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부재
김수영 목사/나눔교회 담임목사,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교수
5월에 가정에 대한 영화들이 많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우아한 세계(한재
림), 눈부신 날에(박광수), 이대근, 이댁은(심광진), 아들(장진), 날아라 허
동구(박규태) 등 최근 개봉한 가족용 영화의 90%가 아버지 영화입니다. 그런
데 이 영화 속 아버지들은 모두 문제 투성이들입니다. 조직폭력배, 건달, 외
톨이 등등 아버지를 다루고 있지만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부각
시키고 있습니다.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아버지들
물론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는 억압하고 함부로 대하는 면이 있습니다. 아마
도 이 영화들은 이런 아버지의 면들을 드러내며, 반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
는 듯합니다. 그런데 초라해진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가 마지막에는 용서와
화해로 결말이 납니다. 간신히 구원받지만, 아무런 발전적인 역할을 하지 못
한 채 끝나버립니다. 많은 에너지가 아버지를 용서하고 화해하는데 다 쓰입
니다. 가정
은 가정대로 상처를 받고, 다음 대는 그 초라한 자산 위에서 또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얼마나 비생산적입니까?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는 방황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아버지의 권위는 존재
하지 않습니다. 과거 아버지의 아버지들에게서 배운 대로하면 열이면 아홉
은 퇴출 위기에 몰립니다. 과거처럼 권위를 부릴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새
로운 역할을 위해 보고 배운 지도 않습니다. 좋은 모델이 있어야 따라 할 텐
데 배운 것이 없으니 새로 만들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회에서는 젊은 후배들에게 압박을 받습니다. 가정을 위해서 돈을 벌어 와
야 하는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수고에 대하여서도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
합니다. 그러다 보니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치입니다. 이런 위기가 많은 아
버지의 몫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교회는 무엇
을 해야 합니까?
교회는 본받을 수 있는 아버지의 모델을 계속 만들어내야 합니다. 가정의 회
복을 원한다면 아버지가 먼저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회 지도자들이 이
일에 중점을 두고 친히 본을 보여야 합니다. 지도자들이 교회를 위해서 희생
하면 하나님께서 다
알아서 해주신다는 맹목적인 기대는 더 이상 ‘어필’하
지 않습니다. 필요하다면 지도자들이 먼저 좋은 기독교 기관에 가서 배워야
합니다.
교회에 속한 가정의 변화는 아버지이면서 지도자인 사람들의 변화로부터 시
작합니다. 그래야 다른 아버지들이 조금씩 생각을 고쳐갑니다. 아버지들이
부지런히 배우도록 강조하고 또 강조해야 합니다. 반복 학습이 최고의 학습
중의 하나입니다. 설교 혹은 아버지 학교 같은 프로그램에 가게 하든지, 제
공하든지 해서 계속 듣게 해야 바뀝니다. 남편이자 아버지인 남자들이 바뀌
면 교회의 분위기가 바뀝니다. 이 과정 속에서 좋은 모델들이 생기면 그들
을 계속 격려하여서 다른 가정들에게 도전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남자들은 말로만 해서 잘 바뀌지 않습니다. 자꾸 보아야 합니다. 잘 하고 있
는 아버지들을 보아야 비교도 하고 도전을 받습니다. 비교 당하는 것을 기
분 나쁜 일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비교 당해야 합니다. 남자들은 위기에 몰
리지 않으면 변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 편한 대로 하려고 하기 때문입
니다.
그런데 위기에 몰리면 무엇인가를 하려고 합니다. 자기가 이렇게 살
아서는
안 된다는 도전을 받으면 마지못해 변화를 시도합니다. 자기 아내들의 손에
끌려서 아버지 학교에 옵니다. 가정 세미나에 등록합니다. 더 적극적인 사람
은 책을 사서 봅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합니다. 가정이 가정
을 초청하면서 서로에게 도전을 줍니다.
아버지가 살아야 합니다. 영적으로 살아야 하늘 아버지가 어떤 분인가를 자
식들이 보고 듣고 배울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부드러운 권위가 살아야 하
고 아버지의 든든함이 살아야겠습니다.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도 살아
아버지가 살면 가정이 삽니다. 자식들이 자신감을 갖고 악한 사회 안으로 힘
있게 걸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 아버지들은 먼저 배워야 합니
다. 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그러면 하나님 아버지께서 도와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