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정신(딤전 2:3)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보면 의식 (意識)이 뒤죽박죽 된 신자들과 정신 (精
神)이 흐리멍덩한 신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개탄하게 된다. 의식이 없는 것은
기독교 신앙이 아니다. 기독교 신앙은 절대적인 정신을 불러일으킨다. 호랑이
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말이 있듯이 기독교가 초기로부터 수많
은 핍박과 시험가운데서도 건재하고 또한 앞으로도 변함 없이 건재할 것은 의
식과 정신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기독교만큼 사람을 철저하게 의식
화시키는 종교도 없다. 기독교 신앙은 어떤 타종교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
로 정신무장에 가장 선명한 길을 보여준다. 그래서 자고로 진정한 기독교인들
은 몸이 쪼개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살이 찢어지는 것도 무서워하지 않
는다.
사도 바울이 기도를 권면하는 단락에서 갑작스럽게 “이것이 우리 구주 하나
님 앞에 선하고 받으실만한 것이라” (딤전 2:3)고 천명한 것은 그의 의식과
정신 속에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로 상실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박혀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내용적으로 볼 때 “선한 것과 받을
만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며, 관계적으로 볼 때 “하나님 앞에서”의 입장을 실
현하는 것이다. 사도 바울의 의식과 정신은 하나님 앞에서 선하고 받으실만
한 것을 추구하고 실현하는 일에 몰두해 있었다. 그것은 기도를 권면하는 자
리에서도 마찬가지로 표현되었다. “이것이 우리 구주 하나님 앞에 선하고 받
으실만한 것이라”는 말에서 “이것”은 기도를 가리킨다. 신자들이 모든 사람
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 (1절)은 모든 사람이 구원받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에
게 (4절) 선하고 받으실만한 일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모든 사람이 구원받기
를 원하시는 하나님께 선하고 받으실만한 일은 신자들이 모든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도와 관련하여 다양한 방식이 표현되고 (간구, 기도, 도고, 감
사: 1절), 다양한 대상이 언급되며 (모든 사람,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 1절과 2절), 다양한 목적이 제시되고 (경건함과 단정함 속에서 신자
의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 2절)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하나님에게 선하
고 받으실만한 것이라고 포괄적으로 말해야 할 것이다. 우선 하나님께서는 우
리가 여러 방식으로 기도하는 것을 좋아하신다. 개인적인 형편을 아뢰는 일반
적인 청원을 의미하는 간구와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는 구체적인 소원을 말하
는 기도 (딤전 5:5), 오직 하나님의 도움만을 믿는 신앙을 표현하는 고백적
인 내용을 담고 있는 도고 (딤전 4:5)와 고마움을 드러내는 찬송의 내용을 지
닌 감사 (딤전 4:3,4)는 모두 하나님 앞에 선하고 받을만한 것이다. 또한 하
나님께서는 우리가 여러 대상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을 기뻐하신다. 가난하고
낮은 자리에 놓여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을 비롯해서 권력과
세도를 지니고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 선하고 받을만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님께서
는 우리가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을 좋아하신다. 특히 신자들
이 경건함으로 이루어지는 신앙생활에서나 단정함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생활에
서나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고요하고 평안한 삶을
사는 것을 위하여 기도하
는 것은 하나님 앞에 선하고 받을만한 것이다.
이렇게 사도 바울은 기도에 관한 권면에서조차도 “하나님 앞에 선하고 받을
만한 것”을 의식하였다. 사도 바울의 의식과 정신은 “선하고 받을만한 것”을
추구하는 것에 집착하고 있었으며 “하나님 앞에서”의 생활을 실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도 바울은 이런 의식과 정신을 자신만 소
유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도 분명하게 심어주려고 했다. 사
도 바울은 디모데가 신전의식 (神前意識)으로 의식화되고 신앙정신으로 무장
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다른 종교는 정신을 흐리게 하는 아편일지 모르지만
기독교는 의식을 깨우치는 각성제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신
전의식을 소유하라, 신앙정신으로 무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