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목회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_이상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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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목회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 이상업 목사, 성은교회, 동서울노회장 >

 

 

“21년째 계속 목회할 수 있게 해 주시는 은혜가 놀라울 뿐”

 

 

이 표현이 목회의 의미도, 목표도 몰라 무지하게 방황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회가 무엇인지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진심으로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뒤돌아보면 저의 개혁이라는 것이 좋게 말하자면 ‘바른 소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이 ‘비판’과 ‘비난’이었던 것 같습니다. 좀 지나치게 표현하자면 투쟁과 전투의 모습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내용이 옳다는 어설픈 확신 때문에 무익한 논쟁에 보낸 시간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상하게 했을 겁니다. 당연히 저의 감정도 포함해서입니다.

 

물론 놓쳐서도 안 되고 놓칠 수도 없는 유익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성경의 권위, 성경을 사랑하는 마음, 약간의 예리한 통찰력, 조직신학으로 오는 골격과 구약과 신약의 하나됨 등 적지 않은 귀한 보배들을 얻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근데 그럴수록 목회가 무엇인지를 더 모르겠습니다. 현실이 그렇고 사실이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요즈음은 이 생각으로 가득해서 말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이런 표현만 자꾸 하게 됩니다.

 

‘바르게’라는 미명 아래 목회자로서 할 도리와 책임과 의무에 너무 소홀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틀린 목회는 기가 막힐 정도로 잡아내면서 정작 자신은 균형잡힌 목회를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바르게’라는 단어로 합리화 시키며 목회한 세월이 너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아니 대부분 다 그렇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중심도 방법도 반응도 너무 미숙하여 기억을 떠올리면 부끄러운 모습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가 저에게 목회가 무엇인지 물어보신다면 저는 ‘모르겠습니다’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갈수록 목회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만 더해가는 저임에도 불구하고 7년 전부터 목회가 재미있다는 것을 느끼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얼마 전부터 꿈이 하나 생겼다는 겁니다. 저의 인생 속에서 목회 규모야 어떠하든 남은 기간 동안 의미 있는 목회를 하고 싶다는 것과 은혜만 주신다면 정말 의미 있는 목회자로 남고 싶다는 정말 간절한 소원을 주셨습니다.

 

목회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한 이년 전 어느 날부터인지 저 같은 사람에게도 이런 꿈을 주신 것이 참 신기할 뿐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제일 기적 같은 현실은 목회 현장을 주시어 목회하게 해 주신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이유를 깨달은 것도 있습니다만 정말 하나님의 은혜가 신묘불측합니다.

 

그래서 제 주위에 붙여 놓고 수시로 아멘을 고백하는 성경 말씀이 있습니다. 너무 저를 위한 신앙고백 같습니다. ‘여호와의 자비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이 크도소이다’(애 3:22,23)라는 바로 이 말씀입니다.

 

목회가 무엇인지 가면 갈수록 더 모르겠는 저에게 21년째 계속 목회할 수 있게 해 주시는 은혜가 너무 신기할 뿐입니다. 저의 삶에 이보다 더 큰 영광은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