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 있는 근본주의를 경계한다
교회사에 있어서 근본주의는 20세기 초 자유주의 신학의 범람으로 인하여 전통적인 역사적 기독교 신앙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기독교 신앙을 수호하기 위한 복음주의 진영의 다양한 신학적 그룹의 교리적 연대를 가리킨다.
이들 근본주의 연대는 당면한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방어 태세를 갖추기 위해서 신학적 불일치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일치하는 근본적인 교리를 중심으로 연대를 구축했다. 그 과정 속에서 띠게 된 근본주의자들의 부정적인 특징은 그들의 긍정적인 기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회자된다.
① 풍요로운 복음을 몇 가지 근본교리로 축소하여 과도한 비판을 일삼는다는 점, ②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식 역시 몇 가지 율법주의 계율로 축소하여 타인의 신앙을 비방하는 잣대로 삼는 점, ③ 상대방에 대한 사랑과 포용보다는 부정적인 자세로 과도한 비판과 공격적이고 전투적인 자세를 견지한다는 점, ④ 이러한 것들을 기초로하여 상대를 배격하고 심각한 분리주의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축소, 공격, 배격, 분리 등등 이런 식의 태도를 종종 ‘근본주의적’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런 근본주의적 태도는 신학적 경향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람들 안에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가끔 개혁주의 진영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근본주의적 태도를 취한다고 지적받곤 하지만, 현대신학의 영향을 받은 진보적 진영이나 진보적 복음주의자, 기독교 평화주의자, 심지어는 톨레랑스를 외치는 다원주의자들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좌우, 보수와 진보로 이념적, 정치적으로 대립되어 있는 한국적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물론 합리적인 학문적 토론과 대화, 비판은 용인될 수 있고 오히려 널리 장려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자칫 과도한 토론과 비판은 감정적인 논쟁과 비난으로 이어져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일종의 정서적 폭력이 되어 독선과 분리, 그리고 배제로 나아가게 한다. 이런 근본주의적 자세, 곧 축소와 공격, 배제, 그리고 분리의 태도는 우리 모두 지양해야할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진정 개혁주의를 지향한다면 누구보다 냉철하게 우리 자신을 성경의 가르침에 따르도록 경주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곧 타인들을 공격하거나 배제하거나 분리시키는 잣대로 삼아선 안 될 것이다. 복음은 누구에게나 구원을 약속하고 있음을 명심하자.