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링거 목사님께_장수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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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4. 11. 25. 
불링거 목사님께

< 번역 장수민 목사, 칼빈 아카데미 원장 >

“사람들 칭찬이 자신을 무너뜨리는 계기 될 수 있어”

내용: 프로방스의 발도파를 위해 취리히 영주에게 호소한 다음, 루터의 성격
에 관해 예리하게 판단하면서, 그가 행해 나온 탁월한 봉사를 고려함으로써 
그가 드러내 보인 일부 부족함을 용서하자는 호소. 

(생략) 제가 듣기로는 루터 선생께서 마침내 격렬한 비판을 했다고 합니다. 
사실 그것은 목사님측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우리들 전체를 향한 것이겠지
요.* 
지금의 시점에서는 침묵을 지키자는 부탁을 목사님께 감히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무고한 사람들이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들이 자신들을 깨끗하게 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것 역
시 정당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이 과연 신중한 것인지 아닌지는 판단하기 어려
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에 있어서 
저는 진정 목사님을 처음으로 머릿
속에 떠올렸습니다. 목사님은 루터가 얼마나 저명하고 얼마나 뛰어난 재능
을 갖추었으며, 정신력과 끈기가 얼마나 강한지, 얼마나 훌륭한 기술과 효율
성 그리고 말씀에 관한 지식의 힘으로써 지금까지 적그리스도의 통치를 타도
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헌신해 왔는지 충분히 고려하실 수 있을 것
입니다. 동시에 그가 저를 마귀(devil)라고 불렀다 할지라도 저는 그가 ‘주
님의 뛰어난 종’이라고 선언하는 데 익숙해 있겠습니다. 
하지만 루터 선생께서 아무리 보기 드물고 뛰어난 미덕을 갖추었다 하더라
도 동시에 심각한 잘못(serious faults)을 범하였습니다. 그렇게 어느 방향
으로 튈지 모르는 그러한 불안하고 침착하지 못한 기질을 조금만 궁리하여 
개선시킬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또한 루터 선생께서 언제나 자신의 본성적 기질에서 나오는 열성을 진리를 
대적하는 적군들에게나 보여줄 일이지, 우리 측의 사역자들에게는 그같은 성
질을 부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그가 자신이 지
닌 단점을 스스로 조심스럽게 관찰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참으로 아
쉽기 짝
이 없습니다. 
루터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여러 가지 칭송들 때문에 더욱 잘못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그가 자기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관용하는 것은 자연스럽기 때문
입니다. 하지만 그에게 어떤 안 좋은 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가 부여받은 놀
라운 재능과 능력들에 대해서도 동시에 고려해주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몫
일 것입니다. 
따라서 목사님께서 루터 선생님을 생각하실 때 우선적으로 그분이 우리 동역
자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주의 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우리 모두 그에게 
아주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시길 간청드립니다. 그리고 목사님
의 입장에서도 루터 선생님과 다투는 것은 좋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말이지, 단지 그들이 복음주의자들에게 했던 것처럼 그렇게 쉽게 이길 수
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어 약간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
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만약 그들이 우리가 서로 떨어져 각자 물고 뜯는
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들은 우리가 말하는 것을 충분히 이용할 것입니다. 
반면 우리가 합의를 이루어 한 목소리로 그리스도를 설교한다면, 그들은 분
명 우리의 본래적인 나약함
을 이용하여 우리의 신앙에 대해 비난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니 목사님께서는 루터가 그렇게 폭력적인 발언을 했던 것에 대해 집착하
기보다는 이러한 점들을 미리 고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도 바울이 경고하
는 것과 같이 서로가 서로를 헐뜯으며 먹고 먹히는 일이 목사님에게 일어나
지 않도록 말입니다. 
그가 우리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일으켰다 할지라도 오히려 그러한 경쟁
을 사절하는 것이, 범교회적인 난파를 초래하여 상처를 더 크게 하는 것보다
는 나을 것입니다. 그만 이만 줄이겠습니다.

존 칼빈 드림

* [주의 만찬에 관한 짧은 고백](Short confession concerning the Supper; 
Kurzes Bekenntness vom Abentmahl)에서 루터는 자신의 성찬식에 대한 이론
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해 다시 욕설을 퍼부으면서 특별히 츠빙글리를 비난
하였다. 그리고 오이콜람파디우스의 박식하고 경건한 학설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조차 보내지 않았다(Hospinian, Hist. Sacramant. Tom3, pp. 326-331). 
이러한 폭력에 화가 난 멜란히톤은 개신교를 분열시킨 무질서한 슬픈 장면
을 없애려고 은퇴를 고려하기까지 
하였다. 멜란히톤은 1544년 8월 24일에 부
써에게 다음과 같이 썼다. 
“언젠가 자네에게 쓴 편지에서 페리클레스(Pericles, 루터)에 대해 언급했
던 것을 기억하겠는가! 그도 역시 주님의 만찬에 대해 가장 격렬하게 반응했
던 사람이었어. 그래서 사납게 공격하는 말을 쏟아냈었지. 그러한 공격 때문
에 자네와 나는 멍이 들었어. 나는 꽤나 온순한 새라네. 만일 우리를 방해하
는 자가 나를 억제할 경우, 나는 기꺼이 이 육체의 감옥을 벗어나기를 갈망
한다네”(Ph Melanchthonis Opera, edit, of Breischneider, tom5, p. 4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