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찢어 회개할 때입니다_양영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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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찢어 회개할 때입니다

 

< 양영욱 목사 · 부평벧엘교회 · 인천노회장 >

 

대한민국 살리는 정신을 유산으로 남겨준 희생자들 기억해야

 

추운 겨울을 이기고 새 생명이 넘실대는 봄은 형형색색의 꽃들의 향연 속에 잔치들이 열리고 계획이 되어 있는 계절입니다그런데 지난 주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묵상하는 주간에 청천 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세월호 여객선의 침몰로 사망과 실종자가 302명이라는 초유의 사고로 인하여 잔치의 환희와 노래는 사라지고 탄식과 통곡과 슬픔으로 대신하는 장송곡의 무거움에 눌려 있습니다.

 

어디 이 한 사람뿐이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빠른 물살로 맹골수로라는 곳을 항해 하는 여객선이 침몰하였습니다사고 원인 중 하나는 대학졸업하고 겨우 연수 1년을 마치고 입사한 지 4개월 밖에 안 되는 3등 항해사에게 키를 맡겼다는 것입니다그리고 선장은 담배를 피우고 옷을 갈아입으려고(선장의 말선장실을 비웠다는 것입니다.

 

또한 선원들을 배가 기울어가는 위급한 상황에서 40분 동안이나 관제센터와 교신을 하면서 승객들에게는 구명조끼를 입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 외에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그러면서도 자신들은 가장 안전하고 구출되기 쉬운 브릿지(함교)에 모여 있다가 제일 먼저 구조선을 탔다는 사실에 유가족은 물론 온 국민과 세계를 분노시키고 있습니다.

 

선장과 선원들의 이런 행태는 이기주의의 극치입니다지난 겨울 경주에서 일어난 건물 붕괴 사고도 모두 자신들의 이익에 눈먼 인재였습니다부도가 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비싼 이자를 준다며 투자를 유치한 회사와 사원들이나공금을 개인 돈처럼 착복하여 손실을 끼치는 경영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자식을 잃고 망연자실하고 있는 유가족들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공직자나식음을 전폐하고 있는 유가족들을 옆에 두고 라면을 드시는 장관이나 모두가 이기적인 자기 사랑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그런데 우리 사회 곳곳에 이기적인 자기 사랑으로 책임과 본분을 망각한 사람들이 어찌 이들 뿐이겠습니까?

 

마음을 찢어 회개할 때

 

이들을 향하여 비난과 저주의 말들이 여과 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이들은 이런 말을 들어 마땅합니다이런 말을 해서 죽은 자들이 살아 올 수 있다면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 슬프고도 분노를 일으킨 사건의 해결책도 예방책도 아닙니다그런데 이런 이기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그들을 향하여 비판과 비난을 하다 제 자신을 돌아보니 내 안에도 이런 이기적인 마음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성경은 남을 판단하는 사람아 누구를 막론하고 네가 핑계하지 못할 것은 남을 판단하는 것으로 네가 너를 정죄함이니 판단하는 네가 같은 일을 행함이니라’(롬 2:1)고 합니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기 전에 이기적인 내 마음을 찢어 회개할 때입니다너를 향하여 손가락질 하며 회개하라고 하기 전에 내 자신이 먼저 할 때입니다그리고 사고를 수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예방하는 것이 더욱 소중합니다모든 죄의 근원은 이기적인 자기 사랑입니다이 죄를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죄에서 돌아서는 길이 이런 인재를 예방하는 길입니다.

 

죽어야 살립니다

 

이기적인 자기 사랑에 도취된 사람들에게 세월호가 맡겨져 침몰하고 말았습니다이기적인 자기 사랑에 도취된 자가 책임을 맡고 있다면 배 뿐만 아니라가정도 교회도 나라도 어떤 공동체도 결국은 침몰하고 말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1852년 영국 해군 수송선 버큰 헤드호가 암초로 침몰하고 있었습니다이 배에는 군인 472명과 그 가족 162명이 타고 있었습니다구명보트는 3척으로 180명 만 탈 수 있었습니다탑승자들이 서로 먼저 구명보트를 타려고 몰려들자 함장인 세튼 대령은 승조원인 해군과 승객인 육군 병사들을 갑판 위에 모이기에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지금은 우리가 그동안 우리를 위해 희생해온 가족들을 우리가 지킬 때입니다어린이와 여성들부터 탈출시키라고 하였습니다군인들은 갑판위에 정렬하여 서있고 어린이와 여성들과 가족들이 구명보트에 탔습니다마지막 보트에서 누군가 아직 자리가 있으니 군인들도 타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누군가가 우리가 몰려가면 구명보트가 뒤집힐 수도 있습니다.” 말하였습니다그리고 군인 470명은 구명보트를 향해 거수경례하며 배와 함께 물속에 가라앉았습니다.

 

한 사람의 리더와 그 지도력에 따라 죽음에서 다른 약한 사람들을 살렸습니다그래서 영국은 해적들의 후손이었지만오늘날 영국 신사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는 것입니다이 전통은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여객선 세월호 사고에서도 박지영이라는 22세의 여자 청년에게 구조된 학생이 누나는 왜 구명조끼 안 입어요라고 하자 선원은 마지막이야너희들 다 구하고 나도 나갈 거야라고 했다고 하는 기사가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습니다.

 

이 청년은 여러 명을 구조하고 자신은 싸늘한 시신이 되어 가족과 민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이런 살신성인하는 이타적인 사람이 사람을 살리고 공동체를 살리고 나라를 살립니다침몰해가는 대한민국을 살리는 정신을 유산으로 남겨 주었습니다.

 

부활주일 저녁예배를 마치고 성도들의 마음을 담아 말없는 영정 앞에 다녀왔습니다그런데 그 다음날 둘째 딸이 행안부 직원으로 파견되어 장례식장에서 그 청년의 장례를 보살피는 기회가 있었습니다이것은 그 정신을 너희가 이어가라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우리 공동체는 어떻습니까?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매달리셨을 때지나가는 사람들이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자기를 구원하고 십자가에서 내려오라’ 하자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 그리고 장로들이 함께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 오라 그리하면 우리가 믿겠노라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죽어야 살리는 것을 아시기에 십자가에 죽으셨습니다그 주님은 네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십니다이런 삶을 살지 못하였던 것을 내가 먼저 마음을 찢어 회개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