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 병”
김명혁 목사_강변교회
나는 ‘건망증 병’과 함께 ‘왕자 병’에 걸려 있다. 기독교인이라 할지라
도 쉽게 걸릴 수 있는 병들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기억
도 하지 않고 다 잊어버리시니 나도 어느덧 조금 전의 일도 다 잊어버리고
만다.
건망증 갈수록 심해져
예수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던 제자 요한이 심한 ‘왕자 병’에 걸렸었는데 사
도 요한을 닮다 보니 나도 어느덧 ‘왕자 병’에 걸리게 되었다. 바로 지난
주일 베트남에서 열린 선교사 대회를 다녀와서 설교를 하면서도 나는 이렇
게 고백했다.
“제가 왕자 병에 걸릴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을 여러분들이 좀 이해를
해주면 고맙겠습니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여러 선교사들이 제 방을 찾아와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해 달라고 요청을 했
습니다. 어떤 선교사들은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자녀들을 위해서 기도를 해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어느 선교사 부부는 수요일 저녁 예배 중이었는데
도 저를
잠깐 나오라고 해서 나갔더니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두 자녀를 위
해서 기도를 해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어느 선교사는 아들의 이름을 제 이름을 따서 ‘명혁’이라고 지었다고 하면
서 자기 아들이 목사님처럼 귀한 하나님의 종이 되도록 위해서 기도해 달라
고 부탁을 했습니다. 어느 선교사는 올까 말까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무릎
쓰고 선교사 대회에 왔는데 저의 소박한 메시지를 듣고 감동을 받아서 온 것
이 얼마나 잘했는지 모른다는 말을 했습니다. 나이 듬직한 황모 목사는 미
국 씨아틀에서 왔는데 저의 간증적인 말씀에 감동받았다고 하면서 거듭해서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식사 때마다 어린이들이 내가 앉은 테이블에 와서 조그만 유리 인형들을 받
아가며 너무너무 좋아했습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선교사 사모들이 나
를 바라보면서 너무 귀엽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제가 왕자 병에 걸릴 수밖
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을 여러분들이 좀 이해를 해 주면 고맙겠습니다.
내가 심한 왕자 병에 걸렸기 때문에 많은 경우 내가 하나님께 ‘어리광’도
부리고 ‘떼’도 쓰고 좀 ‘뻔뻔한’ 모습을 나타내 보이는 것이 하나님께
n얼마나 황송한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뻔뻔한 ‘왕자 병’에 걸리게
된 불가피한 인간적이고 신적인 이유들이 많다.
한경직 목사님, 김치선 목사님, 박윤선 목사님, 정진경 목사님 등이 나를 너
무너무 좋아하셨고 최근에는 강원용 목사님도 나를 무척 좋아하셨다. 그리
고 하나님께서 나를 무척 좋아하시면서 나를 너무 많이 축복해주셨다. 그 수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한가지만 요약해서 싣는다.
1976년 여름, 대학생들을 데리고 충청북도 괴산군 옥현리에 가서 여름성경학
교를 하던 중이었다. 그 동네의 청년들 20여명이 교회 근처에 와서 유행가
를 부르며 서울에서 온 대학생들을 괴롭혔다. 나는 예정에 없던 전도의 대화
를 저녁마다 그들과 나누게 되었다.
목요일 밤 동네 청년들을 교회당에 모아 놓고 사울이 바울로 변화된 이야기
를 했다. 그러자 청년 하나가 앞으로 나와 회개하며 예수를 믿겠다고 고백했
다. 다른 청년 하나가 또 앞으로 나오더니 자기도 회개하고 예수를 믿겠다
고 고백했다. 청년 하나는 자기는 청주에서 잘 알려진 불량배인데 자기도 회
개하고 새로운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날 밤 15-16명의 청
년들이 하나하나 앞으로 나와서 회개하고 예수님을 영
접했다. 나는 그날 밤 잠 자리에 누워서 다음과 같은 기도를 거의 한 시간
동안 드렸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토요일, 그들과의 이별은 눈물의 이별이었다. 그들과의 서신 왕래는 그 후 1
년 동안 계속되었다. 그 편지들 중 일부를 소개한다.
“나에게는 그 기간이 인생 중에 가장 은혜스러웠고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
이라고 자부합니다. 박사님이 설교와 기도하실 적에 저는 눈물을 흘렸습니
다”(박궁래).
“떠나는 날 보천서 우리는 너무나 섭섭했어요. 왜 그렇게 눈물이 나오던지
나도 모르겠어요. 나의 죄가 무엇인지를 깨달았어요. 선생님, 가을에 꼭 한
번 오세요”(박정옥).
감동의 편지 아직 기억남아
“죄책감에 눈시울을 적셔야 하는 나의 마음, 주여 이 몸을 용서해 주소서.
나의 발길은 교회로 향합니다”(김재옥). <「영몰라 통몰라」pp.37-39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