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과 역동성
김종렬목사 / 참빛교회 목사
한국 정치와 신학의 두 거물인 김대중 대통령과 고(故) 박윤선 목사의 닮은꼴
을 생각해 본다(물론 인격의 비교는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오랜 민주화
의 투쟁과 옥고 끝에 국민의 정부를 출범시켰고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유명인
사이다. 그리고 그의 통치의 핵심사상은 개혁이다. 고(故) 박윤선 목사도 오
랜 세월 교수하며 연구한 말씀사역에 탁월한 업적을 남겼고 합동신학대학원
을 설립하였다. 그리고 우리 마음에 지울 수 없는 감동으로 자리잡은 개혁주
의 신앙의 아버지다.
그런데 요즘 김대중 정부가 심상치 않다. 개혁을 외쳤지만 나라의 전반이 휘
청거리고 정부의 신뢰와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특별히 이번 개각에서 그 실
체가 여실히 드러났다. 의식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번 개각의 중요성을 경고했
는데도 정략적인 나눠먹기이고 방어적인 편협한 인사였다. 그러면 고(故) 박
윤선 목사의 개혁주의 신앙을 계승하는 우리 학교와 교단은 어떠한가? 20여
년 동안 개혁주의 이름으로 바른신학
바른교회 바른생활의 기치를 들었지만
이 사회와 현실 목회에 어떠한 열매를 거두었는가?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동
참하고 있는가? 아쉬움이 많다.
대통령은 벤처정신을 강조한다. 벤처는 모험정신을 가지고 역동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생명으로 한다. 그런데 벤처를 말하는 대통령 자신은 보호막
을 치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 우리는 항상 개혁해야 한다는 역사적인 개혁
주의를 추종한다. 그런데 우리는 개혁주의의 기본적이고 모범된 틀 안에 갇
혀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모범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있는 방어적인 개혁주
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모범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올무가
되어 형식과 자기 만족의 깊은 수렁에 빠져들게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필자는 합신과 교단에서 모범된 신앙을 배웠다. 그런데 목회 현장에서 비로
소 알게 된 것은 신앙의 모범이 역동성을 낳고 그 역동성이 비로소 하나님 영
광의 빛을 비추며 우리를 신령하고 자유하며 형통하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
다. 참다운 개혁은 모범이라는 틀을 뛰어넘어 이웃 사랑과, 또 대적과 전투하
는 역동적인 믿음의 역사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역
동적으로 역사하시는 하나
님의 은혜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그런데 필자는 학교와 교단에서 이런
신앙의 역동성을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황금보다 귀한 목회 초기 시간을 시
행착오를 겪으며 보냈다.
우리의 좌표는 부활하시어 통치하시는 예수님이다. 우리는 과거의 모범의 틀
에 단순히 매여 있는 자가 되지 않아야 한다. 우리 모두는 과거의 모범이 현
재의 역동성이 되게 해야 하고 하나님 나라의 새 역사를 창조해야 할 것이
다. 대통령학을 전공한 한 학자는 다음 대통령은 젊음의 유연성, 경제적 지
식, 통일의 리더십, 정서적 안정 이 네 가지를 갖춘 자이기를 소망하였다. 우
리도 젊음의 패기가 있으며 기도와 말씀에 굳게 서 있어 신령한 영적 은사가
있고 개혁주의적 신학을 가진 분이 학교와 교단의 리더가 되도록 해야 한다.
고(故) 박윤선 목사의 개혁주의 신학을 이어받기 원하고 합신과 교단을 사랑
하며 오늘도 음지에서 수고하는 동문이 많다. 그들이 젊다는 이유로 배척 당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늙었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것과 같이 악하고 서러운
일이다. 얼마 전 참석한 노회에서 확인한 선배의 겸손함과 섬김 그
리고 후배
에 대한 배려로 내 마음은 감사가 넘쳤다. 노회에서 선후배의 아름다운 조화
를 발견하고 기뻤다. 선배의 살신성인이 오늘의 학교와 교단을 세웠다. 후배
들은 이런 선배가 있는 한 우리의 자리를 자랑스럽게 지킬 것이다.
과거의 모범은 현재의 역동성이 되어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역동성
을 가로막는 모범은 버려야 한다. 학교의 교수진과 교단의 일꾼이 보다 젊어
지는 것을,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신앙의 모범은 우리에게
십자가의 은총을 깊게 알게 한다면 신앙의 역동성은 우리에게 부활의 크나
큰 은총을 알게 한다. 우리에게 또 주님에게 부활이 없는 십자가의 고난이 계
속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교회가 먼저 개혁의 역동성을 보일 때 정부의 개혁
도 비로소 가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