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석의 북카페
맥주 타이타닉 그리스도인
윌리엄 로마노프스키 지음|정혁현 옮김|IVP|263쪽|2004. 8월 발행
그리스도인은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한동안 우리 사회에 큰 담론을 불러일으킨 영화가 있다. <웰컴투 동막골>. 며
칠 전 이천원 주고 디브디로 빌려 식구들과 함께 재밌게 봤다. 6.25에 참전
한 세 부류의 군인이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산골마을 동막골에 흘러 들어와
그들이 이념의 속박으로부터 해방되는 과정을 동화적 기법으로 그려낸 영화
다. 이 주제는 우리 대다수가 바라는 희망 사항이므로 쉽게 대중의 공감도 얻
어낼 수 있었으리라. 더욱이 비극적 분단 현실을 지성적이 아닌 감성적으로
접근한 까닭에 젊은 세대에게는 호소력이 더 컸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호주
머니를 기꺼이 털어 그 스크린 앞에 다가가 즐기고 소통한 것이다. 우리 큰
애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처럼 대중문화인 영화는 사회 현실을 재현하기도 하지
만 그 영화에 담긴 메
시지를 통해 다시 사회를 형성해 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영화는 문학작품과
더불어 한 국가의 사회상과 한 민족의 집단 심리와 한 시대의 문화를 읽어내
는 중요한 문화적 텍스트로 인정을 받는다. 이 외면할 수 없는 대중문화를 우
리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마냥 즐기기만 해야 하는가. 그
러기에는 상당히 꺼림칙하다. 그렇다면 마냥 피하기만 해야 하는가. 그러기에
는 책임성 있게 신앙 생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대치 현실을 보고 그 해결책을 모색한 문서 텍스트가 있다. 미국의 칼빈
대학교 언론학과 교수인 윌리엄 로마노프스키가 쓴 <맥주 타이타닉 그리스도
인>이다. ‘눈을 크게 뜨라’(Eyes Wide Open)가 원제인데 젊은이들이 즐기
는 대중적인 알콜과 영화 제목을 가져와 따다 붙여 그들에게 친근히 다가서
려 한 배려로 보이지만 내겐 생뚱맞다. 이 책은 대중문화 특히 영화가 예술로
서 어떤 위치에 서며, 어떤 역할을 하며 또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떤 관점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를 썩 잘 기술하고 있다.
나는 영화라는 대중문화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온
게
사실이다. 이건 나만 아니라 다수 목회자들도 그러할 것이다. 더욱이 보수
적인 신앙에서 자라난 기성세대라면 더 그러리라 여겨진다. 영화는 우리에게
재미도 제공하고 또 이상과 희망과 가치도 제시한다. 반면 그 악영향의 힘도
결코 만만치 않다. 크면 크지 결코 작지 않다. 그래서 이 역기능이 크게 보이
면 순기능은 가려지고 묻힐 수밖에 없다. 젊은 날의 수많은 영화 체험이 나
의 부정적 태도를 낳은 주범도 그래서 생긴 게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
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대중문화를 우리 젊은이들은 어떻게 극복해 낼 것인가. 오
늘 우리의 교회는 이에 속수무책인 듯하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사회에만 떠
맡기고 나 몰라라 하는 태도로 일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떤 대책이 있어
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면 우리의 젊은 세대도 나의 경우처럼 영화를 미학적
관점은 무시한 채 도덕적 관점으로만 이해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될 경우 문
화를 개혁하기는커녕 반문화적인 태도로 이어질 게 거의 확실하다.
이런 현실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예외가 아닐 수 없다. 지은이는 이러한 현실
을 명확히 직시하고 20세기에 혜성처럼 떠오른 이 대
중문화를 성경적이고 신
학적이고 미학적으로 면밀히 반성하고 검토하는 지적 작업을 수행한 것이다.
그리하여 젊은이의 눈을 크게 떠서 볼 수 있게 할 장점들을 이 책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를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비평한 내용들에서
독자의 눈이 새롭게 열릴 것이라 기대해 본다.
이 책을 통해 거둔 나의 큰 수확이라면 대중문화에 대한 성경적 신학적 근거
를 발견하게 했다는 점이다. 영화도 인간이 수행하는 문화명령의 일환이라는
사실이다. 어리석게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 점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
쳤기에 미학적 비평이라는 점을 놓친 게 사실이다. 한눈에 금방 들어오지 않
는 논증 구조라는 약점도 있고 또 성경해석이나 관점에 동의하기 어려운 몇
가지 점들이 있긴 하지만 큰 틀은 대중문화를 되짚어 보게 할 장점이 많은 책
인 게 분명하다.
조주석 목사|합신촐판부 편집실장 press@hapdo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