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라_나종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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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라

 

< 나종천 목사, 한사랑교회, 총회 회록서기 >

 

 

“예수님을 처형한 당시 종교 정치 지도자들의 음모와 만행도 기억해야”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 중 하나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규정은 ‘잘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국 사람들은 과거 아무리 큰 대형 사건들도 곧 잊어버린 것처럼 지금 어떤 사건도 이내 잊어버릴 것이라고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사실 싫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사건이 국민 대부분을 분노로 들끓게 해도, 그 분노는 잠시 뿐이고 사람들은 이내 해당 사건을 잊어버린다.

 

지난 2007년 12월 27일 태안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는 세계에서 유래 없던 대형 참사였다. 이 사고로 인해 태안 주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태안전원교회 목사의 말을 듣는 순간,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추위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성도들과 며칠씩 그곳에서 머물면서 기름을 닦아내며 봉사활동을 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나를 비롯한 국민들에게 그 아픈 현장이 잊혀진지 오래인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때의 비참한 현장을 연출했던 자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외에도 조국의 아픈 사건들, 교계의 쓰라린 상처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수많은 사건과 일들이 있다.

 

물론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고, 또 때로는 망각이 심리적인 치료의 하나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마땅히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을 잊는다면 유사한 사건이 재현될 토양을 스스로 만들어 주는 셈이 될 것이다.

사회를 어둡게 한 사람들을 기억하려는 것은 그들이 일으킨 사건들이 재발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고, 사회를 밝게 한 사람들을 기억하려는 것은 그들이 일으킨 사건들을 확산되게 하기 위함이다. 특히 과거의 수치를 기억하자는 것은 원수를 갚자는 말이 아니다. ‘원수 갚음’은 계속 되는 악순환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점이 분명히 인식되지 않는다면 ‘기억’은 오히려 인류를 파멸로 이끌게 될 것이다. 기억의 목적은 가해자로 하여금 ‘진심으로’ 사과하게하고 다시는 유사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곧 기억의 목적은 무엇을 하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어두운 사건은 ‘반복되지 않도록’ 밝은 사건은 ‘반복되도록’하려는 것이다.

 

기억은 칼을 쥐지 못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무기이다. 비인간적인 사건들과 그 사건들을 일으킨 사람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신선한 충격을 준 밝은 사건들과 그 주역들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기억되지 않는 사건은 이미 죽은 사건이다.

 

바울은 고린도전서 11장 24-25절에서 예수님이 제정하신 성만찬에 대해 말하면서 그것을 “주께로부터 받은” 것으로 못 박는다. 바울은 예수님이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기억)하라”는 말씀을 두 번씩이나 강조했던 것으로 말하고 있다. 곧 기억의 내용은 예수님의 십자가상의 ‘죽음’이다.

 

예수님께서 향유를 부은 여인의 행위가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나 기억되리라고 예수님이 큰 찬사를 한 이유도 그 여인이 예수님의 치욕스러운 ‘죽음’을 미리 준비한 것이기 때문이었다(막 14:8).

 

예수님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것은 물론 기억만 하고 있으라는 것이 아니다. 기억하는 사람역시 참여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성만찬을 통해 십자가의 대속의 사건을 기억해야 하지만 당시 유대 종교 정치 지도자들이 설정해 놓은 규격에 따라 그들의 기득권이 침해당할 것을 예상하여 처형하기로 꾸몄던 당시 종교 정치 지도자들의 음모와 만행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작금의 한국교회와 기독교 기관들의 어두운 형태를 보면서 주님이 제정하신 성만찬에 참여하는 우리 신자들은 어떤 기억으로 참여하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기억은 과거의 것을 오늘에 되살리는 행위이다. 현재나 미래의 것을 그 대상으로 삼을 때는 사용할 수 없는 단어이다.

 

예수님께서 성만찬을 통해 자신을 기억하라는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바로 그 예수님을 뚜렷이 기억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신자들이다.

 

기억하며 살려는 자세가 우리 신자들이 마땅히 내려야 할 중요한 항목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