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병을 내려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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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병을 내려놓자

박용진 원장(풍성한의원/ 031-946-2275)

동의보감에 보면 육불치라는 말이 있다 여섯 가지 이유로 치료가 안 되는 경
우다. 그 중에 가장 중요시하는 불치는 교만이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믿고 의사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을 가장 큰 요인의 불치
라 하였다. 실제로 임상에 있어서 어려운 질환과 원인을 모르는 많은 병들이 
있다. 그런 경우 의사는 최선을 다해 원인을 파악하려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
로 치료에 정성을 들인다. 의사가 실력이 없어도 정성을 다하고 노력하면 완
치는 어려워도 어느 정도 호전이 된다. 하지만 의사를 믿지 않고 자신의 얄팍
한 지식을 가지고 스스로 진단하고 치료방법도 스스로 정한다면 의사는 필요
가 없고 결국엔 자신의 병을 치료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의사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여 자만한다면 또한 치료에 좋
은 성과를 얻지 못하게 된다. 특히 의사들이 자신들의 가족 치료에 있어서 오
진과 오치가 많은 것은 가족에 대해 
스스로 많이 안다는 생각과 가족들이 의
사를 볼 때 의사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의사앞에서 환자는 가족이기 앞서
서 혹은 자신을 돌보는 목자이기 앞서서 환자인 것이다. 또한 의사는 환자에
게 있어서 자신의 가족이나 돌보는 양이기 앞서서 의사인 것이다.

말씀을 들으면 이것이 정말 그러한가 상고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의사 앞에서 
환자는 전적으로 신뢰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임상에서 환자와 의
사는 진료를 받으면서 의견을 교환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의사가 내리는 결
론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 (대체로 목사님들, 가족들은) 의사와 합의를 하려고 한
다. 어느 정도 대화 후에는 자신만의 결론을 만들어 그대로 생각을 한다. 그
런 경우에 의사는 그 환자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의사의 생각과 환자의 생
각이 다르고 결국 치료함에 있어서도 환자는 불만을 갖게 되고 결국 의사와 
환자가 마음이 맞지 않아서 치료에 실패하게 된다. 실제로 모병원의 통계를 
보면 자신의 가족에 대한 치료 성공률이 50퍼센트를 넘지 못한다고 한다. 결
국 환자 본인의 손해다. 

병원쇼핑을 하는 많은 
사람들도 같은 경우다. 여기서 자신이 원하는 결론을 
얻지 못하면 다른 병원에 가고 거기서도 자신이 원하는 결론을 얻지 못하면 
또 다른… 결국 의사와 환자는 끊임없이 숨바꼭질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
론 모든 가족이나 목사님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최근에 어느 연로하신 목사
님이 오셔서는 자신의 몸을 맡기겠다는 표현을 하셨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는 없어도 그렇게 말씀하시는 목사님을 보면 더욱 정성껏 치료하게 된다. 또 
다행히 빠른 시일에 치료가 되었다. 

많은 병들이 마음에서 생긴다. 자신의 마음에 고이고이 간직하고 있는 울분
이나 억울함, 피해의식, 교만함, 지나친 욕망 등이 몸을 병들게 하고 이를 의
사 앞에 내려놓지 않는 한 의사는 그 병을 치료하기 불가능하다. 하지만 의사
가 덜떨어져 보이고 어려 보여도 이 사람이 나를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을 하고 자신의 병을 맡기고 내려놓으면 벌써 병은 반 이상 치료가 된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