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하얀 철쭉 _ 이상목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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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하얀 철쭉

 

<이상목 목사 _ 동산안교회>

 

그래, 약하면 어떠랴, 부족하면 어떠랴,

주가 나를 돌보시니

 

오늘 마당 구석의 철쭉나무 한쪽 귀퉁이에 핀 하얀 꽃이 나를 보고 웃어 주었다. 철쭉이다. 그런데 꽃을 보는 순간 내 마음이 안심한다. 위로를 얻는다. 겨우내 죽은 것도 같고 산 듯도 한 나무들이 봄이 되면서 이미 그 경이로운 생명을 드러냈다.

수선화가 스타트를 끊었고 매화, 꽃복숭아. 개나리, 할미꽃이 경쟁하듯 피어났다. 앙상한 가지만 남아 가릴 것 없는 나체로 지내던 볼품없던 단풍나무도 작은 잎이 나더니 어느새 짙푸름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하얀 색만으로도 그 화려한 자태를 뽑아내던 목련도 피었다 졌고, 뽑고 뽑아도 끝없던 민들레는 어느새 씨를 만들어 날리는데, 지금 내 앞에 핀 철쭉의 하얀 미소가 마음을 안심시키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조마조마한 내 마음 때문이리라 여겨진다. 주님이 우리를 다스리시고, 나도 주님과 동행하며 목회하기에 힘쓰지만, 겨울을 지나는 나무같이 볼품없는 내 모습 때문에 봄이 과연 올려나 하고 염려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의 주관자는 하나님이시고,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 안에 거한다고 굳게 믿거니와, 그 굳은 믿음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나의 모습에 내 마음이 걱정하고 있었나 보다. 물질이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은 세상에 발 디디고 사는 가난한 가장으로서 전해오는 소식에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는 것 같아 두려워하고, 자랄 듯 말 듯 애태우는 성도들을 보면서 내 사역이 제대로 가고 있는가 하고 자신감을 상실하기도 하였나 보다.

그래서 날마다 더 열심히 하자, 더 열심히 연구하고, 더 열심히 기도하고, 더 열심히 설교하고, 더 열심히 심방하고, 더 열심히 전도하고, 더 열심히 운동하자 하면서도 결심할수록 뒤처지는 듯한 내 모습에 적잖게 기가 죽었나 보다. 그러니 봄이 왔다고 그렇게도 많은 나무와 꽃들이 신호를 주었지만 나는 봄을 받아들일 수 없었나보다.

그런데 이제 피어나는 하얀 철쭉으로 주님은 내게 다시 위로를 주신다. 살아계신 주님은 봄에 아름다운 꽃을 차례로 피어 내시며 계속 나를 향해 미소 지으셨고, 이제 하얀 철쭉으로 당신 안에 내가 있다고, 주의 손이 나를 붙잡고 계시다고, 안심하고 작정한 대로 열심히 달리라고 위로해 주신다.

눈을 들어 주를 보면 경이로우신 하나님의 불말과 불수레가 나를 둘러 진치고 지키는데, 전능하신 하나님의 사랑과 지혜와 능력이 나를 향해 집중되어 일하고 계시는데, 그리스도가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로 나를 후원하시는데, 그럼에도 약한 나를 주님은 또 이렇게 센티멘털하게 살펴 주신다.

“그래, 약하면 어떠랴. 부족하면 어떠랴, 주가 나를 돌보시니, 어설픈 몸짓을 화려한 꽃으로 피어 내시는 주의 솜씨를 의뢰하고 이대로 버티리라. 이대로 나가리라.” 주님 때문에 없던 배짱을 가진다. 좀 더 안심하고 웃는다. 오늘은 하얀 철쭉꽃이 어제보다 더 화려하게 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