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정교분리 원칙과 교회의 과세 문제
< 장대선 목사, 가마산교회 >
시작하는 말
최근 정부에서 시도하고 있는 교회와 목사에 대한 과세 문제와 관련하여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기본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목사와 관련해서보다는 교회와 관련해서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목사 개인에 대한 세금징수는 사례에 대한 것 외에는 모두 직간접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얼른 보면 목사의 사례를 소득으로 보고 과세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상식적으로 타당하게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세속정부와 교회와의 관계 선정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되는 근원적인 부분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점을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만일 목사에 대한 사례를 소득으로만 본다면 당연히 세금을 부과해야 마땅합니다. 그럴 경우에는 근로소득과 관련한 급여처리의 절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교회의 제정과 관련된 과세와 그에 따른 전반적인 법적인 근거의 확보를 위한 행정절차가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세속정부의 행정력이 교회의 행정과 관련된 사항의 일부에라도 관여하는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목사 개인과 정부 사이의 상식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교회의 관계와 관련되는 근본적이고 심각한 내용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문제로 확장됩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헌법상 교회와 국가의 관계와 관련해서는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제2항 “국교(國敎)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宗敎)와 정치(政治)는 분리된다”라는 명시에 따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와 교회는 기본적으로 양립(兩立)하는 성격으로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현행 헌법상 국가의 직원들인 공무원들과 교회의 직원들인 목사, 장로, 집사들은 전혀 별개의 업무를 수행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국가가 교회의 직원에 대한 급여 혹은 사례에 대해서는 과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필자는 그러한 정교분리의 원칙이 성격적인지에 대한 점은 차치하고 다른 시각으로 교회에 대한 국가의 과세 문제를 접근해 보고자 합니다.
- 국가에 대한 교회의 인식
국가와 교회의 관계에 대해서는 장로교의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가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는데, 신앙고백서 제23장에서 국가와 위정자에 관해 다루고 있습니다. 제23장 1절은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습니다.
“온 세상을 통치하시는 최고의 주시오, 왕이신 하나님께서는 자기 자신의 영광과 선을 위하여 국가의 위정자들을 그 분 아래에 있게 하셨고, 이들로 하여금 백성들을 다스리도록 세우셨다. 하나님께서는 이 목적을 위해 이들을 칼과 힘(권력)의로 무장시키셨으니, 선한 것을 옹호하고 권장하며 악을 행하는 자들을 징벌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교회와는 분리된 별개의 권세가 아니라 교회와 함께 양립하는 하나님의 권세에 속한다고 할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국가와 교회를 결코 정교분리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1789년에 수정된 신앙고백서가 아닌 원래의 신앙고백서의 정신입니다. 곧 “모든 권세가 다 하나님의 정하신 바라”(롬 13:1)는 말씀과 같이, 교회와 국가는 모두 하나님의 통치 아래에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모든 제도를 주를 위하여 순종하되 혹은 위에 있는 왕이나 혹은 그가 악행하는 자를 징벌하고 선행하는 자를 포상하기 위하여 보낸 총독에게 하라”(벧전 2:13-14)는 말씀과 같이 교회와 신자들은 주를 위하여 인간에 세운 모든 제도인 국가와 정부 등을 순복하되, 왕이나 그의 보낸 방백인 관리에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 교회에 대한 국가의 인식
그렇다면 교회는 국가에 종속되는 관계, 즉 교회 위에 국가가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국가는 기본적으로 “온 세상을 통치하시는 최고의 주시오, 왕이신 하나님께서는 자기 자신의 영광과 선을 위하여 국가의 위정자들을 그 분 아래에 있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적인 국가의 기능과 역할은 “선한 것을 옹호하고 권장하며 악을 행하는 자들을 징벌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23장은 제3절에서 국가의 책무를 교회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통치자는 말씀과 성례의 집행이나 하나님 나라의 열쇠권이 자신에게 속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가 가지는 권위는 질서를 유지하고 교회 안에 (신앙의)일치와 평화를 보존시키는 것으로서의 의무이니, 하나님의 진리가 순수하고 완전하게 지켜지고 모든 (하나님의 이름을) 훼방하는 자들과 이단들은 억압되고 예배와 권징에 있어서 모든 부패들과 오용들은 저지되고 개혁되며 하나님의 모든 경건한 예식들은 바르게 제정되고 집행되며 시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한 권위를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 총회를 소집하고 그들(총회원들) 가운데서 처리되고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나님의 뜻에 따른 것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이처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23장 제3절은 교회와 국가의 관계가 전혀 별개로 양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유기적인 관계 가운데서 기능적으로 양립하는 성격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국가라 할지라도 국가의 권세가 하나님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교회와 국가 관계에서 과세 문제
사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세금의 문제에 대해 이미 분명하게 언급했습니다. 즉 제23장 제4절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국민의 의무는 국가 통치자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그들의 인격을 존중하며 그들에게 세금과 기타 의무를 이행하고 그들의 법률을 존중하며 양심을 위해서 그들의 권위에 복종하는 것이다 …… 이는 교회의 성직자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국가가 과연 교회에 대해 가져야 할 책임과 의무, 즉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서 밝히고 있는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현행 헌법상으로 보자면, 교회 혹은 교회의 직원인 목회자의 사례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법리상 모순됩니다. 하지만 장로교의 헌법에 원래 명시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정신에 따르면, 그렇게 하는 것은 성경적이지 않습니다.
분명히 “모든 자에게 줄 것을 주되 조세를 받을 자에게 조세를 바치고 관세를 받을 자에게 관세를 바치”(롬 13:7)라고 했으니 성직자인 목사들이 먼저 앞장서서 세금을 지불해야 마땅할 것이고, 이를 위해 필요한 행정에도 적극 따라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책임과 의무가 교회에게만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국가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23장 제1절에서 언급하는 “하나님의 진리가 순수하고 완전하게 지켜지고 모든 (하나님의 이름을) 훼방하는 자들과 이단들은 억압되고 예배와 권징에 있어서 모든 부패들과 오용들은 저지되고 개혁되며 하나님의 모든 경건한 예식들은 바르게 제정되고 집행되며 시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한 권위를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 총회를 소집하고 그들(총회원들) 가운데서 처리되고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나님의 뜻에 따른 것으로 규정”짓는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점은 다원화되고 복잡하게 관계가 엉켜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또한 현 정부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처럼 자신들의 권세가 하나님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인식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이러한 형편에서 세속법인 대한민국 헌법에 명백히 선포하고 있는 ‘정교분리’의 근거와 충돌하는 교회 및 교회의 직원들에 대한 과세는 근본적으로 법리에 맞지 않다는 위헌적 소지가 있다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