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교회
|유익순 목사, 성도교회, 제주노회장|
월드컵 경기의 열기가 가히 뜨겁다. 유엔 가입국 수보다 더 많은 FIFA 208개 회원국 중 최종예선을 통과한 32개국이 참여하여 16강을 겨루었다. 우리나라는 비록 8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해외원정 16강의 위엄을 달성했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월드컵 열기는 점점 커져 2010남아공월드컵은 독일 월드컵에 비하여 중계료 수입만 약 30%가 비대해졌다. 명실 공히 이제는 지구촌의 최대 축제가 된 것이다.
이 거대한 축제에 각 나라는 승리의 목표를 향해 사활을 걸게 되었고, 국가적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뿐 아니라 국가 원수들조차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거드는 판국이 되었다. 스포츠가 아니라 마치 전쟁같이 되어 만일 지거나 형편없는 게임을 할 경우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조짐이다.
월드컵의 관심은 종교계도 예외일 수 없다. 종교라고 내세우는 단체는 너 나 할 것 없이 월드컵 승리 기원 행사를 하는가 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누구도 거스릴 수 없는 애국의 길이라 믿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축구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다음 경기에 2:0으로 이길 것’이라든지, 내친 김에 ‘3:0이라도 좋다’는 것이다. 만약 진솔하게 ‘1:0으로 질 것 같다’는 말을 하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월드컵의 열기는 교회를 비켜가지 않았다. 그 엄청난 관심과 파장이 교회 안으로 흘러들었다. 월드컵 기간에는 무슨 행사를 해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 그런 까닭에 교회나 각 기독교 단체들은 각종 행사나 프로그램 진행을 월드컵 중계가 없는 시간대로 피하여 조종했을 것이다. 나이지리아 전이 있는 6월 23일 새벽에는 새벽기도회 시간을 경기가 끝나는 시간 이후로 미루거나 월드컵 승리 기도회로 대체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중계권을 가진 쪽에서 공공장소의 월드컵 경기 공동시청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지만 ‘교회의 경우 비영리를 목적으로 한 장소이니 함께 시청을 하고 응원을 해도 무방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아마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교회에서는 붉은 티셔츠를 입은 많은 사람들이 예배당에서 ‘대~ 한 민 국’을 외쳤을 것이다.
선교의 전략이 다양해지면서 월드컵도 전도 내지는 선교로서의 좋은 기회로 활용하자는 운동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월드컵에 나가는 국가대표의 감독과 코치 및 선수들까지 절반이 조금 못 미치는 수가 기독교인들이다.
그들이 골을 터뜨려 그물을 흔들 때마다 기도 골 세레모니가 행해지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크리스챤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월드컵 개회식과 함께 국제선교단체들도 바빠지기 시작하고 각종 스포츠팀, 교회, 청소년그룹, 선교단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복음전파의 길을 모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기독 언론단체에서는 기독교 인구의 감소 원인 중 손꼽을 수 있는 원인을 ‘대형 스포츠 제전’이라고 논평한 적이 있다. 그중에서도 ‘2002년의 한일월드컵대회는 한국교회를 영적 혼란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스포츠는 하나님을 경배하는 의식이 아니라, 다분히 반 기독적이고 상업적인 요소와 영적 분별력을 떨어뜨리는 대중문화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월드컵대회는 즐기기에 따라 큰 기쁨을 준다. 세상을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청량제와 같을 것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선교의 기회가 될 것이다. 다만 육체의 연습은 약간의 유익이 있기 마련이지만 지나치면 경건 생활을 해칠 수 있음에 늘 유의해야 한다.
“오직 경건에 이르기를 연습하라. 육체의 연습은 약간의 유익이 있으나 경건은 범사에 유익하니 금생과 내생에 약속이 있느니라”(딤전 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