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을 위해 변해야 한다
이의행 목사_목민교회
며칠 전 섬기는 교회 형제 및 그 자녀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아이들을 위
해 기도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기도를 했다. 아침저녁 불어오는 바람을
통해 가을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고 서두를 꺼냈다. 기도가 끝나자 초등학
교 3학년 아이가 “목사님, 가을은 송충이한테서 느끼는 건대요” 한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나무에 붙어있던 송충이가 힘을 잃고 땅바닥에 떨어
진 애처로운 모습을 보면서 그 아이는 가을을 느꼈던 것이다. 그때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와
수많은 세월을 살아오도록 가을은 언제나 찬바람을 통해서 느끼는 것이 공식
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을을 느끼는 느낌이 이렇게 다르구나! 그렇다면 사람마
다 예수를 구주로 믿게 되는 동기가 다를 것이고 또 신앙생활을 하는 형태
도 다양하겠구나. 그러면서 ‘교단‘에 대해 생각해 본다. 바른 신학, 바른
교회, 바른 생활이라는 설립 이념, 영원한 스승이신 정암 박윤
선, 칼빈주의
5대 강령, 한국 교회 개혁의 모델 교단, 신학교의 나름대로의 자부심, 모두
귀한 것들을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내부의 뜻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
에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정말 무언가 변해야 한다는 안타까운 생각들이 자
리잡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 모두는 주님을 사랑하고 교회를 사랑하고 하나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으로 교단을 사랑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교단이 진정 하나님의 나라 완성을
위해 아름답게 쓰여지기를 소원한다. 우리 교단의 색깔을 표현한다면 보수라
고 해야 할 것이다. 그 반대적인 색깔은 진보일 것이다. 물론 우리가 좋아하
는 개혁이라는 말을 앞에 붙여 개혁적인 보수라고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
을 것이다.
그런데 이 ‘보수’라는 계열의 성향은 변화를 싫어하는 특징이 있다. 그리
고 ‘개혁’이라는 말로 변화라는 의미를 묵살해 버린다. ‘계시의 발전’이
라는 말 속에는 분명 시대의 변화와 함께 하나님의 자기 계시 역시 변화했다
는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하면 진리는 변하지 않지만,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
은 변하지 않지만 하나님께서 당신을 알리시고, 또 우리가 하나
님을 알리고
섬기는데는 시대의 옷을 바꿔 입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변화 읽지 못하면 도태돼
아무리 좋은 신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지 못한다면 무
슨 가치가 있는가?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은 신학, 훌륭한 스승, 질 높은 교
육을 받았어도 이 시대에 복음이 전파되는데 사용되지 못하고 하나님 나라
의 발전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
대한민국은 이미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을 갖추어 놓고서도 10
년 가까이 세월을 낭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마디로 정치 지도자들 때문
이다. 우물안 개구리가 힘이 있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편협하고 속 좁
고 고집스런 사람에게 힘이 주어지면 그 집단이나 조직은 고스란히 그 폐해
를 입게 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교단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필자를 비
롯한 교단 산하 목회자들의 탓이다. 우리는 시대를 읽고 변화하려는 마음보
다 전통과 관습을 사수하려는 마음이 더 강하다. 이것은 생명력 없는 바리새
주의다.
조직, 정책 등 새로운 발상 필요해
주님은 ‘새 술은 새 부
대에’라고 말씀하셨다. 복음을 담아내고 전달하고
알리는 형식은 시대와 함께 가든지 더욱 바람직한 것은 과감하게 시대보다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교단의 조직, 정책, 운영, 신학교의 목회자 양성 프
로그램 등을 실용적이고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합신교단’은 역사와
전통만 자랑하는 박물관의 유물처럼 되고 말 것이다.
금번 90회 총회는 이런 공감대가 표면으로 공론화 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
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