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라는 삶의 철학_이은상 목사

0
21

K.I.S.S라는 삶의 철학

이은상 목사/ 수원노회

먼저 질문에 답해봅시다. ‘옷을 갈아입어도 그대로 있고 옷을 벗어도 그대로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살다보면 가끔씩은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데’하며 스스로의 삶을 자책하
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무엇을 위해 자신을 포기하고 몰두했던 그 일이 다람
쥐 쳇바퀴 돌 듯 이어지는 무목적적인 삶처럼 느껴질 때, 그리고 ‘이게 아닌
데’ 하면서도 그 무엇에 철저히 길들여져 있어 빠져나오질 못할 때 삶의 자책
은 더욱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내 안에 있는 나를 자유하지 못하게 하는 주범이 시간이라는 
굴레입니다. 마귀가 인류에 대해 마지막으로 선택한 탁월한 전략이 ‘바쁘게 
사는 삶’ 이라는 말대로 이 세상은 시간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린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시간에 쫓겨다니는 사람들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
다. 흐트러져 있는 책상과 서랍과 서류뭉치, 빈번하게 잊어버린 
약속들, 자녀
들과 의미 있는 대화 없이 지낸 며칠, TV 리모콘을 재빨리 눌러대는 솜씨, 뒤
죽박죽 된 신문들, 애타게 물을 기다리는 스킨다브스, 배고플 때가 아닌 남
는 시간에 식사하는 경우 등 미처 끝내지 못한 일들이 여우 꼬리처럼 남아 있
습니다. 

신앙생활에서도 쫓기는 삶은 예외가 아닌 듯 합니다. 기도 요청을 받아놓기
만 하고, ‘하나님 탱큐’식으로 드리는 번개기도, 예배시간에 시계를 자주 보
는 습관, 늘 레위기에 꽂혀 있는 성경읽기표, 얇은 책만 고르는 습관, 그리
고 하루가 서른 시간이면 좋겠다는 강박관념 등 조용히 멈춰 설 시간이 없습
니다. 

이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고속철도보다 먼저 시간을 다스리는 것입니
다. 그렇다면 왜 우리가 시간을 다스려야할까요? 그것은 시간에 대한 통제를 
상실하면 우리 자신을 상실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에 있어 생각할 
시간은 가장 희귀한 자원입니다. 이런 자원을 잃게 되면 주로 보이지 않은 내
면의 세계는 무시하고 눈에 보이는 목표에만 열중하게되며 본질보다는 속도
를 중히 여겨 인
생의 됨됨이(being)를 망쳐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시간에 대한 통제를 상실하면 또한 대인관계를 상실합니다. 단지 얼굴이나 이
름만 익힐 뿐이고 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의무감 특히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간과함으로 이웃사랑이라는 계명을 어기게 됩니다. 
시간에 대한 통제를 상실하게 되면 또한 하나님과의 관계에 위험이 생기게 됩
니다. 하나님을 알되 그저 명함식으로 알고 깊은 친밀감이 없기 때문에 우리 
인생을 예비하신 주님의 계획들에 대해서 심지어 천국에 대해서조차 아주 희
미하게 알뿐입니다. 결국 하나님마저도 우리의 스케줄에 따라 주실 것을 협박
하며 경건생활의 궤도를 벗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간을 통제할 수 있을까요? 요즈음 전원주택이나 팬션생
활, 귀향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삶의 철학을 통해서 배워봅시다. 이들은 KISS
(Keep it simple and small!)의 삶의 철학 즉 단순하고 작은 것의 가치를 중
요시 여기며 산다고 합니다. 물론 그리스도인들은 부처(불교문화에서 말하는 
무소유 철학)처럼 백수가 되거나 상류층의 유한계급처럼 놀고 먹어서는 안됩
니다. 왜냐하면 
사단은 ‘빨리빨리’라는 공격용 무기뿐 아니라 ‘다음에’라는 
방어용무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KISS의 생활철학 ‘small’은 성경에서 말하는 
자족하는 법, 탐심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딤전6:8). 우리가 
주로 시간에 쫓기는 이유는 더 많은 것들에 대한 관심, 탐심 때문입니다. 또
한 KISS라는 삶의 철학 ‘simple’은 우리에게 절대 우선순위를 가르쳐 줍니
다. 단순한 삶이란 모든 것을 제쳐놓는 포기의 삶이 아니라 급한 일과 중요
한 일을 구분하는 삶을 말합니다.

우리는 종종 많은 것에 관심을 갖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사항을 빼놓는 경우
가 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가 소년 예수를 예루살렘에 남겨두고 고향을 떠났
던 일화는(눅2:41-51) 오늘날 절대 우선순위를 잊고 사는 대부분의 삶의 모습
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정치, 경제, 스포츠, 의식주 등의 많은 사건과 연예
인을 비롯한 스타들의 X-파일에는 관심을 가지지만 가장 중요한 일인 영혼구
원, 그리고 절대 중요한 인물인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는 관심 밖입니다. 단
순한 삶이란 모든 것보다 예수그리스
도를 절대우선순위에 두고 사는 삶을 말
하는 것입니다. 

예약으로 가득 찬 식당에서 눈치를 보는 것보다 온가족이 참여해서 만든 수제
비를 올려놓고 옹기종기 둘러앉은 밥상머리를 만들어 봅시다. 집안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는 폭군 시계로부터 자유선언을 합시다. 주일하루만이라도 TV, 
컴퓨터, 핸드폰을 OFF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