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로 슬픔 당한 가족들에게
< 김재열 목사, 뉴욕중부교회 >
“상처는 치유를, 위기는 기회를, 슬픔은 반드시 기쁨 가져와”
사랑하는 자녀를, 가족을 잃고 비통해 하는 여러분에게 무슨 말로 위로가 되겠습니까? 하늘도 무심합니다. 하나님은 어디 가셨나요? 피눈물 흘리며 울부짖는 엄마 아빠들의 기도소리를 듣지 못하시나요?
그토록 많은 시간, 많은 날 밤을 뜬 눈으로 기다렸으나 반가운 아들, 딸들의 목소리는 기어코 들리지 않네요. 어떡하면 좋아요?
함께 통곡합시다. 하늘만 바라다보고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을 토해냅시다. 그러나 끝까지 절망하지는 마세요. 상처는 치유를, 위기는 기회를, 슬픔은 반드시 기쁨을 가져 올 것 입니다. 오늘의 죽음이 절대로 끝이 아닙니다.
지금부터 140여 년 전에도 이번 같은 비극적인 대형 사고가 있었습니다.
뉴욕 출신으로 시카고에서 성공한 변호사 호레이셔 스패포드라는 신앙 좋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유명한 전도자 무디의 후원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그가 최선의 믿음으로 살았어도 죽음이라는 원수가 사랑하는 아들을 질병으로 데리고 가버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그 다음해에는 시카고 시가지를 휩쓸었던 대형 화제로 그의 전 재산을 송두리째 잃어버렸습니다.
시련이 닥쳤습니다. 낙담하고 지쳤습니다. 새로운 힐링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전 가족들이 유럽 여행을 시도했습니다. 마침 영국에서 전도 집회를 하는 무디를 도우면서 쉬면서 은혜도 받고 싶었습니다.
먼저 아내와 네 딸들을 뉴욕 항에서 떠나보냈습니다. 그는 잔무를 마치고 며칠 후에 이어 갈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사랑하는 네 딸들과의 마지막 이별이 될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마치 여러분의 사랑하는 자녀들이 기쁨으로 수학여행 간다고 신나하던 그 모습이 마지막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비극은 한 밤중에 일어났습니다. 여객선이 대서양 한 복판에서 충돌사고로 침몰하고 말았습니다. 226명이 참사를 당했습니다. 자신의 아내만 겨우 구조를 됐다는 비보를 받고 급하게 영국 웨일즈로 건너갔습니다.
여객선이 바다 한 복판에 왔을 때 선장은 사고 난 위치를 알려 주었습니다. 호레이셔는 순간 격한 감정을 짓누를 수가 없었습니다. 갑판에서 내려다 본 바다는 새까맣게 자신을 삼키려고 입벌리고 덤비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네 딸을 삼키고도 부족한 채로 덤볐습니다. 그는 급히 선실로 들어가 비통한 맘으로 가슴을 치며 통곡하며 울부짖었습니다.
‘오! 하나님,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어린 것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차라리 날 데려가시지 않고요?’ 그는 온 밤을 자책하며 회개하며 괴로움을 다 토했습니다.
그런데 새벽녘에 갑자기 지금까지 체험할 수 없는 평안이 위로부터 쏟아져 내렸습니다. 순간적으로 가슴이 시원해졌습니다. 절대자의 손길을 느꼈습니다.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이 임했습니다. 성난 파도 같은 절망이 갑자기 소망으로 바뀌었습니다. 호레이셔는 급하게 그 평안한 맘을 글로 적었습니다.
내 평생에 가는 길이 강같이 순탄하든지, 폭풍같이 험하든지 이제 나의 영혼은 평안해!
저 험한 파도가 입 벌리고 나를 삼키려 해도 예수는 나의 대장이시니 싸워서 이기리라!
내 영혼 평안해! 내 영혼 평안해! 평안해!
이 글은 ‘찬송가’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100년 이상 수많은 절망 가운데 있는 자들에게 한없는 위로와 소망이 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여!
지금은 꼭 죽을 것 같지만 절대자는 결코 외면하지 않습니다. 아픔과 슬픔을 기쁨과 소망으로 바꾸실 것입니다. 지금은 많이 울어야 합니다. 그러나 절망을 금물입니다. 눈물로 심는 오늘의 고통이 훗날 기쁨과 무한한 보람의 열매로 피어날 것입니다.
제가 몇 년 전에 우즈베키스탄에 가서 선교사 가족들 한 주간 말씀으로 섬긴 적이 있었습니다. 점심 먹고 난 오후 강의 시간들은 식곤증으로 많이들 졸았습니다. 그 졸음을 쫓기 위해서 한마디 유머를 했습니다. 한국의 성수대교가 무너져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 시리즈였습니다.
세 번째 억울한 사람은 버스가 출발하는데 뛰어가서 탄 사람이었고, 두 번째는 노선번호를 잘 못보고 탄 승객이었고, 최고로 억울한 사람은 졸다가 그 전 정거장에서 못 내린 사람입니다. 졸면 죽습니다. 선교사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고 강의를 잘 마쳤습니다.
강의가 끝난 후 여선교사 한 분이 다가왔습니다. ‘목사님! 성수대교 참사로 제 딸을 잃었습니다.’ 난 순간적으로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희생자 엄마 앞에서 농담을 해댔으니 어쩌면 좋겠습니까? 안절부절하는 나에게 그 엄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전날의 그 아픔이 지금 나를 여기에 선교사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사랑하는 딸을 잃어버리고 한 동안 절망했지만 엄마는 다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오히려 소망의 선교사가 되었습니다.
참사를 당한 가족들이여! 결코 절망은 없습니다. 이 모든 오늘의 아픔들이 장차 우리 모두에게 놀라운 은혜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함께 많이 슬퍼합시다. 큰 소리로 통곡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