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 원인을 알아보면 십중팔구 내게 있다.”
공존실험 – 까치
박용진 원장/ 풍성한의원 031-946-2275
“병의 원인을 알아보면 십중팔구 내게 있다.”
수확기에 접어든 배밭의 가장 큰 적은 까치이다. 그래서 까치를 작년부터는
유해조로 나누어 포획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쓰는 예산만 올해 들어 100억
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전 TV에서 재미있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유
해조인 까치가 배밭에 앉아서 배는 먹지 않고 바닥에 있는 벌레만 잡아 먹는
것이다. 나주의 어느 배밭에서 봄부터 까치를 훈련시켰다. 배를 작은 모양으
로 잘라서 그 안에 까치가 싫어하는 독물을 넣었다. 그리고 한쪽엔 일반 사료
를 놓고 실험을 했다. 까치가 처음엔 그 배를 먹더니 이내 머리를 도리질치고
는 다시는 그 배를 먹지 않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통배도 먹지 않는 것이다. 그 새끼들은 이런 교육 없이도 배를 먹지 않는 것
이었다
. 대신에 배밭에 있는 벌레들을 잡아먹고 사는 유익한 까치들이 된 것
이다. 유해조가 익조로 바뀌는 순간이다.
사람 몸에 생기는 이상 신호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몸의 작은 이상은 나
에게 무언가 알리려 하는 것이 아닐까? 머리가 아파오면 조금 마음을 편히 하
고 쉬어야 한다는 신호이고, 배가 아프면 그동안 음식조절이 좋지 않았으므
로 음식조절을 좀 하라는 신호이고, 허리가 아프면, 무릎이 아프면, 팔꿈치
가 아프면, 어지러우면 모두 무언가를 나에게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우
리는 어떤가 조금 머리가 아프면 바로 두통약을 찾고, 배가 아프면 바로 소화
제 아니면 위장약을 먹고… 아이들이 조금만 감기기운이 있어도 바로 약을 먹
여야 하고, 피부에 뭔가가 생기면 바로 아토피니, 알러지니 하고 온갖 병원
을 다 쇼핑하고 다닌다. 그러면 병은 더욱 커지고 약은 더욱 듣지 않게 되는
것이다.
고통하고 친해져 보자. 아프고 힘들면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 고통이 나
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무언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그러면 고통은 까치처럼
변하게 될 것이다. 머리가 아파도 조금 참아 보자. 한 걸음 뒤에 물
러나서
이 놈의 두통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아보자. 사람마다 두통
의 양상과 변화과정이 다 다르다. 물론 다른 고통도 마찬가지고. 내가 두통
은 주로 신경 많이 쓰고 과로하면 온다고 알게 된다면 또한 두통이 결국에는
어깨결림이나 뒷목 뻣뻣함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내 몸은 내
가 치료할 수 있다. 어느 용한 의사보다도 내가 내 몸에 대해서 잘 알게 되
는 것이다. 두통뿐 아니라 모든 고통을 참고 변화의 추이를 살펴보자. 그러
면 내 병에 대해서는 내가 알게 되는 것이다.
사람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 사람이 내게 고통만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
하지 말자. 이 사람이 나를 왜 힘들게 할까 그 원인을 알아보고 그 원인이 정
확한지는 그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십중팔
구 원인은 내게 있는 것이다. 그걸 모르고 그 사람을 멀리 한다면 해로운 까
치 한 마리만 더 늘어날 뿐이다.
♣ 그 동안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