흥회는 항시적(恒時的)인 일이 아니고 필요에 따라 치르는 행사이므
로 부흥회 인도를 위해 초빙된 사람
은 임시성(臨時性)을 띤 ‘강사’일 따름이
며,
2. ‘-사(師)’ 라는 말은 접미사로서 일부 명사 뒤에 붙어서 ‘그 방면에
전문적인 기능을 가지고 주로 그 업(業)에 종사하는 사람’ 을 가리키는데 예
를 들면 이발사(理髮師), 요리사(料理師), 교사(敎師) 등과 같이 쓰입니
다. ‘교회를 부흥시키는 전문가’란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고, 또 부흥회 인
도를 전문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다는 사실을 감안한다
면 ‘부흥사’를 자처하는 것이 얼마나 외람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3. 목회나 교육 등은 전적으로 인간에게 맡겨진 업무이며 일종의 직업이
기 때문에 ‘목사’, ‘교사’ 등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교회를 부
흥시키는 일만큼은 인간에게 맡겨진 전적인 임무도 아닐뿐더러 직업이 될 수
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부흥사’ 라는 명칭을 인간에게 붙이는 것은 적절하
지 못한 일입니다. 혹시 성령님을 ‘부흥사’라고 한다면 무리가 없을 것입니
다. 성령님이야말로 교회의 부흥을 전적으로 주관하시니까요.
4. 그러므로 ‘부흥사’라
는 말 대신 ‘부흥회 강사’라고 표현하는 것이 합
당하며 ‘부흥사회’라는 말도 ‘부흥회 강사 모임’ 등으로 바꾸어 사용하는 것
이 바람직합니다. ‘부흥사’와 ‘부흥회 강사’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
을 꼭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