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대회, 에클레시아드_이은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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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대회, 에클레시아드

이은상/ 수원노회 

우여곡절 끝에 참가한 북한을 비롯해 세계 174개국 열방의 젊은이들이 열기
를 쏟아냈던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꿈과 젊음, 여기에
다 미모의 축제까지 마치 기록대회가 아닌 감각대회처럼, 그럼에도 이 대회
가 남긴 것은 늘 스포츠가 그렇듯이 ‘스포츠는 짧고 여운은 길다’였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경기에는 승자는 승자로서의 영광의 순간이 패자는 패자로서
의 실패의 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경기 후에 우리의 시선은 좌절하고 있는 패자들에게서 벗
어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국가대항이든 동네대항이든 스포츠세계에서 승자
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이 패자에게는 좋지 못한 앙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
다. 물론 달음질하는 자들은 최선을 다해서 달음질해야 하고 또한 상 얻는 자
는 하나인 것을 서로 인정해서(고전10:24) 패자는 자신의 패배를 깨끗하게 받
아들이고 승자에게 진정한 박수갈채를 보내야 마땅합니다. 


람은 앞서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에 지배받기 때문에 지게되면 속상한 
법이며 차이나 석차를 인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가끔 수련회 
때 조별대항에서 게임의 법칙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시험에 드는 성도들도 있
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여러 가지 패배로 말미암아 고통받고 있는 패자들의 
응어리를 생각하면서 ‘E-대회, 에클레시아드'(교회끼리 화목을 위하여 치르
는 스포츠?)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필자가 속한 교회는 이웃교회들과 여러 번에 걸쳐 친선축구경기를 하였습니
다. 지금까지의 전적은 전패입니다. 그것도 경기마다 큰 점수 차로 패하였습
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경기에 패하고도 성도들은 속이 상하거나 배가 아
프든지, 아니면 ‘다음부터는 절대로 축구시합을 하지 말자’는 등 부정적 반응
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를 추적해보니 다름 아닌 패자의 영광이었던 것
입니다. 

패자의 영광이란 경기에 지고도 기뻐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어떻게 경
기에 지고도 기뻐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E-대회만이 가지는 독특함입니
다. 
E-대회는 세상의 경기와는 달리 그야말로 그리스도안에서 하나됨을 경험하고
자하는 경기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대회가 아니라 교제일 수 있습니다. 그
래서 필자가 속한 교회는 게임보다는 교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심지어 스스
로 ‘기쁨조 혹은 위문단’ 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패함으로 상대방에게 승리
의 기쁨을 얻게 하는 사명’을 가지고 경기에 임합니다. 

혹자는 이렇게 패자가 웃을 수 있는 이유를 심리학에서 말하는 방어기제인 자
기합리화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패배에 익숙한 자의 변명이 아니라 
성경에서 말해주는 하나님 나라의 특징과 같은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세상
나라와 다름(구별됨)이 그 특징입니다. 그 특징 중의 하나는 환란 중에도 즐
거워할 수 있는 것이며(롬5:3),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머리가 아닌 꼬리가 
될 줄도 아는 것입니다. 스포츠, 교육, 물질, 은사 등 인생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는 실력 차이를 겸손히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정적 찬스에 개
발(헛발)을 한 선수를 보고도 열 받지 않고 웃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포스트모던 무
한경쟁시대를 살아가기 때문인
지 현대교회에 이러한 하나님 나라의 특징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
다. 지고 못사는 세상처럼 교회도 모두가 다 이기려하고 일등만 하려고 합니
다. 그 결과 각 교파별로 세계에서 제일 큰 교회가 생겼는지 모르지만 어찌되
었든 한국교회는 보이지 않는 성도수의 경쟁, 과업의 경쟁, 확장의 경쟁, 이
름에서도 뒤질세라 ‘제일, 중앙, 좋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합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회복해야 합니다. 물질이 많아서 감사하고 일등해서 기
뻐하고 잘생겨서 즐거워하는, 남보다 나를 낫게 여기는 희락은 세상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교회의 특징이 아닌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쥐꼬리만
한 월급봉투를 받고도 감사할 줄 알고, SKY대학 근처에 얼씬못해도 기뻐하
며, 인생의 성적표마다 늘 내 뒤에 누군가 아무도 없어도 웃을 수 있는 여유
가 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패자와 꼴찌들이 합창할 수 있는 나라, 지렁이같이 못난 인생
들이 뒤뚱거리며 춤을 추는 나라, 도무지 세상이 흉내낼 수 없는 성령께서 만
들어 주시는 신비의 나라가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
기를 기
도해야 합니다. 미녀가 아니더라도 응원단이 될 수 있고, 성도수가 작아도 주
의 종이 되며, 그저 꾸무럭거리는 변두리 성도들이 모여서 손뼉칠 수 있는 E-
대회가 각 족속과 방언과 백성과 열방 가운데서 날마다 열리기를 기대해봅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