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과 영광_최칠용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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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과 영광

최칠용 목사/서서울노회

우리가 잘 아는 민담 중에 짚신 장사를 하는 아들과 나막신 장사를 하는 아들
을 둔 늙은 어머니의 이야기가 있다. 짚신이 맑은 날 신는 신이라면 나막신
은 비 오는 날에 신는 신발이다. 그러니 맑은 날에는 나막신 보다 짚신이 더 
잘 팔릴 것이요 비 오는 날에는 짚신보다 나막신이 잘 팔릴 것이다. 이렇게 
서로 상반된 장사를 하는 두 아들을 둔 늙은 어머니는 하루도 편히 지낼 수
가 없었다. 비 오는 날에는 짚신 장사 아들이 걱정이 되고 맑은 날이면 나막
신 장사 아들이 걱정이 되었다.

매일 걱정만 하고 사는 노인을 지켜보던 어떤 사람이 기발한 말로 위로해 주
었다. “할머니 왜 날마다 걱정하며 사십니까? 할머니께서 마음만 고쳐먹으면 
매일 매일 행복하게 살수 있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나막신 장사하는 아들 돈
버는 것만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맑은 날에는 짚신 장사하는 아들 돈 잘 버
는 것만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면 비 오는 날은 비 오는 날대로 행복하고 맑
은 날은 맑은 
날대로 행복할 것입니다.”

기막힌 가르침이다. 그렇게 쉬운 것을 미처 생각지 못해 바보처럼 걱정만 하
고 살았구나 라고 한탄 할 정도의 획기적인 깨우침이다. 그동안 걱정을 사서
했다고 후회 할 만큼 매력 있는 가르침이다. 소위 말하는, 행복하게 사는 비
결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라. 정말 늙은 어머니가 이 가르침을 받은 
후에 행복했을까? 인식전환의 비결을 배운 노인이 비 오는 날이나 맑은 날이
나 걱정 없이 살았을까? 아마도 늙은 어머니는 “그래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
지, 잘되는 쪽으로 생각해야지…”라고 수없이 다짐하면서도 아침에 일어나 
맑게 개인 하늘을 보면 어김없이 나막신 장사하는 아들이 생각났을 것이고 비
가 오면 짚신 장사하는 아들이 먼저 생각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숨을 
지었을 것이다. 자기가 행복해 지기 위해 두 아들중 한 아들이 당하는 불행
에 대해서 애써 외면하는 것은 어머니의 사랑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
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는 적극적인 사고 방식을 가져야 신앙생활도 성공
하고 인생에서도 성공하고 목회도 성공한다고 외치는 분들
이 큰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다그친다.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된다고만 생각하라는 것이다. 실패는 생각지도 말
고 성공만 생각하라는 것이다. 멋진 말이요, 매력적인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르침 속에는 마약과 같은 무서운 유해 요소가 숨어있다. 짚
신 장사와 나막신 장사를 둔 어머니에게 조언해준 것처럼 한쪽은 외면하라는 
말이다. 좋은 쪽만 생각하라는 것이다. 고난은 생각지 말고 영광만 생각하라
는 말이다. 이런 가르침은 십중팔구 십자가는 외면하게 되고 부활만 생각하
게 하는 함정이 있다. 

인생이란 짚신장사와 나막신 장사를 둔 어머니처럼 어느 한쪽도 외면하거나 
피할 수 없는 양면성이 있다.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기쁨이 있으면 괴로움
이 있고 성공이 있으면 실패가 있고 합격이 있으면 불합격이 있다. 이 두면
이 어우러져 온전한 삶을 만들어 간다.

십자가 없는 부활이 어찌 온전한 복음이라 할 수 있겠는가? 부활 없는 십자
가가 어찌 온전한 복음이 될 수 있겠는가?

하나님께서도 “하나님이 행하신 일을 보라! 하나님이 굽게 하
신 것을 누가 
곧게 하겠느냐?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 하나님이 
이 두 가지를 병행하게 하사 당장 내일을 헤아리지 못하게 하셨느니라”라고 
했다. 형통한 일과 곤고한 일을 통해 우리를 온전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훈련
시켜 가시겠다는 하나님의 계획이 아니겠는가?

4월은 십자가의 고난과 부활의 영광이 어우러진 달이다. 삶의 한편을 외면
해 버리는, 그래서 하나님의 이름은 있지만 속이 비어버린 반쪽 신앙이요 허
탄한 성공만을 외치는 천박한 신앙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라는 말씀에 귀를 기울여 
보라. 그리스도의 고난이 우리에게 넘친 것 같이 우리의 위로도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넘친다는 말씀의 의미를 생각해 보라. 십자가와 부활의 믿음으로 건
강하게 균형 잡힌 참 신앙이 그리워지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