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변심의 계절_이은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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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변심의 계절

이은상 목사/동락교회

연인이 변해 가는데는 다섯 단계가 있답니다. 가령 여자가 감기에 걸려서 콜
록거릴 때 연애 초반기에는 ‘약 지어왔어 자기야, 헉…헉’ 이러다가 진행기
가 되면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 흑…흑’ 그럽니다. 과도기가 되
면 ‘그러게 왜 그렇게 싸돌아다녀’, 권태기 때는 ‘야, 야! 음식에 콧물 떨어
지잖아’, 말년기가 되면 ‘아까 네가 입댄 컵이 어떤 거냐?’ 이런 답니다. 
사람의 마음은 수시로 변합니다. 그런데 그 변덕스러움이 특히 겨울에 심하답
니다. 한 온라인 미팅전문사이트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33%가 겨울철에 애인
과 헤어졌다고 답했다며 겨울은 연인들에게 위기의 계절이라고 경고했습니
다. 변심의 계절! 맘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다른 길을 고집하던 두 대통령 후보가 이제는 어깨
동무 친구가 될 판입니다. 보통사람들에게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후보 단일
화가 가능해지
는 것을 보면 역시 변덕스러운 사람의 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는 386세대 중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던 젊은이가 갑
자기 당을 저버리고 훌쩍 떠났습니다. 그를 좇던 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닭 쫓
던 개처럼 멍해버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 보면 크게 놀랄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평생 민주화 
투쟁에 헌신하고 자부했던 정치 선배님들도 광주학살과 유신으로 집권한 자들
과 손잡고 정권 위에 올라서는 모습을 보면 사실 당을 옮기는 것쯤은 별 일
도 아니겠죠. 변심은 정치지도자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를 따르는 무리
들에게도 있나봅니다. 오뚜기 정치인이라 불리던 한 정치인도 자신의 지역기
반인 민심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또한 그가 총애하던 의원들이 그의 수하
를 벗어나려는 변심 때문에 이제 정치 파산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을 보
면 변심에는 지도자나 그를 따르는 민중이나 모두가 한 통속임을 보여주고 있
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또 누가, 어떤 지도자가 변심 때문에 ‘형제 떠난 부
산항에 갈매기만 슬피 우네’ 라는 노래를 부를지 모를 일입니다. 

우리는 철새 정치인들
을 보면서 또한 변심하는 연인들을 보면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라도 변할 수 있다는 진리를 그들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셈이죠. ‘구스 인이 그 피부를 표범이 그 반점을 
변할 수 있느뇨 할 수 있을진대 악에 익숙한 너희도 선을 행할 수 있으리라
(렘13:23)’는 성경 말씀처럼 변심에 익숙한 정치인에게, 연인에게 일편단심
을 기대하는 것은 표범의 반점이 변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일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변심에는 신자라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
억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은혜가 아니라면, 신자도 이런 육신의 지배
를 받게되는 날이라면 우리도 주님을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인간 본성의 힘으로는 주님을 향한 일편단심을 유지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어느덧 달력도 마지막 잎새를 남겨둘 판입니다. 한 해를 출발할 때에는 남을 
따뜻하게 해주던 불덩이 신앙이었는데 어느새 지금은 신앙의 권태기를 지나 
말년기로 접어들어 다른 사람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는 숯덩이 신앙으로 변
해버린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즈음 신자의 마음도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
감하면서 주님께서 보내주신 에베소교회의 편지를 들추어봅시다(계2:1-7). 

그 교회는 열심히 구제하고 봉사하는 교회였습니디. 그리고 인내하는 교회였
습니다. 정통성이 있는 교회였습니다. 두란노 서원이 있고 부리스길라와 아굴
라와 같은 훌륭한 부부성경교사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주님으로부터 첫사랑
이 식어졌다는 책망을 받았습니다. 첫사랑은 처음에 예수를 믿을 때 가졌던 
마음입니다. 복음에 대한 감격과 감사의 마음입니다. 

에베소 교회의 수고는 이런 첫사랑에 근거한 수고가 아니라 습관으로 인한 수
고였습니다. 그들의 인내는 주님으로 공급받는 인내가 아니라 그저 참아내는 
곰과 같은 끈기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그들에게 다시 첫사랑의 회
복을 권고하신 것입니다. 주님의 은혜가 아니고서는 일향한 신앙을 가질 수 
없다는 말입니다. 얼마후면 교회마다 새해 일군을 모집하는 일이 있을 것입니
다. 멀찍이 도망치려는 변심으로부터 벗어나고 첫사랑을 회복하는 일향한 주
님의 제자들이 교회마다 많이많이 있기를 소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