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의 소망 _조석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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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단상 19>

절망 속의 소망

조석민 목사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신약학 교수)

“국민들에게 신용 불량자로 보일 수는 없어”

2009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누구나 작은 소망(所望)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人
之常情)이다. 더욱이 소망의 빛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절망의 상황에서 소망
을 말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어두움 속에서 한 줄기 빛을 기대
하는 애타는 심정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미래를 내다보려는 것이다. 

누구나 밝은 미래 바라게 돼

2008년 한 해 동안 너무도 앞이 꽉 막힌 절벽과 같은 정치 경제 및 사회적 
상황을 많이 만났지만 그 때마다 그 절벽은 도약의 발판과 계단이 되어 우리
의 사고를 발전시켰고 새로운 가능성을 내다보게 했다. 비록 아직까지 많이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이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사물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사고의 변화가 있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한 가지 긍정적인 점은 절망 속에서 시간이 멈추어버릴 것 같고 거꾸
로 가
는 시계처럼 느껴졌지만 그래도 소망은 놀라운 생명력을 지닌 채 바람 앞에
서도 꺼지지 않는 촛불처럼 아직까지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새해의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통계 수치는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
다. 한국 사회 및 경제가 부정적이며 불투명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절망적
인 것만은 아니고 긍정적인 모습도 감지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만 
조심해야 할 것은 현실의 상황을 직시하며 적절히 대처해 나가지 못하고 낙
관론에 빠져서 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어리석음의 장애물들이
다. 
아무 근거 없는 무지갯빛 소망을 입술로만 말하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 
큰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할 수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예상되는 어려움을 미리 예측하여 준비하도록 하
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소망이 현실 속에 이루어지려면 어떤 예기치 못한 부분에서 고통스러운 대가
를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망을 위하여 치르는 대가가 설득력을 
잃어버리면 사람들은 더욱 큰 절망의 공황장애(恐慌障碍, panic disorder)
를 맞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
다. 
지난해 말경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를 발표했는
데, 대한민국 국민 18.4%만이 ‘한국 교회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
사에서 발표된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는 한국 교회의 신용에 대한 절
망적 공개 선언과도 같다. 이것은 2009년을 시작하는 한국 교회에 대하여 절
망적 상황을 예견하는 한 단면이다. 
한국 사회가 경제적 위기 속에서 절망의 바다 가운데 허우적거리고 있다면 
한국 교회는 그 보다 더 심각한 신뢰도의 위기 속에서 국민들에게 신용불량
자 취급을 받으며 절망의 벼랑에 서게 된 것이다. 
세계 경제 및 한국 경제가 위기를 맞이하게 된 원인은 스스로 뿌린 욕심이라
는 악의 열매를 거둔 결과이듯이, 한국 교회의 신용 불량 판정은 교회가 더 
이상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교회 본래 모습을 잃어버리고 사회의 이익 
단체처럼 행동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교회가 절망적인 상황 속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조사를 통해서 
스스로의 모습을 다시 확인하고 하나님께 돌아선다면 절망은 한 줄기 소망
의 빛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절망적 상황을 바꾸
는 것은 결코 쉽지 않지
만,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긍정적 결과는 귀한 열매로 돌아올 것이다. 
한국 교회가 신뢰를 받기 위해서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서 42%의 사람들
은 ‘교인과 교회 지도자들의 언행일치’라고 대답했다. 결국 신실한 실천적 
행동은 없고 말만 무성한 한국 교회 및 지도자의 모습과 그리스도인들의 언
행 불일치의 삶에 식상했다는 것이다. 
절망 속에서 소망을 노래하는 한국 교회의 모습이 사람들의 삶에 성실한 실
천으로 나타나 보인다면, 그리고 모든 그리스도인이 말보다 진실 된 행동이 
먼저 이루어진다면 어두움 가운데 헤매는 사람들도 빛으로 인도할 수 있을 
것이다. 
요한복음 1:1-18에 언급된 것처럼 어두운 세상 가운데 빛으로 오신 예수 그
리스도께서 평화를 선언하시며 하나님의 은혜를 선포하고, 한 걸음씩 그 평
화를 이루기 위하여 십자가의 죽음을 마다하지 않고 걸어가신 모습처럼 우
리 그리스도인들이 살아간다면 절망 속에서도 소망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예수의 성육
신에서 알 수 있다. 예수께서 세상에 생명의 빛으로 오셨지만 
세상은 그를 
알지 못하였고, 자기 땅에 왔지만 자기 백성이 영접하지 않았다(요 1:4, 9-
10).
절망 속에서 소망을 노래하기 전에 먼저 상황을 잘 파악하도록 정보를 투명
하고 정직하게 공개하며, 소망이 현실이 되도록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금년 한 해 동안 한국 사회의 어두운 경제적 전망 속에서도 소망을 노래할 
수 있으며, 불신의 늪에 빠진 한국 교회도 소망을 갖고 앞으로 헤엄쳐 나아
갈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소망의 실현을 위하여 필요한 조건은 정확한 현
실 인식이며, 겸손한 자기 비평적 실천적 태도임을 명심해야 한다. 
절망 가운데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대안과 유효 적절한 처방을 제
시하지 못하면서 입술로 만든 소망의 포장지로 현실을 덮어 두려한다면 언젠
가 그 포장지가 찢겨지는 날 더 큰 불행의 폭탄이 폭발하고 말 것이다. 

교회가 소망의 등불 되어야

절망 속에서 소망을 바라보며 이 새해에 새로운 힘을 모아보려는 사람들에
게 한국 교회가 소망의 등불로 높이 비춰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