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크리스마스는 오는가?_허태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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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도 크리스마스는 오는가?

허태성 목사(은곡교회)

다사다난했던 2004년의 성탄절을 앞두고 문득 한국 근대의 대표적인 단편 소
설 작가중 한 사람인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라는 제목이 필
자의 뇌리를 스친다. 암울했던 조국의 현실을 가슴에 묻고서 조심스럽게 해방
의 봄을 갈구했던 작가의 마음이 갑자기 필자를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
것은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대로 성탄을 앞둔 한국교회의 현실이 그리 밝지만
은 않기에 당연히 기쁨에 가득 찬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근
심이 가득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요즈음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어야 할 교회가 맛을 잃은 소금이 되어 밖에 버림을 당하여 밟히고 있음을 시
인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단지 세상의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일부 대형교
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신실하게 따르는 좋은 교회들이 없
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모든 교회들이 세상의 비판으로부터 자유
로울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이것은 또한 목회자만의 문제도 아닌 것 같다. 불신 세상의 보편적 상식으로
도 이해하기 어려운 목회자의 윤리문제가 왜 이리도 자주 세인의 입에 오르내
리고 있는가? 목회자의 도덕적 수준이 그러하다면 일반 교인들의 수준이 어떠
할지를 짐작해 보는 것은 그리 큰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금 표류하고 있는 
것은 이 나라의 국정(國政)만이 아니다. 이 나라의 영적 지표가 되어야 할 한
국교회도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심각하
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안티기독교’ 사이트가 있다
는 말을 듣고 한 번 들어가 보았다. 

거기에는 매우 악의적이고 설득력이 전혀 없는 주장이 대부분이었지만 몇! ! 
몇 글에서는 이미 세상도 다 알아버린 한국교회의 치부가 드러나 있기에 그
저 회개의 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등을 돌리
고 있다. 그 사이트 중에는 전에 교회에 다니다가 실족을 하여 믿음을 포기
한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것도 있었다. 

그들은 교회
의 어떤 모습을 알고 있다. 불행하게도 그들은 영적인 깊은 진리
를 알아서 성장하기도 전에 알지 아니 했으면 더 좋았을 교회의 현실들을 보
고서 반기독교 정서를 대변하는 전사가 되고 만 것이다. 누가 이들의 목에 연
자맷돌을 달아 깊은 바다로 빠뜨린 것인가? 한국교회가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필자는 지난 11월 5일부터 7일까지 신반포교회에서 열렸던 
WEC주최 ‘작은 교회들의 선교대회’에 참석하여 큰 은혜와 감동과 도전을 받았
다. 둘째 날 저녁에 현재 WEC 유럽권역 대표이며 웨일즈복음주의 신학교 교수
로 사역하고 있는 콜린 니콜라스 선교사의 ‘유럽의 영적 붕괴’라는 제목의 강
의를 들으며 필자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오버랩하면서 조심스럽게 미래를 조망
해 보았다. 

콜린 니콜라스 선교사는 유럽교회의 영적 붕괴의 원인을 ①교회의 권위와 전
통만을 강조함 ②명목상 그리스도인을 그대로 방치함 ③물질만능주의의 철학
을 교회가 수용함 ④무신론주의 – 이론적으로는 유신론자이나 실천적으로는 
무신론자의 삶을 살아감 ⑤포스트 모더니즘을 따르는 현대인에 대한 무감각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 

그는 매우 진지한 어조로 한국교회의 각성을 촉구하였다. 아직은 한국교회가 
잘 모이고 열심히 봉사하고 있지만 이미 나타나고 있는 영적 붕괴의 조짐을 
미리 간파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유럽교회의 전철을 밟게 될 것
이라고 그는 눈물로 호소하였다. 기독교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유! ! 럽
은 그 귀한 영적인 축복을 빼앗겨 버렸다. 지난 달 한국일보의 보도에 의하
면 유럽인들은 교회를 이미 떠나 버렸다. 

대표적인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에서는 현재 20명당 1명이 매주 교회를 찾고 
있다고 한다. 성공회를 국교로 삼고 있는 영국도 주일에 교회를 가는 신자는 
2,500만 성공회 신자중에서 120만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교회
가 영적으로 힘을 잃었기 때문이며 영적인 힘을 잃은 결과로서 기독교의 쇠퇴
를 가져오고 말았다. 주5일제 근무 시행을 앞두고 있는 한국교회도 미리 대책
을 세워야 할 것이다. 

성탄을 맞으며 한국교회는 조용히 자기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주님께서 
이 세상에 육신을 입으시고 찾아오신 그 목적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다. 2004년을 향하여 무작정 뛰어가기 
전에 말씀의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진
면목을 발견하고 회개의 기도를 드려야 할 것이다. 한국 교회는 이미 성탄절
을 세상과 마귀에게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한 자기 반성을 하면서 
성탄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성탄절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 대신에 산타클로스가, 아기 예수께 드려야 
할 찬미 대신에 크리스마스 캐롤이, 경건한 감사와 축하의 예배 대신 죄악과 
향락의 파티가 점령해버린 2003년의 마지막 들판에서 그래도 우리는 진정한 
경배와 기쁨의 크리스마스가 오기를 기도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
스도 그분은 아직도 살아 계셔서 당신의 교회를 포기하지 않고 거룩한 나라
로 세워 가시기 때문이다. 그분의 말씀은 이제도 죽은 자를 살리실 수가 있으
며 성령은 아직도 얼어붙은 이 대지 위를 운행하고 계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