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교수의 목회서신 연구(44)-사람을 좋아해야 한다 (딤전 3:2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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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좋아해야 한다 (딤전 3:2c) 

조병수 교수/합신 신약신학

목회를 하면서 내게 가장 힘이 부쳤던 것은 주간 중에 쉴 새 없이 규칙적으
로 밀려오는 설교가 아니었다. 갑자기 병원에 입원한 교우를 심방하기 위하
여 새벽기도회를 마치자마자 부리나케 차를 몰기 시작해서 아침 성경공부, 
오후 늦게까지 심방, 저녁기도회 그리고 자정을 훨씬 넘긴 야밤 강의준비로 
하루종일 수많은 일에 시달리다가 그냥 넥타이를 맨 채 쓰러지는 것도 그렇
게 두려운 일은 아니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즐거운 자리를 만들지 못한다거
나 여행할 여유가 없는 것, 무슨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에 참석하거나 하다 못
해 남이 다 보는 영화 한 편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는 것 이 따위들은 그렇게 
괴로운 일들이 아니었다. 

목회하는 동안 정말로 내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사람을 좋아하기 위하여 많
은 연습을 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성격이 까다로운 사람, 따지기를 좋아하
는 사람,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는 사람, 
사소한 것에도 시비를 거는 사람, 
잘 양보하지 않는 사람, 쏘아대는 말을 잘하는 사람, 제 맘에 들지 않으면 
성을 내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주위에 어찌나 많은지 사람을 좋아하기 위하
여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야만 했다. 불쑥 찾아온 생면부지의 나그네를 맞이
할 때처럼 불편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대하거나 전혀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을 가르칠 때처럼 긴장된 마음으로 만나야할 사람들이 적지 않
았던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이유 때문에 사도 바울은 느닷없이 교회의 지도자
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나그네를 대접하며 가르치기를 잘해야 한다고 부
연하였던 것임에 틀림없다. 나그네를 대접한다는 것은 친숙하지 않은 사람에
게도 편안한 마음으로 호의를 베풀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가르치기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은 마이동풍 격으로 귀를 막고 있는 사람에게도 인내를 가
지고 사랑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목회자는 여행하는 길에 
잠시 스쳐 지나가는 잘 모르는 나그네에게도 반갑게 관용을 베풀어야 하며, 
깨우치기를 거절하는 완악한 사람 뿐 아니라 들어도 금새 잊어버리는 미
련한 
사람에게도 싫어하는 기색이 없이 기꺼이 가르쳐야 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교회의 지도자는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 

사실상 나그네를 접대하는 것과 가르치기를 잘 하는 것은 초대교회에서 매
우 중요한 주제였다. 나그네 접대는 떠돌이를 맞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서 방랑선교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신자들이 신경을 써야할 일이었다. 나그
네 접대는 천사를 대접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 (히 13:2) 천국을 상속받는 영
광을 보장하기도 하지만 (마 25:35) 잘못하면 교회가 산산조각으로 깨어지
는 불상사를 가져오기도 한다 (요삼 5-10). 잘 가르치는 것은 이미 예수 그
리스도께서 모범을 보이신 일이라 (마 4:23) 사도들을 비롯하여 초대교회의 
신자들이 전심전력으로 참여하였다 (행 5:42). 가르치는 일은 심지어 성령
의 은사로 이해되었다 (롬 12:7). 가르치는 일이 중요했던 이유는 참된 교
사는 교회를 견고하게 세우지만 (행 13:1이하) 거짓 교사는 교회를 엉망으
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벧후 2:1이하). 

그런데 나그네를 대접하는 것과 가르치기를 잘하는 것은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사
람을 좋아하는 이가 나그네를 대접하며 
가르치기를 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도 바울이 교회의 지도자가 되기를 희
망하는 이에게 느닷없이 이런 사항들을 요구하는 것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을 가진 자는 아예 처음부터 이런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의미일 
것이다. 가난한 사람이건 부유한 사람이건, 건강한 사람이건 병약한 사람이
건, 높은 사람이건 낮은 사람이건, 유식한 사람이건 무식한 사람이건 간에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목회자는 자타에 손해를 입히고 말 것이기 때문이
다. 

사람을 좋아해서 받아들이기도 잘하고 내주기도 잘하는 것이 목회의 요령이
다. 내가 진작 이것을 깨달았더라면 목회가 크게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
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아직도 연습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후회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