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의 목회편지(66)-거짓말과 외식(딤전 4: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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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전 4:2a) 거짓말과 외식

연륜은 순수함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 말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두
고두고 골똘하게 되새겨야 할 진실이다. 이것은 어느 특정한 영역에만 해당하
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바르고 숫하던 청년이 어딘가 입문하고 나서 얼마가 지나기도 전에 지저분해
지는 것을 우리는 흔히 본다. 심지어 신앙의 길에서조차도 시간이 지날수록 
순수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처럼 엄청난 착각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는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믿음에 갓 들어선 새내기 시절에는 순수하
기 비길 데 없던 사람이 신앙에 경력도 쌓고 교회의 일을 많이 할수록 비누
로 씻기 어려운 때가 끼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순수함은 연륜과 비례하
지 않는다. 인간은 기필코 그런 존재이며, 신자도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사람이 순수함을 잃는 길목에는 거짓말이라는 것이 있다. 비록 남을 
괴롭히거나 망가뜨리는 고의적인 거짓말은 아닐지라도 가장 평범한 의미에서 
거짓말마저
도 이미 순수함에서 이탈해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우리는 
거짓말에 가까운 변명에 익숙해있다. 

이것은 정당한 변명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대부분 변명이란 것은 거짓말의 
다른 언어이기 쉽다는 의미이다. 아마도 핑계라는 말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어느 모임에 늦었든지 약속을 지키지 못했든지 그 이유를 설명할 때면 거짓말
이 필연적으로 끼여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일을 사소한 것으
로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업무에 오래도록 종사하다보면 눈치와 요령을 터득
하게 되고 웬만한 일은 둘러치기로 때워나간다. 

여기에서 사도 바울이 특히 경고하는 것은 외식함으로 거짓말하는 행위이
다. 그냥 거짓말이 아니라 외식과 연관된 거짓말이다. 사실상 외식의 뿌리는 
거짓이며 거짓의 표면은 외식이다. 거짓은 언제나 외식으로 표현되며, 외식
은 언제나 거짓에 근거한다. 이런 의미에서 거짓과 외식은 하나인 셈이다. 
예를 들어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사인체 하는 것은 거짓이자 외식이다. 그
는 거짓말하고 있기 때문에 외식하는 것이며, 외식하고 있기 때문에 거짓말하
는 것이다. 이것은 교회가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교회를 괴롭히는 문제이
다. 교회는 바로 이 문제에서 지속적으로 순수함을 잃어왔다. 우리는 교회의 
연륜을 자랑하고 싶어하지만, 불행하게도 교회의 연륜은 교회의 순수함을 보
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거짓말과 외식이 정말로 문제가 되는 까닭은 그것이 사람의 심성이
나 인격이 파손되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있다. 사도 
바울이 앞에서 바로 언급했듯이 거짓말과 외식의 배후에는 미혹하는 영과 귀
신의 가르침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이 현상은 믿음을 배신하는 사람들에게
서 짙게 드러난다. 

그들은 겉으로는 기독교의 방식을 취하지만 속으로는 거짓의 영을 따른다. 
입술로는 하나님과 할렐루야를 수없이 뇌까리고 눈가에는 부드럽다 못해 느끼
하기 한이 없는 미소를 흘리지만 속에서는 더러운 미혹의 영에 의하여 불의
를 부채질 받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얼마든지 많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
도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거짓과 외식에 빠져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양심
에 화인을 맞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눈으로는 미혹의 영에 의하여 부추김을 받는 거짓말과 외식을 분별해
내기가 
어렵다. 신자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순수함을 상실
하는 필연적인 상황에서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이런 거짓말
과 외식으로부터 스스로를 구출할 능력이 없기에 이런 거짓말과 외식을 스스
로 분별해낼 능력도 없다. 

사도 바울도 틀림없이 이것을 인식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밝히 말씀하
시는 성령께 귀를 기울였다. “성령이 밝히 말씀하시기를” (4:1). 오직 거룩하
신 영만이 미혹하는 영을 정확하게 분별하시며, 미혹하는 영을 확실하게 분별
하는 법을 가르쳐주신다. 그래서 우리는 성령께 전적으로 의지하는 수밖에 없
다. 성령의 말씀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사도 바울의 시대에 주어진 거짓과 
외식에 대한 경고는 거짓과 외식을 일삼고 밥먹듯 하는 우리 시대에는 더욱 
매서운 경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